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가 환율 상승 '주범'이라고요?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5.12.02 07:29  수정 2025.12.02 07:29

한은총재 "고환율, 서학개미 때문"

서학개미보다 강했던 국민연금 매수세

국민연금 환헤지 여부 비공개할까

증권사 통한 서학개미 우회 관여까지

외환 당국이 최근 환율 상승 원인으로 서학개미들의 해외투자를 첫머리에 꼽은 가운데 투자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해외투자 수요가 원화 약세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엔화 약세, 한미 금리차 등 복합적 요인이 상승 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서학개미 '낙인찍기'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다. ⓒ게티이미지뱅크

외환 당국이 최근 환율 상승 원인으로 서학개미들의 해외투자를 첫머리에 꼽은 것과 관련, 투자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투자 수요가 원화 약세에 영향을 주긴 하지만 한미 금리차, 엔화 약세, 기관 해외투자 등 복합적 요인이 상승 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서학개미 '낙인찍기'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10~11월에만 123억3700만 달러(약 18조1490억원)에 달하는 해외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10월에만 68억1300만 달러(약 10조226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11월(1~28일)에도 55억2400만 달러(약 8조1264억원)를 순매수했다.


정부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시점에 서학개미 운신 폭이 확대됐고, 환율 상승까지 맞물린 탓에 일각에선 서학개미가 환율 상승의 '주범'이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환율이) 1500원을 넘는다면 이는 한미 금리차나 외국인 때문이 아니고 단지 내국인들의 해외주식 투자가 많기 때문"이라며 "'젊은 분들이 해외투자를 왜 이렇게 많이 하느냐'고 물으니 '쿨해서'라고 답하더라. 이런 것들이 유행처럼 커지는 면에서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관련 인식을 뒷받침하듯 금융당국은 서학개미 관련 추가 과세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서학개미 페널티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정책이라는 것이 상황 변화가 되면 언제든 검토하는 것이고 열려있다"고 했었다.


이에 서학개미들은 20억원 규모의 이 총재 자녀 유학비 논란, 41억원 상당의 장용성 금통위원의 해외주식 보유 사례 등을 거론하며 '내로남불' 공세를 폈다.


세태를 비꼬기라도 하듯 온라인에선 '해외주식 양도소득세율 인상, 보유세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이재명 대통령 사칭 대국민 담화문까지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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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환율 상승 책임을 서학개미에게 지우려던 당국 입장과 상반되는 데이터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올해 1~3분기 '일반정부'의 해외 주식 투자는 총 245억1400만 달러(약 36조625억원)로 나타났다. 이는 127억8500만 달러(약 18조8080억)였던 작년 동기보다 92%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비금융기업등'의 해외주식 투자는 166억2500만 달러(약 24조 4570억)로, 95억6100만 달러(약 14조652억)였던 지난해 동기보다 74% 늘었다.


한은은 '일반정부'를 국민연금으로, '비금융기업등'을 개인 투자자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를 감안하면, 투자 금액상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매수 규모가 서학개미보다 크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뉴시스

당국은 부랴부랴 서학개미에 대한 직접적 관여 가능성에 선을 긋고 외환시장에서의 국민연금 영향력을 부각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이 환율을 결정하는 주류가 됐다"며 국민연금의 환 헤지 여부가 시장에 '시그널'로 작용하는 부분을 금융당국이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산업통상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 등 6개 부처·기관은 전날 머리를 맞대고 외환 수급 안정화를 위한 정책 과제를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국민연금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을 조화시킬 수 있는 '뉴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기 위한 정책 논의를 4자 협의체(기재부·복지부·한은·국민연금)를 통해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정책 당국이 국민연금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며 "뉴 프레임워크를 중심으로 환 정책이 진행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금융사가 환 리스크 등 해외투자 관련 위험 요인을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지 내달까지 확인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증권사들이 환차손 등의 위험 인식을 고객들에게 강조할 경우, 투자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접근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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