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지원 TF→실(室)로 격상…M&A 전담팀까지
조직 흔들지 않고, 그룹 방향타 명확히 틀어잡아
이 회장 체제 변화 초석 …'전략적 개편' 신호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31일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 공연을 보고 있다.ⓒ연합뉴스
삼성이 미래 구상의 첫 걸음을 뗐다. 무음(無音)의 태스크포스(TF)가 '실(室)'로 격상하며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인수·합병(M&A) 전담팀까지 구성하며 새로운 전략 구상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조직은 최대한 흔들지 않되, 그룹의 방향타를 과감하게 틀어잡는 '전략적 개편'이라는 평가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정식 조직으로 출범 시킨 사업지원실 내에 M&A팀을 신설했다. 당초 전략팀, 경영진단팀, 피플팀 체제에 네 번째 축이 더해진 셈이다. 지휘봉은 80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9조3000억원) 하만 인수를 이끌었던 '빅딜 전문가' 안중현 사장이 잡았다.
'뉴 삼성' 형체 드러내기 위한 초석
최근 삼성이 보여준 행보는 단순한 개편 작업이 아니라는 평가다. 이재용 회장의 근거리에서, 또 음지에서 상황을 조율해왔던 TF가 실로 격상하고, M&A라는 새로운 축까지 등장했다. 이는 이 회장이 그리는 '뉴 삼성'의 형체를 드러내기 위한 초석이라는 분석이다.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낸 이 회장, 그리고 이어진 '2인자' 교체, 사업지원실 내 또다른 축의 등장 등 일련의 과정은 삼성의 엔진이 재점화하는 신호로 읽힌다.
한동안 삼성의 신성장동력 발굴 행보는 '공백' 그 자체였다. 2017년 하만을 인수한 뒤 오랜 정적이 흘렀다. 올해는 그 침묵을 깬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삼성은 올해 11월 유럽 최대의 HVAC(난방, 환기, 공조) 기업인 독일 플렉트그룹의 지분 100%를 15억 유로(약 2조4847억원)에 인수하는 절차를 최근 완료했다. 10월에는 미국의 건강관리 디지털 플랫폼 기업 젤스 (Xealth) 인수도 발표했다. 5월에는 자회사 하만이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인 사운드 유나이티드를 약 5000억원에 인수했다.
"이 회장은 박학규에 삼성의 미래를 맡겼다"
시선은 초대 사업지원실장으로 선임된 박학규 사장으로 향한다. 그의 등장은 이번 개편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대목이다. 박 사장은 삼성전자 내에서 기획, 재무, 운영 능력을 두루 겸비한 인물로, '숫자'와 '전략'에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룹 전반의 사업을 들여다보고, 신사업 구상까지 이뤄내겠다는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 여기에 M&A팀 신설까지 맞물려, 삼성의 체질 개선이 시작됐다는 평가에 힘이 실린다.
정현호 부회장 체제와의 차이도 명확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 부회장은 오랜시간 이 회장의 '그림자 참모'로 움직이며 위기관리, 내부 의사결정 흐름 등을 조율해왔다.
정 부회장이 불확실성과 사법 리스크로 발목이 잡힌 시기의 '안정'과 '방어'에 초점을 뒀다면, 박 사장은 사법 리스크가 걷힌 이후의 '전환'과 '확장'을 설계할 인물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재용 회장이 정 부회장에 삼성의 '현재'를, 박 사장에게는 '미래'를 맡긴 것과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업지원실이 '보조 조직'의 역할을 이어가겠지만, 향후 미래를 설계할 조직으로서 실질적인 투자와 사업 재편 등에서 보다 선명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곧 이어질 사장단 인사까지 더해지면 이재용 체제의 방향성은 한층 더 명확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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