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0원 소금빵이 드러낸 고물가의 민낯
식량자급률 20%…취약한 농업 구조
수출은 늘지만 원료 의존에 쌓이는 적자
K-푸드 지속성, 공급망·생산기지로 답 찾기
지난 9월 2일 오전 서울 성동구 글로우 성수에 마련된 유튜버 '슈카월드'의 베이커리 팝업 스토어 ETF베이커리를 찾은 시민들이 990원에 판매되는 소금빵을 고르고 있다.ⓒ뉴시스
지난 9월 300만 구독자를 보유한 경제 예능 유튜버 슈카월드가 글로우서울과 함께 운영한 팝업 빵집이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각종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단돈 990원에 내놓은 소금빵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고물가와 이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됐다.
한국은 이미 빵값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라는 통계를 갖고 있다. 사과·바나나·감자 가격은 세계 1위, 소고기·양파·쌀은 2위다. 한국 식료품 가격은 OECD 국가 평균의 1.5%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식품 분야만 놓고 보면 한국은 명실상부한 고물가 국가인 셈이다.
세계적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한국 농수산품 가격이 유독 급등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기후위기와 글로벌 공급망 충돌, 전쟁 등 외부 변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이 충격을 흡수할 구조가 취약하다 보니 사회는 다시 ‘먹을 걱정’이 앞선다.
‘굶주림’을 걱정하지 않는 시대에 식량위기가 낯설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식량이 시장화됐다는 점이다. 한국 농업은 세계 시장에서 ‘섬’이다. 지정학적으로 고립된 데다, 1960년대 새마을운동 이후 기반 시설 개선이 멈췄다. 스마트 농업이라는 포장 뒤에는 취약한 구조가 있다.
이 구조적 한계는 각종 지표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2022년 한국의 식량 가용성은 113개국 중 11위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경제성은 51위, 품질·안정성은 50위로, 겉보기와 달리 불안정성이 크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2%, 곡물자급률은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자급률을 높이자는 주장은 늘 등장하지만 현실적 한계가 분명하다. 식량자급률은 곡물 중심으로 평가되는데, 곡물은 단위면적당 수익성이 가장 낮다. 같은 농지에 과일이나 채소를 심으면 훨씬 높은 소득을 얻는데 곡물을 택할 유인이 없다.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공급망 확충과 더불어 생산구조 재편이다. 국내 농산물 가격이 비싼 핵심 원인은 유통이 아니라 ‘소규모·고령 생산체계’다. 소농 다수 구조에서는 수확·포장·운송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유통 문제는 그 결과일 뿐이다.
또한 식품산업에 남은 현실적 돌파구는 결국 수출이다. 내수에만 의존해서는 구조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고 성장의 한계도 명확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한국 식품산업의 다음 단계가 될 것이다.
실제로 k-푸드 수출에 대한 미래는 밝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한국 식품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한 84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K-푸드 수출액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증가했고 올해까지도 상승 추이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무역수지 적자다. 수출이 늘어도 원재료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구조다보니 적자가 쌓일 수밖에 없다. 밀·원당·유지류·카카오처럼 K-푸드의 핵심 원료를 국제 시세에 따라 비싸게 들여오면서 생산비가 수출 증가분을 상쇄하고 있는 것이다.
정작 농식품 무역수지는 284조 원 적자라는 아이러니한 현실이 드러났다. 국회 농해수위 정희용 의원이 농식품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농식품(가공 포함) 무역적자는 1975억3000만 달러, 우리 돈 약 284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격차를 좁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통관·물류·검역·수출지원 등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기업은 수입 원료 의존을 줄이기 위한 자체 공급망 구축과 해외 생산기지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 여기에 김과 라면 중심의 수출에서 벗어나야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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