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예수금 잔액 103조5000억원…전월 대비 1조5000억 감소
예금 금리 낮아지며 매력 줄어…시중은행과 금리 역전 현상도
PF 부실·대출 규제에 대출 여력↓…업계 "유동성 관리 집중"
"대출 여력 줄면 자금 유입 둔화·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으로 저축은행으로 몰렸던 예수금이 예금금리 인하로 6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저ⓒ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저축은행 예금금리가 하락하면서 예수금이 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대출 여력이 축소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19일 예금보험공사가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저축은행 예수금 잔액은 103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9월과 비교해 1조5000억원 감소한 규모다.
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지난 4월(98조3940억원) 이후 9월까지 6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9월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 기대감이 한때 예금 증가를 이끌었지만, 예금 금리가 낮아지자 상승 흐름이 꺾인 것이다.
수신 감소의 가장 큰 요인은 금리 매력 약화다. 지난 18일 기준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2.68%다. 지난 9월 1일 2.99%로 떨어진 이후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0.31%포인트(p) 급감했다.
3%대 예금도 자취를 감췄다. 지난 8월 말까지만 해도 3% 이상 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은 188개에 달했지만, 지난달 24일 이후로는 전무한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저축은행 금리를 역전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국민·하나·우리·신한)의 12개월 만기 대표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이날 기준 연 2.8%로, 저축은행의 평균 예금금리를 넘어섰다.
물론, 저축은행의 경우 79개사의 평균 금리이기 때문에 일부는 여전히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다만, 통상 저축은행이 수신 유치를 위해 정기예금 금리를 시중은행보다 약 0.8~1%포인트(p) 높게 설정해왔다는 점에서 금리 경쟁력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파킹통장 금리도 잇따라 내리고 있다. OK저축은행의 'OK짠테크통장'(연 최고 2.3%→2.1%)를 비롯해 애큐온저축은행 '3000플러스통장'(2.8%→2.6%), 페퍼저축은행 '페퍼룰루 파킹통장'(1.8%→1.2%) 등 상품이 금리를 낮췄다.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 하락 원인으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와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가 꼽힌다.
대출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고금리 예금을 유치하면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업계는 금리 경쟁을 통한 수신 확대보다는 유동성 관리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일부 저축은행은 특판, 이벤트성 상품, 모임통장 혜택 강화 등으로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다. 특판 대부분이 금액·기간 제한이 크고 이벤트 역시 고객 단기 고객 확보 수준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PF 부실 충당금 부담이 큰 상황에서 예금 유입까지 줄어들면 조달비용 관리가 더욱 어려워져 저축은행의 수익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부동산 PF 부실과 대출 규제가 맞물리며 저축은행의 자금 운용 부담이 커졌다"며 "대출 여력 축소로 예금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어 자금 유입 둔화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출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해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대출 공급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저축은행이 예금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디지털 채널을 강화해 자금 유치 기반을 확충해야 하고, 서민금융 기능 보호를 위한 정책 지원과 PF 충당금 부담 완화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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