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이 되기 위해 애쓰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50대 회사원의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담아내 호평을 받는가 하면, 40대 여성들의 삶을 통해 공감을 끌어내기도 한다. TV 드라마들이 중년의 현실을 가감 없이 담아내고 있다.
최근 가장 화제작 중 하나인 JTBC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이하 ‘김부장 이야기’)는 50대 중년 남성의 현실을 포착한다.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한 중년 남성 김낙수(류승룡 분)가 긴 여정 끝에 마침내 대기업 부장이 아닌 진정한 본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는 작품으로, 결국 김낙수가 희망퇴직을 신청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디테일하게 그려져 호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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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부장이지만, 그가 가장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집에서 또 직장에서 얼마나 고군분투하는지 그 과정을 차근차근 풀어내며 김낙수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후배, 아들에게도 꼰대 취급을 받지만, 좌천당한 공장에서 직원들을 해고시키지 못해 희망퇴직을 결심하는 김낙수의 입체적인 면모를 통해 공감을 유발 중이다.
배우 김희선이 ‘공감’을 자신한 TV조선 월화드라마 ‘다음 생은 없으니까’는 육아 전쟁과 쳇바퀴 같은 직장 생활에 지쳐가는, 마흔 하나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워킹맘의 애환부터 경력이 단절된 기혼 여성의 분투, 아직 결혼하지 못해 조급한 미혼 여성의 고민까지. 40대 여성들이 한 번쯤 해봤을 법한 고민들을 고루 담아낸다.
제작발표회 당시, 김희선이 경쟁작인 이정재, 임지연 출연작인 ‘얄미운 사랑’과의 대결에 대해 “우리에겐 공감대가 있다”고 자신할 만큼, 현실과 맞닿은 이야기가 이 드라마의 강점이 되고 있다.
혹은 tvN 드라마 ‘태풍상사’처럼, IMF 시기를 배경으로, 무역회사의 사장이 된 초보 상사맨 강태풍(이준호 분)의 성장기를 통해 중·장년 시청자들의 추억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배우 이정재, 이영애 등 50대 배우들의 활약도 물론 이어지지만, 무게감 있는 장르물을 통해 재미를 주기보다는, 현실과 멀지 않은 이야기로 자연스러운 몰입을 끌어내는 것이 하나의 흐름이 됐다.
중·장년 시청자를 직접 겨냥, 높은 시청률을 기대하기도 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아무래도 젊은층보다는 중·장년 시청자가 TV를 더 많이 보는 만큼, 우선은 그들을 잡는 것이 하나의 중요한 전략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팍팍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주인공들의 고군분투가 남기는 여운도 길다. IMF 시기를 다뤄 시대적 배경은 다르지만, ‘태풍상사’ 속 김태풍과 태풍상사를 함께 끌어가는 오미선(김민하) 등이 치열하게 현실에 맞서는 과정은 모두의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극 초반, 김태풍이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통장을 보면서 오열, 각성하는 장면은 온라인 상에서 눈물샘을 자극하는 명장면으로 회자되며 초반 화제성을 책임지기도 했었다.
지금 필요한 메시지로 의미 있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노년층과 청년층은 물론, ‘영포티’(Young-Forty, 중년이지만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세대)에 대한 부정적인 뉘앙스까지 확산되는 등 세대 간 갈등이 커진 요즘, 중년들의 현실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며 이해하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하는 것이다.
‘김부장 이야기’의 조현탁 감독은 “주인공이 50대 중년 부장의 이야기라 2030 시청자들이 이입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세대 간의 단절된 흐름이 있는데, 드라마가 그런 것을 메울 수 있고 약간의 대안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으며 류승룡도 “저는 아직도 젊다고 생각하는데 ‘영포티’라는 슬픈 말이 있더라. 그런 괴리감을 이 작품이 잘 표현해낸 것 같다. 우리 50대가 가장 인구가 많은 세대인데 이런저런 고민을 요즘 굉장히 많이 하고 있다. 그런 것들을 이해하고 간극을 좁히는데 이 작품이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낸 바 있다.
그들의 의도처럼, 김낙수의 아들 김수겸(차강윤 분)이 식당에서 갑질 아닌 갑질을 하는 아버지에게 실망하는 장면은 물론, 취업 사기에 수천만원의 빚까지 졌지만 아버지의 응원에 힘을 얻는 과정에 공감이 이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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