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은 국사범(國事犯)이다. 계엄 선포로 “국가나 국가 권력을 침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불법 행위, 또는 그런 행위를 저지른 사람”에 속한다.
엄중한 죄를 저질렀고, 탄핵이 마땅하다. 다만 진행 중인 내란죄 성립 여부는 법적 판단에 달렸으나, 논쟁의 여지가 많다.
이재명 대통령은 잡범(雜犯)이다. “정치범 이외의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범죄, 또는 그 범죄를 지은 사람”에 속한다. 이미 판결받은 범죄가, 현재 소송이 걸린 혐의 대부분도 잡범에 해당한다.
그런데 행인지 불행인지, 이재명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국사범의 길로 치닫고 있다. 이재명에 대한 법적 소추를 아예 제거하려는 법을 만들고, 대법원장에게 망신을 주고 대법원을 겁박하고 대법관 수를 늘리거나 사실상 4심제를 만들어 대법원을 무력화하려 한다.
재임 중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중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민주당에 “재판중지법이 불필요하다는 게 이 대통령 생각”이라며 대통령실이 자제를 촉구했다.
어떠한 정치적 특혜나 법적 예외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듯 이재명이 정도(正道)를 걸으려 하나, 어쩐 일이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이 묘수가 터졌다. 검찰이 이재명이 연루된 대장동 민간업자 개발 비리 의혹 사건에 항소를 포기하도록 한 것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단독 압력에 따른 것이라 믿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재명과 무관하다는 주장은, 문재인 시절 탈북 어부 강제 북송 및 서해 공무원 피살이 문재인과 전혀 관계없다는 국가안보실장과 국정원장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생계지원금·민생회복지원금·빚 탕감 등 각종 지원으로 국민을 따뜻하게 데우며, 비난을 마비시키고 시선을 정국에서 벗어나게 한 가운데 온갖 재주로 갖은 초식(招式)을 펼치고 있다.
윤석열과 정부에게 불필요하다 거품 물었던 것들이 자신들에게는 꼭 필요하다며 태연스레 관철한다. 마음에 들지 않은 기관(장)을 내쫓기 위해 기관을 분해·재조립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인사에게는 공개적 창피를 준다.
모든 작태의 칼날은 ‘내란 청산’ 깃발 아래의 춤사위다. 문재인의 ‘적폐 청산’에 뒤질세라 더 서슬 퍼렇게 깊이 벤다. 공무원, 공기업으로 전선이 확대되고, 블랙리스트가 이미 작동되고 있을 것이다.
이재명에, 정부 인사에, 민주당에 문제가 있을수록, 문제점이 불거질수록 ‘내란 드라이브’는 더욱 격해질 것이다. 친언론·방송, 민노총, 전교조, 개딸이 북·장구치고 나발을 더 거세게 불어 제칠 것이다.
지난 7일(금) 자정 서울중앙지검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가 큰 물의를 일으키자, 이재명·정부·민주당은 재빨리 11일(화) 이른바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로 덮고 더 큰불을 질렀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49개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12·3 비상계엄 관여 이력을 조사하는 TF 구성에 운을 떼고, 이재명이 ‘내란 청산’ 작업을 “특검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독자적으로 (조사)해야 할 일 같다”며 화답한 것이다.
김민석은 TF 운영이 정부의 ‘헌법 수호 의지’를 바로 세워서 공직 내부 갈등을 조속히 해소하고 회복하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내란범들은 “초고형량으로 뿌리째 뽑아야 한다”, “아직도 내란에 동조하거나 내란을 옹호하는 자들은 무관용의 원칙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치고 나왔다.
이재명·정부·민주당이 ‘내란 청산’의 기치를 올릴 때 힘주어 강조한 것이 헌법 존중, 헌법 수호다. 당연히 대한민국 헌법이어야 하며, 판단 기준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파괴·교란했는지 여부여야 한다.
내란죄는 엄히 다스려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 눈을 부릅떠야 할 부분은 이재명·정부·민주당이 헌법 존중, 헌법 수호를 말할, 내란 청산을 운운할 자격이 근본적으로 있는가 하는 점이다.
재삼재사 지적·강조한 바와 같이, 민주당 강령에는 ‘자유민주주의’도 ‘통일’도 없다. 헌법에 대한민국의 이념적 지향으로 적시된 자유민주주의, 국가·국민·대통령·국회의원(국회법)의 의무로 명시된 통일이 없는 정당은 ‘반헌법적’ 정치결사체다.
소속 정치인이 자유민주적 통일이 아니라 남북 두 국가 간 공존을 말하는 것은 당 강령에 따른 의무다. 문재인, 이재명, 정동영, 임종석 등이 돌출적으로 그런 것이 아니라, 민주당 당원으로서 당연한 행보다.
반헌법적 정당 정치인들이 내란죄로 추상같이 추궁하고 법으로 다스려 수호하려는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는 무엇인가. 스스로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민주적 통일을 존중하지 않는 이들이 무슨 어떤 근거로 대한민국 국민을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파괴했다고 공박하고 배제하고 잘라내 자유를 구속하려 하는가.
이재명·정부·민주당이 대한민국의 헌법 존중과 헌정 질서 수호를 입에 담으려면 먼저 당 강령부터 바꾸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민주적 통일을 명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내란 청산 칼춤은 대한민국의 진로를 어지럽게, 어둡게 할 뿐이다. 국사범이다. 그들에 대한 사상적 의심을 거둘 수 없게 만든다. 조국혁신당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대법원장, 장관, 국회의원도 거리낌 없이 다그쳐 모든 것을 뜻대로 해치우는 이재명·정부·민주당이다. 내란 청산 재미를 본 다음 차례는 자기 계파가 아닌 나머지 국민이 대상이다. 따뜻한 물속에 들어앉아 쥐여주는 지원금에 몸을 녹이지만, 곧 펄펄 끓어 익어버릴 상황이 올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모두 합법의 가면 속에 이루어진다. 윤석열 정부를 어지럽힌 갖은 술수도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법적 테두리 내에서, 최대한 교묘·치졸하게 움직인 것이다. 히틀러가 그렇게 등장했다.
국사범 윤석열은 상황에 따라 역사 앞에 달리 평가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한다며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흔들어 심판받았다. 그러나 이재명·정부·민주당의 반헌법적 가치관과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위반하는 행태로, 계엄 선포라는 방법은 잘못되었으나 윤석열의 목적·의도만큼은 역사가 그리고 국민이 다시 평가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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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전 통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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