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차세대 AI 메모리 승부수, SK하이닉스와 초접전 ‘눈길’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5.11.29 06:00  수정 2025.11.29 06:00

삼성의 HBM 조직개편 앞세운 맞불

D램 1위도 기관마다 엇갈린 ‘초접전’

서울 서초구 삼성 딜라이트샵에 전시되어 있는 D램, 낸드 플래시, 모바일AP, LED 조명 ⓒ뉴시스

삼성전자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직을 재정비하며 SK하이닉스와의 ‘AI 메모리 패권전’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D램과 HBM 개발 라인을 다시 묶는 구조 개편이 이뤄진 가운데,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 사이에서도 두 회사의 D램 매출 1위가 엇갈릴 정도로 초접전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메모리사업부 내 HBM개발팀을 해체하고 D램개발실 산하로 재편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지난해 ‘별도 조직’으로 신설했던 HBM팀을 다시 개발실 중심 체제로 통합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이를 HBM4·HBM4E 등 차세대 제품 개발에서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개발 공정과 설계의 연계 속도를 높여 차세대 제품 대응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조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최근 HBM은 메모리 산업의 주도권을 좌우하는 핵심 제품이 됐다. 이에 따라 삼성의 조직개편은 HBM과 D램의 개발 체계를 일원화해 기술·공정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엔비디아·AMD 등 주요 고객사와 차세대 HBM 인증 및 평가를 지속하며 고객 기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HBM3, HBM3E에서는 경쟁사 대비 시장 대응이 다소 늦었지만, 최근 근원적 경쟁력에 집중하면서 내년 이후부터는 HBM4를 중심으로 점유율을 크게 확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3분기 D램 매출 137억5000만 달러로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전세계 D램 시장 매출 414억 달러 가운데 약 33.2%의 비중을 점한 것이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12.4% 증가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전 분기 38.7%에서 소폭 하락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HBM 시장 확대에 따라 올해 1분기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D램 시장 1위를 차지, 3분기까지 연이어 3개 분기 연속으로 전세계 D램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기준 SK하이닉스보다 소폭 뒤진 32.6%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3분기 D램 매출은 전 분기보다 30.4% 증가한 135억 달러를 기록했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글로벌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30%를 상회하는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같은 기간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를 제치고 D램 1위를 탈환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중국 차이나플래시마켓(CFM)은 3분기 삼성전자가 D램 매출 139억4200만 달러(점유율 34.8%)로 시장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137억9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점유율 34.4%를 기록했다고 했다.


이는 두 회사의 D램 시장 격차가 통계 오차 범위 수준으로 좁혀졌다는 의미로 읽힌다. 업계는 내년에도 두 회사의 경쟁이 HBM과 범용 D램 전반에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속되고 수요가 가속화되면서 공급 부족과 가격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는 4분기 범용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45~50% 상승하고,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포함한 전체 D램 가격은 50~55%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HBM과 범용 D램이 모두 부족한 시장에서 기술·공정·조직 역량을 얼마나 빠르게 맞출 수 있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며 “삼성과 SK하이닉스의 경쟁은 내년에도 ‘수요가 아닌 공급이 시장을 제한하는’ 구도 속에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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