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래가 급등·청약 이탈 동시 발생… 불안정성↑
"집값 떨어지면 사라" 발언 이미 신뢰도에 악재
일각서 정책 논란보다 '가족 거론' 부각 움직임도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전세 관련 질의를 듣던 중 가족이 언급되자 격노하고 있다. ⓒ뉴시스
10·15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한달이 넘었지만 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 정부가 '불가피한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해온 조치에도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4년 8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뛰었다.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야당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에게 갭투자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딸을 거론하자 김 실장이 강하게 반발하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처럼 시장 불안과 국회 충돌이 맞물리며 정부 조치의 설득력을 둘러싼 논란이 되레 확산하는 모습이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열린 국회 운영위에서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10·15 부동산 대책을 비판하며 김용범 정책실장을 추궁했고 이 과정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김은혜 의원은 김용범 실장에게 "따님이 전세 살고 있는데 전세금은 누가 모은 것이냐"고 질의했다. 그러자 김 실장은 "딸이 저축을 한 게 있고 내가 조금 빌려준 게 있다"고 답했다. 이어 "김 실장은 이 정부가 얘기하는 갭투자로 집을 사셨지 않느냐"라고 물었고, 김 실장은 "아니다. 내가 중도금을 다 치러서 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김 의원은 다시 김 실장의 딸을 거론하며 "지금 따님한테 임대주택 살라고 얘기하고 싶으시냐"라고 물었고, 김 실장은 "내 가족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하지 말라"라고 반발했다.
김 의원은 "내년 정부 예산에서 청년 전세가 될 수 있는 정부 대출, 정책 대출을 거의 다 잘랐다"고 지적하면서 "따님을 뭐라 하는 게 아니다. 정책 대출을 그렇게 줄여 놓으면 청년들은 월세나 임대주택에 가라는 것이냐"고 짚었다.
그러자 김 실장은 "딸을 거명해서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며 "정부에서 청년을 위한 대출을 줄인 게 없다. 무엇을 줄었느냐"고 반문했다. 김 실장이 야당 의원의 질의에 "공직자 아버지를 둬서 평생 눈치 보고 살면서 전세도 부족한 딸에게 갭 투자는 무슨 말씀이냐"는 고성 항의를 하며 김병기 운영위원장이 제지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해당 논쟁은 이후에도 지속됐다. 우상호 정무수석 역시 김 실장의 이 같은 대응을 만류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부동산 대책 그 자체보다 질의 과정에서 가족을 거론한 방식을 논란의 쟁점으로 부각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되레 김 의원이 김 실장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김 의원이 김 실장 가족 문제를 거론한 것에 대한 오히려 유감을 드러냈다. 박 의원은 "김 정책실장은 공무원 출신이고 딸에게 어떤 아버지인들 집이라도 한 채 사주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라며 "그런데 전세 셋방을 전전하니까 가슴이 아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정치판이라고 하지만 배우자나 자식에 대해서는 절제된 표현을 해야 한다. 김 의원이 김 실장한테 사과해야 마땅하다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동산 대책을 둘러싸고 정부 핵심 라인에서 '내로남불' 논란이 제기됐던 점 역시 이번 논쟁과 맞물려 있다. 앞서 10·15 대책 설명 과정에서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은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는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이상경 전 차관은 부동산 막말 논란 뿐 아니라 갭투자 의혹 논란까지 더해져 여론의 대대적 역풍을 맞았으며, 이후 사과문을 발표했음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지난달 24일 사의를 표명한데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면직안을 재가하면서, 이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까지 수식되던 이 전 차관의 거취는 조기 정리됐다. 이 전 차관을 둘러싼 논란은 10·15 대책이 부동산 투기 수요 차단과 갭투자 억제를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고위 공직자 스스로가 '내부 모순'을 드러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여기에 운영위 고성 건까지 더해지면서 논란은 김 실장으로까지 확산했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시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야당은 '김 실장의 행태가 국회를 무시한 안하무인적 처사'라며 '엄중한 조치'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고성 논란 직후 국민의힘은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김은혜 의원이 '갭투자로 집을 사셨죠'라고 묻자, 김 실장은 '중도금을 모두 치렀다'라고 답변했다"며 "이는 갭투자의 개념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동문서답으로 대응한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마치 도둑이 제 발 저린 듯한 김 실장의 볼썽사나운 모습"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실장은 운영위 공방 이후인 이날 김어준 씨 유튜브에 출연해 정부 대책의 취지를 다시 설명했다. 김 실장은 김 의원과 언쟁을 벌인 일을 두고는 "좀 더 부드럽게 답변하는 훈련을 해야겠다"며 "(정치 영역에 들어왔다는) 인식을 더 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선 "가격 급등의 모든 상황이 갖춰졌는데 단기적으로 공급이 바로 따라갈 수 없어 응급조치를 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시간을 벌고, 몇 달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며 "필사적으로 관계장관회의를 구성해 주택공급방안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가격 상승과 청약 이탈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정부가 강조해온 '시장 안정' 방향성과 현장 체감 사이의 괴리가 드러났고, 그만큼 정부의 정책 설득력도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정부는 고육지책을 내세우면서 부동산 가격을 시장 과열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당장 10·15 대책 전 아파트 매수세가 몰리면서 9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가 4년 8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는 수치가 나온 상황이다.
전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공동주택 매매 실거래가 지수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2.75% 상승해 2021년 1월 3.15%를 기록한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 실거래가 지수가 오른 것은 해당 월의 거래 가격이 이전 거래가보다 높은 금액에 팔린 경우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 상승은 10월에도 이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와 함께 10·15 부동산 대책으로 고강도 다중 규제가 시행되면서 청약시장에서도 이탈 조짐이 뚜렷해지는 통계가 나왔다. 분양가 상승과 치열한 가점 경쟁, 대출 규제 강화가 겹치며 청약통장 이탈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의 청약통장 가입현황 통계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전체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631만2993명이다. 전월(2634만9934명) 대비 3만6941명이 감소했다. 이는 올해 월별 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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