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인사 대신 선택과 집중…삼성, 투톱 체제로 '뉴삼성' 첫 단추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5.11.21 11:47  수정 2025.11.21 11:49

삼성전자 2026년 사장단 인사

AI·반도체·모바일 중심 '뉴삼성' 구도

대표이사 2인체제 복귀...'8개월만'

반도체·모바일 경쟁력 강화 ↑

ⓒ데일리안DB

삼성전자가 반도체(DS) 사업의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과 모바일·가전(DX) 사업의 노태문 대표이사 사장 체제를 공식화하며 투톱 리더십을 재정비했다. 8개월간 직무대행이었던 노태문 사장을 정식 DX부문장 및 대표이사로 임명하면서, 삼성은 경영 안정과 세대교체 기반의 혁신을 동시에 선택한 모양새다.


21일 삼성전자는 사장 승진 1명, 위촉업무 변경 3명 등 총 4명 규모의 '2026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당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본격적인 '뉴삼성' 체제를 위해 대규모 인사가 단행될 것이란 관측도 컸으나 실제 단행된 인사는 소폭에 그쳤다.


다만 사업지원실 신설 이후 첫 정기 인사라는 점에서 반도체·모바일·컨트롤타워로 이어지는 '뉴삼성'의 경영 골격이 본격 모습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삼성전자
8개월 만에 정식 DX부문장된 노태문...전영현, DS부문장 유임

노태문 사장은 DX부문장 직무대행에서 정식 부문장으로 승진하며 MX(모바일)사업부장·대표이사까지 겸하게 됐다. 사실상 DX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위치에 섰다. 스마트폰·가전·TV 등 소비자 사업을 총괄하며 갤럭시 S25 개발 완성도 제고, 프리미엄 스마트폰 점유율 확대, AI·로봇·홈 플랫폼 전략 가속화 등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다.


1968년생으로 삼성 최연소 상무·부사장·사장을 차례로 밟은 노 사장은 '갤럭시 S25' 개발 완성도 제고, 프리미엄 스마트폰 점유율 확대, AI·로봇·홈플랫폼 전략 추진 등에서 성과를 인정받았다.


또한 전영현 부회장은 지난해 DS부문 '소방수'로 투입돼 HBM3E 퀄테스트 통과 및 엔비디아 납품 성과를 이끌었다. 메모리사업부장 겸직은 유지하지만, 삼성종합기술원(SAIT) 원장직을 내려놓게 되면서 반도체 사업에 전적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구조가 정비됐다. HBM, 범용 메모리, 파운드리 등 반도체 전 분야에서 의미 있는 실적을 거두며 경쟁 구도를 단기간에 반전시킨 점이 재계에서 높게 평가된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삼성전자

이처럼 DX, DS 양대 수장이 직을 사실상 유지한 것은 삼성전자의 가장 큰 사업인 모바일 및 가전, 그리고 반도체 사업의 근원적 경쟁력을 키우고자 하는 이재용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것이 업계 및 재계 분석이다. 사실상 양 수장이 리더십을 그대로 유지한 채 대표이사 공백을 8개월 만에 해소했다는 점에서다.


변화보다는 안정 인사에 방점을 찍었다는 해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MX·메모리 등 주요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문장이 사업부장도 겸직하는 체제를 유지했다.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경영안정을 도모하면서 미래 기술 준비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SAIT·삼성리서치에 '슈퍼 인재' 투입… 기술 경영 메시지 강화

이번 인사의 또 다른 축은 원천기술 강화다. 전영현 DS부문장이 삼성종합기술원(SAIT) 직에서 물러나면서, 하버드대에서 25년간 기초과학·공학 연구를 이끌어온 글로벌 석학 박홍근 교수가 SAIT 원장(사장)으로 영입됐다. 또한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였던 윤장현 부사장이 DX부문 CTO 사장 겸 삼성리서치장으로 승진했다.


윤 사장은 AI·로봇·바이오·반도체 등 첨단 기술 투자를 주도해온 소프트웨어 플랫폼 전문가다. 박 사장은 2003년 최연소로 ‘삼성호암상 과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는 두 대표이사는 본 사업에 집중하고, 원천기술은 별도 '슈퍼 인재'를 투입해 기술 경영 중심의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삼성의 전략인 것으로 해석된다.


연중 수시 인사... 부사장 이하 임원 인사 조만간

한편 삼성전자는 올해에도 연중 수시 인사를 이어왔다. 3월에는 갤럭시 S25의 성공을 이끈 최원준 MX COO를 사장으로 승진시켰고, 4월에는 3M·펩시 등 글로벌 기업 디자인 총책임자를 지낸 마우로 포르치니를 DX CDO 사장으로 영입했다. 이는 올해 정기 인사가 소폭에 그친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은 "우수 인재를 수시 선발하는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부사장 이하 2026년 정기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은 조만간 발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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