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임상 데이터에 ‘희망’ 얻는 가족들
의료정보, 누군가에게 또 다른 ‘기회’ 될 수도
ⓒ데일리안 AI 포토그래피
“OO 교수가 논문을 냈습니다.”
“이번 임상에서 의미있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병원과 의대 교수들의 ‘성과’ 관련 자료들을 분류하고 기사화하다 보면 일반인들에게 밥 먹고, 출퇴근하고, 잠을 자는 것 만큼이나 평범한 루틴처럼 여겨진다. 심지어 이 루틴 같은 일이 굉장히 고되기까지 하다. 전문용어가 뒤섞인 문장을 비전문가의 눈으로 들여다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종종 화제성이 떨어지면서 일거리만 많은 사안은 무시하고 넘기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병원의 성과와 교수의 연구 결과를 기자들에게 전달하는 병원 홍보담당자들 역시 그런 상황을 아는 듯하다. 그들을 만날 때마다 자주 듣는 말이 있다. 기자가 받는 병원 자료 속 몇 줄의 문장은 사실 수십 페이지의 논문과 복잡한 임상 데이터를 ‘읽고, 해석하고, 다시 쓰는’ 홍보팀의 부단한 노력을 거쳐 만들어진다고.
전문적이고 어려운 의학 용어를 비전문가인 기자와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 바꾸려는 홍보담당자들의 고충에 비하면 기자들의 고민은 어쩌면 새 발의 피인지도 모르겠다.
홍보담당자들의 노력으로 1차 가공된 자료, 혹은 기자의 취재에 응하는 그들의 답변 역시 단순히 ‘6하 원칙’을 전달하는 수준인 다른 업종에 비해서는 난이도가 높다. 그래서 좀 더 큰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이 정보가 닿아야 할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지금 얼마나 정확하고, 얼마나 분명하게 다리를 놓고 있는가.
그 해답을 최근 한 지인으로부터 우연히 얻었다. “부모님이 희귀병을 앓고 계신데, 우연히 읽은 병원 논문 기사에서 ‘이 방법이라면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병원과 교수의 성과를 기사화하는 일이 ‘고되다’는 생각은 어쩌면 그 성과가 오롯이 병원과 교수의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른다. 남의 성과를 빛내주기만 하는 일은 기자 입장에서 ‘보람’이나 ‘사명감’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 정보가 환자와 그의 가족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병원들의, 그리고 교수들의 노력의 결과물이 환자의 삶에 닿기까지 중간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익숙지 않은 용어와 개념의 허들을 넘는 게 뭐 그리 힘든 일일까.
의료정보는 한 사람의 선택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병원의 짧은 발표문이 누군가에게는 처음 듣는 치료 옵션이 되고, 다른 이에게는 불안을 덜어주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 과정 속에 기자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문장 하나를 정리하는 일에도 신중함이 더해진다.
누군가가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 만들어낸 연구 성과는 다른 누군가의 정성어린 손길로 정리되고, 그 결과물이 환자의 삶에 닿기까지의 마지막 단계에 기자가 서 있다. 누군가의 결심이나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한 문장을 다루는 지금, 기자가 써 나가는 한 줄은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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