최근 케이팝(K-POP) 산업의 전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 제작자들이 산업 구조를 재편하고 새로운 역동성을 불어넣고 있다. 과거 남성 중심의 제작 시스템에서 벗어나 실력과 감각을 기반으로 한 여성 리더십이 새로운 성공의 동력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해인 디렉터(왼쪽), 그레이트엠 김영선 대표 ⓒ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이해인 디렉터는 앞서 키스 오브 라이프, 클로즈 유어 아이즈 등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하며 평단의 호평과 대중의 주목을 동시에 받았다. 아티스트의 꿈을 직접 경험했던 그의 리더십은 기성 제작자들과 차별화된 지점을 만든다.
이해인 디렉터가 주도하는 콘텐츠의 핵심은 주체적이고 섬세한 ‘서사’의 구현이다. 특히 키스 오브 라이프의 데뷔 앨범에서 멤버 각자의 독립적인 솔로 곡과 뮤직비디오를 통해 팀으로 모이는 서사를 완성한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는 단순한 ‘걸 크러시’를 넘어선, 멤버 개개인의 서사를 존중하고 그들의 내면적 성장을 깊이 있게 다루는 접근법이다. 이러한 방식은 특히 여성 팬덤에게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강력한 결속력을 만든다. 아티스트로서의 경험이 제작자로서 아티스트의 니즈와 팬덤의 정서를 가장 잘 읽어내는 통찰력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는 유연하고 수평적인 제작 시스템을 구축해 아티스트와의 긴밀한 협력을 이끌어내며, 기획 의도를 완성도 높은 결과물로 만들어내고 있다.
FNC엔터테인먼트 상무 출신이자 현재 그레이트엠 엔터테인먼트 김영선 대표는 20년 이상 해당 업계에서 일해온 베테랑이다. 그는 ‘청담동 111’ 등 방송을 통해 카리스마 넘치는 ‘마녀’ 등의 별명으로도 알려져 있었으나, 그 이면엔 인재를 알아보는 냉철한 안목과 아티스트를 보듬는 따뜻한 리더십이 자리한다.
회사 이름인 ‘그레이트엠’의 ‘M’이 ‘마더’(Mother)를 뜻한다고 밝힐 정도로, 김 대표는 아티스트의 인성과 장기적인 성장을 중요시한다. 단순히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음악과 무대의 본질에 집중하는 제작 철학을 가지고 있다. 최근 론칭한 보이그룹 82메이저 역시 탄탄한 실력과 음악성을 바탕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SM 엔터테인먼트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등 업계 내에서 그의 기획력과 추진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 대표의 리더십은 실력 기반의 전문성과 인간적인 신뢰를 결합하여 견고한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해인 디렉터와 김영선 대표 외에도 켄지, 서현주(스타쉽 부사장), 이지영(JYP 본부장), 그리고 지금은 법적 공방 중에 있지만 뉴진스를 성공적으로 프로듀싱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등 수많은 여성 제작자들이 케이팝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 이들은 여성으로서의 섬세한 감각을 활용하여 케이팝의 주 수요층인 여성 팬덤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고들고 있다.
이러한 여성 제작자 리더십의 성공 요인으로는 주체적인 여성 서사의 구현과 함께 독창적이고 일관성 있는 세계관 구축이 꼽힌다. 이들은 특히 비주얼과 디자인 측면에서 뛰어난 감각을 발휘한다. 패션, 아트워크, 뮤직비디오의 연출, 앨범 디자인 등 모든 시각적 요소에 일관된 기획 의도와 정체성을 투영해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한다. 이는 케이팝이 음악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글로벌 팬들에게도 시각적 언어로 쉽게 소통하는 창구가 된다.
뿐만 아니라 여성 리더십은 아티스트와의 수평적 협업을 통한 유연한 제작 시스템 구축을 성공의 기반으로 삼는다. 이는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지시가 주를 이루었던 기성 시스템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여성 제작자들은 아티스트를 단순한 상품이 아닌 협업의 주체이자 공동 창작자로 인정한다. 아티스트의 의견, 개성, 잠재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기획에 반영함으로써 창의적인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평적 소통 구조는 제작 과정의 유연성을 높이고, 시장 변화에 더욱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만든다. 또한, 아티스트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여 콘텐츠의 진정성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팬들에게도 더욱 매력적인 결과물을 제시하도록 한다.
한 케이팝 관계자는 “여성 제작자 리더십의 확산은 케이팝 산업의 다양성을 높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젠더 장벽을 허물고 실력으로 인정받은 이들의 성공적인 시장 진출은 케이팝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력 기반의 여성 제작자 리더십은 공감의 크리에이티브를 통해 케이팝 산업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새로운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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