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의 LS 대박 뒤에 남은 질문…'정보의 공정성'은 지켜졌나 [데스크 칼럼]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입력 2025.12.03 09:12  수정 2025.12.03 09:43

호반, LS 지분 매각 1000억대 차익

자회사 대한전선 기술 탈취 분쟁 중 매수

주가 급등하자 시세차익 실현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호반그룹이 최근 보유했던 ㈜LS 지분을 매각하며 1000억원대에 달하는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둔 것을 두고 재계와 자본시장의 논란이 뜨겁습니다. 단순히 '성공적인 투자'라는 찬사를 보내기엔, 그 이면의 구조가 너무나 복잡하고 예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논란의 핵심은 호반의 자회사인 대한전선이 경쟁사인 LS전선과 첨예한 특허 소송을 벌이는 민감한 시점에, 호반이 슬그머니 LS의 지주사 주식을 매집했다는 점입니다. 이후 LS 주가는 호반의 지분 매입 사실이 알려지기 전 10만원대 초반에서 매각 시점(지난달 4일 종가 23만5000원)까지 약 두 배 넘게 급등했습니다.


투자 자체만 놓고 보면 대단한 성공이지만, 시장은 '단순 투자'라는 호반의 설명 뒤에 가려진 '정보의 비대칭성'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소송 유불리가 주가에 반영되는 '기묘한 구조'


이번 특허 분쟁은 단순한 기술 다툼을 넘어, 소송 결과가 승소 기업의 수익성과 밸류에이션에 직결되는 중대한 사건이었습니다. 특히 비상장사인 LS전선이 소송에서 이길 경우, 지분 92%를 보유한 지주사 LS의 기업 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었고 이는 곧 LS 주가에 반영될 수 있는 확실한 재료가 됐습니다.


즉, 호반의 자회사인 대한전선이 소송에서 패할수록, 역설적으로 LS전선(나아가 LS)의 이익 기대치는 커지고 LS 주가는 상승하는 기묘한 구조가 형성된 것입니다. 실제 올해 3월 LS전선이 대한전선을 상대로 낸 특허 침해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자 주가는 18~20% 상승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소송 정보와 구조를 가장 잘 이해하고, 정보에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던 플레이어가 다름 아닌 대한전선의 모회사 격인 호반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더욱이 호반은 이후 LS 지분을 3% 이상 매집해 상법상 '거버넌스 레버리지'까지 확보하며 시장에 긴장감을 불어넣었습니다. 상법상 3% 이상 지분을 보유하면 임시 주주총회 소집 청구, 이사 해임, 회계장부 열람 등 주요 경영참여 권리가 생깁니다. 호반 측은 "전선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한 단순 투자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은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주시했습니다.


'돈 버는 과정의 정당성'에 대한 시대적 질문


결과적으로 '경쟁사 모회사(LS) 지분 매수 → (자회사 대한전선) 특허 소송 패소 → (LS) 주가 급등 → (호반) 대규모 차익 실현'이라는 일련의 흐름은 시장의 질문을 멈추지 않게 하는 핵심입니다. 한국 자본시장은 기업 간의 소송, 기술 분쟁, 지배구조 리스크 등이 주가에 민감하게 반영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의 내부 정보, 특히 경쟁사의 '민감한' 정보를 가장 잘 아는 집단이 어떤 투자 결정을 내렸는지는 시장의 신뢰 문제와 직결됩니다.


호반이 소송 관계사의 지분을 대규모로 매집하고, 소위 '이벤트 드리븐'(Event-Driven) 구간에서 시차를 두고 이를 매도해 막대한 이익을 남긴 것은 법률적 논리를 떠나, 상식과 윤리의 영역에서 '불공정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정보 비대칭을 고의적으로 이용해 불공정한 이익을 취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이는 시장 질서 교란 행위로 규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주식 내부자 거래를 '정보의 절도(theft of information)'로 보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에선 자사 내부정보를 아는 임원이 자사 주식이 아닌 경쟁사 주식을 거래해 이득을 올린 것까지 '그림자 내부 거래'로 제재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번 사례는 우리 자본시장이 여전히 투명성과 '정보의 공정성'이라는 숙제와 씨름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돈을 어떻게 벌었는가" 보다 "그 과정이 정당했는가"를 묻는 시대적 질문 앞에서, 주주의 권리와 시장의 윤리, 그리고 기업 행위의 경계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를 되묻는 중요한 장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주식시장에서 장난을 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겠다"고 했습니다. 새 정부 들어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하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건 투자자들이 이 대통령의 이 말을 굳게 믿고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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