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L커버리지비율 123.1%로 역대 최저
500조 쏟아붓는 생산적 금융…건전성 딜레마
"선별적 지원과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해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NPL 잔액은 총 4조8769억원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주요 시중은행들의 부실채권(NPL) 규모가 5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손실 흡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NPL 커버리지 비율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융지주사들이 정부 기조에 발맞춰 수백조 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지원 경쟁에 뛰어들면서, 향후 리스크 관리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NPL 잔액은 총 4조876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4조1784억원) 대비 16.72% 급증한 수치다.
NPL은 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이 연체되어 사실상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문제는 늘어나는 부실 규모에 비해 은행들이 쌓아둔 충당금 여력도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4대 은행의 평균 NPL커버리지비율은 123.1%로 1년 전보다 18.5%포인트(p) 급락하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NPL커버리지비율은 대손충당금 잔액을 고정이하여신으로 나눈 값으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은행이 부실을 감당할 체력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은 지난해 181.7%였던 커버리지비율이 올해 136.0%로 45.7%p 급락했다. 우리은행 역시 270.2%에서 180.9%로 89.3%p 떨어졌다.
국민은행은 174.0%로 전년 대비 5.40%p 낮아졌고, 신한은행은 164.4%로 같은 기간동안 26.0%p 하락했다.
이처럼 기초 체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은행권은 정부의 정책 기조인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생산적 금융은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분야에 쏠린 자금의 물꼬를 혁신·벤처 기업 등 미래 먹거리 분야로 돌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지난 9일 후 5년간 각각 110조원 규모의 자금을 생산적·포용 금융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우리금융(80조원), 하나금융(100조원), NH농협금융(108조원)이 관련 계획을 내놓은 것을 합치면, 5대 금융이 약속한 지원 규모만 500조원을 상회한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은행권의 정부 코드 맞추기에 우려의 시선을 내놓고 있다.
생산적 금융의 중심이 되는 벤처 및 혁신 기업 대출은 담보가 확실한 부동산 대출에 비해 리스크가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기업 대출을 늘릴 경우, 연체와 부실이 동반 급증해 은행의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단순히 지원 금액을 늘리는 보여주기식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실 징후가 있는 한계기업에 자금을 수혈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가려내는 ‘선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향후 생산적 금융 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그룹 차원의 포트폴리오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자 이익에 의존하는 현재의 수익 구조로는 대규모 충당금 적립 충격을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지원 규모를 늘리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대손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 장기적으로는 건전성 저하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생산적 금융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건전성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등 지주 수익 다각화와 정교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가동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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