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지 지키기' 사활 건 대통령실…李, 정권 부담에도 끝까지 품을까 [정국 기상대]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5.12.05 00:00  수정 2025.12.05 05:09

'인사청탁' 논란, 김남국 책임으로 정리

'인사권 없는 부속실장' 실세 의심 증폭

"몸통은 김현지"…野, 감찰 압박

정권부담 고조…李, '20년 인연' 끊을까

김현지 제1부속실장이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과 여당 인사 간 '인사 청탁' 논란이 김현지 제1부속실장 '실세설'의 핵심 증거가 된 모양새다. 인사 권한이 없는 김 실장이 '인사위원장'인 강훈식 비서실장과 동등한 위치로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논란 속에서 김 실장에 대한 책임 추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을 지키기 위한 의도적인 '물타기'라는 지적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이 결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4일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김남국 디지털소통 비서관은 오늘 대통령비서실에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사직서는 수리됐다"고 밝혔다.


지난 2일 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김 비서관에게 특정 인사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에 추천해 달라는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김병기 원내대표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은 문 원내수석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사과했고, 김 비서관은 사직서가 수리되면서 대통령실을 떠났다. 사태 이틀 만에 일단락된 것이다.


다만 야권은 이번 '인사 청탁' 사태가 마무리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핵심인 김 실장에 대한 징계는 물론 언급조차 없는 탓에 이번 논란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의도적인 '물타기'라고 의심한다.


이번 인사 청탁은 표면적으로 보면 문 원내수석과 김 비서관 간 특정 인사를 민간단체 협회장으로 추천하기 위한 논란이다. 하지만 청탁 대상을 들여다보면 인사권이 없는 김 실장이 포함돼 있다. 정황상 김 실장은 표면적으론 제1부속실장임에도 강 실장과 동등하게 인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라는 것이 드러났다고 야권은 판단한다.


대통령실은 이번 사태는 전제부터가 잘못됐다고 반박한다. 김 실장은 인사권이 없음에도 김 비서관이 문 원내수석에게 김 실장이 인사권이 있는 것처럼 말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를 "부정확한 정보를 부적절하게 전달했다"라고 설명하며, 김 비서관이 이를 인정해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고 했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마친 뒤 질의응답을 통해 "김 비서관이 사의를 표명한 이유는 부정확한 정보를 부적절하게 전달했고, 대답에 있어서 매우 잘못된 부분을 스스로 인정했기 때문에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까봐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남국 대통령실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 ⓒ연합뉴스

정치권에선 대통령실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김 비서관은 단순히 대통령실 직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 비서관은 국회의원 시절 당시 친이재명계 그룹 '7인회' 일원으로 평가될 정도로 최측근 인사다. '코인 논란'에 민주당을 탈당한 이후, 민주당 위성 정당인 '민주연합'에 입당해 선거를 도왔고 총선이 끝나고 복당했다. 원외에서 당시 대표였던 이 대통령을 지원했고, 대선 이후엔 대통령실 비서관으로 합류했다.


정치권에선 정치적 경험은 물론 이 대통령 측근 그룹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을 것으로 보이는 김 비서관이 김 실장에게 인사권이 없다는 사실을 모를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김 비서관 사의는 김 실장에게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꼬리 자르기'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국민 분노를 무마하기 위한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며, 국정 전횡과 인사 농단의 실체는 여전히 대통령실 핵심부에 그대로 남아 있다"며 "김 실장은 이번 사안에 대해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동생이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누나 역시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압박했다.


이동훈 개혁신당 수석대변인도 "'현지 누나' 이 짧은 텔레그램 메시지 한 줄이 지금 대통령실 권력의 실제 흐름을 드러냈고, 김 실장은 '몸통'이 분명하다"며 "인사 프로세스가 실제로 어떻게 운영됐는지, 부속실장이 왜 인사 통로로 거론되는지, 사적 관계가 공적 권한을 침범했는지 전면 감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정부·여당은 이번 사태를 '문진석·김남국'에 초점을 맞춘 채 "부적절하다"라는 입장 정도로 낮춰보고 있다. 특히 김 실장의 인사개입설 논란조차 단순 '해프닝'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친명'(친이재명)계인 김영진 의원은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두 사람(김남국· 김현지)이 오랫동안 알고 있던 사이였기 때문에 그렇게 거론하지 않았나 싶고, 특별한 의미는 없다"며 "(김현지 실세설은) 착각이고 적절한 말이 아니며, 실제 진행되고 있지 않은 사안을 과대 해석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여권이 김 실장의 인사개입설을 차단하는 이유는 '김현지 실세설'은 물론, 강 실장의 위증 논란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강 실장은 지난달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김 실장 실세설을 두고 "전혀 동의하기 어렵다"며 "내가 인사위원장으로서 모든 인사는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일축한 바 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지난달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대통령경호처에 대한 2025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하지만 이번 '인사 청탁' 사태로 김 실장의 인사개입설은 물론 실세설에 대한 의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인사와 관련된 논란이 여러 차례 김 실장에게 불거진 상황에서 더 이상 묻고 넘어갈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것이다.


사실상 정권 차원의 부담으로 김 실장이 의혹이 커진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하지만, 정치권에선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만사현통'(모든 것은 김현지를 통한다)이라는 별명은 김 실장과 이 대통령 간 신뢰 관계, 나아가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에 대통령실과 여당 내부에서 쉽게 결단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결국 김 실장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실과 여당이 '물타기'를 하고 있는 것인데, 지킬 목적이 아니라면 이렇게 행동할 이유가 있나"면서 "이 대통령은 김 실장을 끌어안고 있을수록 불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비서관은 이 대통령 측근 중 측근임에도 직접 요청한 것이 아니라 김 실장에게 청탁할 정도라면 실제로 인사에 상당한 개입을 하는 것으로 추론할 수밖에 없다"며 "김 실장이 진짜 최측근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린 격이 된 것인데, 문고리 중 문고리라고 평가되는 사람이 인사에 개입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 평론가는 이재명 정부가 향후 레임덕에 마주할 경우, 김 실장 문제는 게이트급 사안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는 잘 된 사람은 불만이 없지만, 밀려난 사람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레임덕이 심해지면 제보자가 나올 수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우려되는 상황이 반복되면 게이트급이 될 수 있는데, 문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를 끊어내지 못하는 것처럼 이 대통령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실장 문제가 다시 한번 불거진 만큼, 김 실장은 사의를 표명해야 하고 이 대통령은 수리해야 한다"며 "현재로선 대통령실 밖으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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