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잡아라… 티빙·쿠팡플레이, 독자적 콘텐츠 내세워 '2위 전쟁'[D:방송 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5.11.21 13:04  수정 2025.11.21 13:53

넷플릭스가 국내 OTT 시장에서 점유율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가운데 2위 자리를 놓고 쿠팡플레이와 티빙이 본격적인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스포츠 중계와 자체 제작 예능, 무료 모델을 앞세운 쿠팡플레이가 대중성과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한편 티빙은 크리에이터 협업과 글로벌 OTT 연합 전략으로 콘텐츠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


20일 티빙에 따르면 방송인 유병재가 진행하는 실시간 사연 소통 라이브 '스몰토크를 멈추면 안 돼'가 이날 해당 플랫폼을 통해 공개됐다. 이 콘텐츠는 낯선 이와의 대화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실시간으로 사연을 청취하고 그에 대한 해법을 공유하는 인터랙티브 형식으로 진행되며 티빙에서 독점 공개된다.


티빙은 최근 인기 크리에이터들과의 정규 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인기 크리에이터 침착맨과 함께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을 시즌별로 10시간 정주행하는 '같이 볼래?' 콘텐츠를 선보였으며 이 시리즈는 12월까지 정규 편성돼 이어질 예정이다. 이밖에도 가수 넉살이 참여하는 라이브 콘텐츠가 12월 중 공개를 앞두고 있다. 실시간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정기 프로그램으로 편성해 운영하는 사례는 현재 국내 OTT 중 티빙이 유일하다.


티빙은 예능·드라마 중심에서 벗어나 팬덤 기반 소비층까지 아우르기 위해 지난해 '크리에이터 클럽(CLUB)'을 신설하고 유튜브 기반 콘텐츠 유입을 확대하고 있다. 해당 섹션에서는 일본 모델 야노 시호의 일상을 담은 콘텐츠를 비롯해 김풍·침착맨·곽튜브·빠니보틀·키드밀리로 구성된 '파김치갱' 등 인기 크리에이터 영상이 유튜브와 동시에 업로드되며, 일부는 티빙에서만 단독으로 제공된다. 또한 먹방 크리에이터 '입짧은 햇님', 유튜브 공포 채널 '돌비공포라디오' 등의 실시간 방송은 유튜브와 티빙에서 동시 진행돼 크리에이터 팬덤과 실시간 소통의 접점을 적극적으로 넓혀가고 있다


티빙 관계자는 "크리에이터 팬덤의 유입으로 OTT 플랫폼에서 공감대 기반 시청 경험이 활발해지고 있고 이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실시간 소통에 참여하는 라이브 콘텐츠의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며 "내년에도 이용자들의 다양한 취향과 팬심을 공략하는 라이브 콘텐츠 전략을 강화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티빙은 디즈니+·웨이브와 손잡고 국내 최초 3자 번들 요금제 '3Pack'을 출시하며 콘텐츠 유통 전략에서도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해당 요금제는 OTT 세 플랫폼을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결합 상품으로, 개별 구독 대비 최대 37% 저렴한 가격을 내세웠다. 콘텐츠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글로벌 OTT와의 파트너십도 강화하고 있다. 2026년에는 HBO맥스를 서비스하는 아시아·태평양 17개국에 티빙 브랜드관을 입점시킬 계획이다. 앞서 일본 디즈니+ 내에도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며 브랜드 노출을 확대한 바 있다. 자체 플랫폼을 통한 해외 진출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티빙은 글로벌 OTT와의 협력을 통해 넷플릭스 중심의 해외 시장에서 콘텐츠 입지를 넓혀갈 계획이다.


그러나 국내 OTT 시장 역시 넷플릭스 독주 체제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월 기준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 특정 서비스나 앱을 한 달(30일) 동안 이용한 총 사용자 수)는 넷플릭스(1504만명)가 압도적 1위를 기록했고, 쿠팡플레이(795만명)·티빙(765만명)·웨이브(425만명)·디즈니+(261만명)가 뒤를 이었다. 그러나 쿠팡플레이가 무료 회원도 시청 가능한 구조를 내세워 OTT 시장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존 쿠팡플레이는 '와우 멤버십' 가입자만 이용할 수 있었지만 2025년 6월부터 멤버십 비회원도 광고를 시청하면 일부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해 진입 장벽을 낮췄다. 이는 사용자 증가의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같은 조사기관이 발표한 '2025년 10월 급상승 모바일 앱 순위'에 따르면 쿠팡플레이는 이용자 수가 전원 대비 77만명 늘어나며 전체 앱 중 4위, OTT 중 가장 높은 사용자 증가폭을 기록했다. 넷플릭스는 72만명 증가로 5위, 티빙은 33만명 증가로 24위를 기록했다. '업종별 신규설치 순위'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도 쿠팡플레이는 47만 건을 기록해 넷플릭스(39만 건), 티빙(37만 건)을 모두 앞섰다.


쿠팡플레이의 핵심 콘텐츠는 스포츠다. 지난 3월에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는데, 이에 쿠팡플레이는 6년간 전 경기를 독점 생중계하는데 약 42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K리그를 비롯해 국가대표 A매치부터 미국 프로미식축구(NFL)와 포뮬러1(F1) 중계권을 확보하는 등 글로벌 스포츠 콘텐츠 확보에 적극적이다.


공연·스포츠 경기와 연계된 플랫폼 확장성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진행된 가수 지드래곤(G-DRAGON)의 서울 앙코르 콘서트 티켓 예매는 쿠팡플레이 앱을 통해 단독으로 진행됐으며 일반 예매는 8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복잡한 인증 절차와 팬 우선 배려 정책을 통해 암표 방지와 실수요자 중심 예매 환경을 구현한 이번 사례는 '생활형 플랫폼'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콘텐츠 확보 전략도 강화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쿠팡플레이는 미국 파라마운트 글로벌 콘텐츠 디스트리뷰션과의 제휴로 파라마운트+ 콘텐츠를 국내 독점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탑건: 매버릭', '빌리언스', 'NCIS', '털사 킹' 등을 월 3300원(와우멤버십 회원 기준)부터 제공한다.


OTT 플랫폼들이 독자적 콘텐츠를 내세워 엎치락뒤치락 경쟁하는 현 상황 속 시청자들의 선택지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국내 OTT의 다양한 시도에 밀리지 않게 넷플릭스도 약점으로 꼽힌 예능 콘텐츠 등을 보완 중이다. 최근에는 '대환장 기안장',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같은 예능 콘텐츠가 인기를 끌며 반응이 좋다"며 "젊은 세대의 시선을 끌 만한 다양한 형식들이 경쟁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건 이용자 입장에서 좋은 현상"이라는 의견이다. 다만 그는 "국내 OTT 플랫폼들이 넷플릭스를 잡겠다며 지나치게 자본을 쏟아붓다가는 자칫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바짓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티빙의 라이브처럼 기존 크리에이터 영상이나 실시간 방송을 재가공해 들여오는 방식 등, 제작비 부담이 적은 포맷으로 점차 입지를 넓혀가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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