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보유세 때려야 한단 진성준…“그런다고 집값 안 잡혀”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5.11.24 06:00  수정 2025.11.24 06:00

진성준 “세 부담 커지면 집 팔 생각 들 수밖에 없어”

공급 부족·집값 상승 기대감에 집주인 “안 팔고 버틴다”

세입자 주거비 부담 키우고 ‘부의 세습’ 가속화 우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선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사실상 세제 강화로 다주택자들이 보유 주택을 내놓도록 유도하겠단 건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보유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진성준 의원의 발언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진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10·15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효과가 지속되긴 어렵지 않을까 싶다”며 집값 안정을 위해 ‘주택공급’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신규 주택공급은 10~15년을 내다봐야 하는 만큼 “가지고 있는 집들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통계상 상위 15%가 2채 이상 등 전체 집의 44%가량을 가지고 있는데 다주택 보유에 따른 부담이 발생하면 팔아야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에 다주택자 보유세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선거와 무관하게 용기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진 의원의 발언을 놓고 시장에선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만성적인 주택공급 부족 문제와 향후 집값 상승 기대감이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세제를 건드릴 경우 시장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단 지적이다.


전월세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다주택자 보유세 강화로 늘어난 세금 인상분이 전세 보증금, 월세가격으로 전가될 우려가 적지 않다. 결국 무주택 세입자 주거비 부담만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이미 ‘똘똘한 한 채’ 기조가 강해져 강남권 중심 집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주택수를 기준으로 세 부담을 강화하는 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규제 지역일 경우 종부세·양도세 등이 중과되거나 세율이 올라가는 구조여서 보유세를 올리면 집값을 잡는 효과보다는 추가 주택 구입을 막는 효과는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집값이 앞으로 더 오른다고 생각하면 실효성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집주인 세금 인상분, 전월세로 전가 우려…세입자만 ‘발 동동’
‘똘똘한 한 채’ 선호도 강해…보유세 올리면 거래세는 낮춰야
정책 방향성 ‘불분명’…매물 잠김·조세 저항 불 보듯 뻔해


서원석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통상적인 집을 여러 채 가진 것과 고가의 집 한 채를 가진 것을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주로 서울 강남권에 비싼 집 한 채를 가진 사람들이 많고 이것이 주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지대하다”며 “정부의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집을 몇 채 가졌냐보다 결국 가격 중심으로 가는 게 맞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도 “보유세를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거래세를 내리는 것도 의지가 있는지를 봐야 하는데 진 의원의 발언처럼 보유세만 올리게 되면 매물 잠김 현상은 물론 조세 저항이 거세져 시장은 더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며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 실패를 경험했는데도 불구하고 다주택자를 범죄자 취급하며 세금을 강화하겠단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시장에선 정부가 ‘부의 대물림’을 부추긴단 의견도 나온다. 새 정부 출범 전후 들썩이던 서울 집값은 6·27 대출규제와 9·7 공급대책, 10·15 대책까지 세 번의 대책이 거듭됐지만 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상급지’로 분류되는 지역에선 여전히 신고가 거래가 이뤄지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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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전반적인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탓으로 풀이된다. 정부 규제가 계속될수록 집값은 오르고 오를수록 팔지 않고 물려주는 게 유리하단 문재인 정부의 학습효과가 작용하는 양상이다.


실제 올 들어 서울에서 증여는 활발하게 이뤄지는 추세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10월 서울 집합건물 증여 건수는 6718건으로 이 중 21.6%가 강남3구에 집중됐다. 강남구에서 가장 많은 572건의 증여가 이뤄졌고 양천구(481건), 송파구(450건), 서초구(430건) 등의 순이었다.


합 랩장은 “그동안은 실수요 목적에서의 세 부담을 줄이고 주택수에 따라 과세를 차별화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다 보니 한강변, 강남권 고가 주택을 장기 보유하고, 그 집값이 굉장히 높아지는 데 대한 수요를 계속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작용하고 있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규제지역에 대한 세금 강화는 효과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주택수도 중요하지만 보유한 주택을 다 더했을 때의 가액, 실거주 여부 등에 따라 세금 부담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추는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되 단순히 주택수만 따지기보다 가액 기준을 살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서 교수 역시 “다주택자 세 부담을 키워서 매각을 통해 주택 공급분을 확보하자는 취지인데 시간이 지나면 결국 일관성과 객관성을 모두 잃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고 세제 개편에 나서는 게 바람직한데 지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두 채 10억원인 다주택자와 한 채 50억원인 1주택자를 놓고 누가 더 문제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매각을 유도할 만큼 보유세를 엄청나게 올리지 못할 거라 지금은 세금을 더 내더라도 우선 가지고 있는 게 유리하다는 의지가 더 강하다”며 “특히 서울 등 규제지역에 여러 채를 보유한 경우라면 어느 정도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지금 상황에서 다주택자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으로 집값 안정 목표를 달성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집값을 잡겠다면 보유세를 올리면 안 되고 조세 밸런스를 맞추겠단 부유세 개념이라면 반대로 거래세를 낮춰야 하는데 목적이 불분명하니 종부세를 만능열쇠처럼 쓰려고 한다”며 “최근 들어 집값이 또 반등하고 있는데 양도세를 내리면 부자 감세 논란도 있으니 민주당에는 어려운 숙제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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