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 유인 달 탐사선 아폴로 11호의 숨겨진 영웅 마이클 콜린스의 삶이 무대 위에서 다시 되살아났다. 달의 뒤편에서 홀로 머물렀던 그의 여정은 1인극 형식의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으로 지난 11일부터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비하인드 더 문’은 2022 창작 산실 대본 공모 선정, 2023년 충무아트센터 창작 지원 프로그램 ‘창작 뮤지컬 어워드 넥스트’ 우승, 2024 쇼케이스를 거쳐 올해 충무아트센터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무대에 올려졌다. 창작 개발에는 약 5년여의 세월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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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솔 작가는 19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마이클 콜린스의 실화를 작품화하기로 결심한 계기에 대해 “달 탐사 50주년 행사에서 마이클 콜린스가 스피치하는 기사를 봤는데, 닐과 버즈 외에 세 번째 우주인이 있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됐다”며 “그가 홀로 달을 밟지도 못하고 달의 뒤편으로 갔다는 걸 알고 흥미를 느꼈다. 평소 실존하는 인물에 관심이 많은데, 역사적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기억 속에 잊혀진 인물 혹은 많은 분에게 알려지지 않은 분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비하인드 더 문’은 무대 전면을 활용한 LED 영상과 달의 뒤편을 구현한 입체적인 무대, 배우의 움직임과 감정을 섬세하게 비추는 조명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4인조 라이브 밴드의 연주도 작품의 매력이다.
김지호 연출은 “극장의 구조가 독특한데, 많은 관객에게 공평하게 시선을 나눠주기 위해 애를 썼다”면서 “특히 달 뒤편에 홀로 남은 마이클 콜린스의 모습은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표현되는데 자서전에는 ‘평온하다’고 했지만 실제 지구가 보이지 않는 순간 그의 마음이 어땠을까 고민했다. 그가 내면에 품은 다양한 감정을 보여주고 싶어서 영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음악을 담당한 강소연 작곡가는 “전체적으로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니 그 감성에 맞춰서 작곡을 했다. 달에 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안에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서 인물의 감정선에 톤을 맞추려고 했다”면서 “우주적인 모먼트는 편곡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지구에서의 장면에서는 어쿠스틱한 편곡이 나왔고, 우주에서의 장면은 사운드를 우주적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1인극 형식이라는 점은 이 작품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김 작가는 당초 이 작품을 5인극으로 만들었지만, 마이클 콜린스라는 인물에 집중하기 위해 1인극으로 극을 다듬었다. 그는 “현실에서도 잘 보이지 않았던 인물인데, 극 속에서도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를 가장 잘 보이게 하는 게 무엇일지, 내면의 여정을 어떻게 해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모두에게 도전이었지만 1인극이 그 답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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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콜린스 역은 17년 만에 소극장 무대로 돌아온 유준상과 함께 정문성, 고훈정, 고상호 나눠 연기한다. 김 연출은 “1인극은 배우의 역량에 많은 걸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그들이 더 많은 것들을 펼칠 수 있도록 옆에서 연출적으로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그 노력을 네 분의 배우들이 온몸으로 받아주고, 믿어주고, 따라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평소 우주에 관심이 많아 직접 SF 소설까지 쓴 유준상은 달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의 대본을 보자마자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본을 보는 순간 80세가 됐을 때 제 마지막 작품은 ‘비하인드 더 문’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며 “전 세계 최초로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감히 말씀드리자면 ‘비하인드 더 문’은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정문성은 “실컷 연기해보고 싶어 1인극을 선택했는데, 연기 상대가 없다는 것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느끼고 있다”면서 “상대 없이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관객을 상대방으로 삼는 것이었다. 관객을 만나니 연기하면서 감정적으로 얻는 부분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인극을 한다고 했을 때 흔히들 ‘연기 차력쇼’를 떠올리는데, 그런 느낌은 아니다. 저희 작품은 영웅적인 사람의 모습도 아니고, 무엇을 뽐내는 사리도 아니다. 공연을 보고 나갈 때 혹은 공연이 막을 내린 후에 관객들이 ‘나에게 위로가 된 작품’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 될 것”이라며 “그게 저의 바람이기도 하다”고 했다.
‘비하인드 더 문’은 내년 2월 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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