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골목에서 DDP까지… 도시를 무대로 실험하는 어반플레이의 방식

박영민 기자 (parkym@dailian.co.kr)

입력 2025.12.05 14:15  수정 2025.12.05 14:16

로컬부터 미래 리테일까지, 10년 노하우로 '도시 생태계'를 설계하다

ⓒ어반플레이

서울 종로구 서촌 골목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지리적으로는 3km 남짓 떨어져 있지만, 올가을 이 두 공간을 잇달아 무대로 삼으며 도시 콘텐츠 기업의 새로운 전략을 제시한 기업이 있다. 바로 어반플레이다.


2013년 설립 이래 로컬 및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연간 350건 이상의 로컬 이벤트를 기획하고, 1,000여 팀의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온 어반플레이는 도시 공간을 단순 임대가 아닌 '콘텐츠를 테스트하는 플랫폼'으로 쓰는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어반플레이는 서촌의 글로컬 상권 창출 프로젝트 '에디션 서촌(B2G)'을 마무리한 직후, DDP에서 자체 기획 체험 전시 '울트라백화점 서울(B2C)'을 개막하며 공공과 소비자를 오가는 '오프라인 투트랙 전략'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5일간 골목을 실험실로: '에디션 서촌'이 보여준 학습형 상권 모델

지난 10월 15일부터 19일까지 5일간 진행된 '에디션 서촌'은 중소벤처기업부·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주관하고 어반플레이가 기획·운영한 글로컬 상권 창출 컨소시엄 프로젝트다. 서촌의 카페·갤러리·공방·서점 등 36개 로컬 비즈니스 공간을 동선으로 연결하고, 38개 크리에이터 팀이 협업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 축제를 넘어 '학습형 축제'를 지향한 것이 특징이다. 로컬 브랜드 콜라보 전시 외에도 예비 창작자를 위한 '로컬 장인학교', 지역 상인을 위한 '비즈니스 워크룸' 등이 함께 운영되며 상권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었다. 운영 사무국 집계에 따르면, 5일간 리셉션 및 주요 거점 공간 방문객은 약 2만6천 명으로 집계되었으며, 주말 유입 집중으로 서촌 일대 보행 흐름 변화를 만들었다. 특히, '에디션 서촌'과 카멜커피가 협업한 숏폼 콘텐츠 등은 단일 게시물 기준 50만 회 이상의 도달을 기록하며, 골목 프로젝트가 온·오프라인을 오가며 확산되는 패턴을 확인했다.


ⓒ어반플레이

어반플레이 관계자는 "에디션 서촌은 서촌이라는 장소성 위에 로컬 브랜드와 창작자가 함께 상권의 다음 챕터를 실험한 무대"라며,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각 지역의 고유 자원과 크리에이터를 연결하는 '로컬 에디션(Local Edition)' 형태로 장기 프로젝트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7개월간 DDP를 채우는 '울트라백화점 서울': 새로운 리테일의 프로토타입

서촌 골목 실험과는 별개로, 어반플레이는 10월 30일 DDP에서 브랜드 콘텐츠 체험형 전시 '울트라백화점 서울: 소비의 끝에서 만나는 가치'를 개막했다. 전시는 2026년 5월까지 약 7개월간 이어지며, 기존 백화점에서는 보기 어려운 50여 개 브랜드와 실험적인 소비 경험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미래형 리테일의 프로토타입을 표방한다.


현재 진행 중인 시즌1 '하이퍼 알고리즘'에서는 캐릿, 롱블랙 등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이 제시하는 인사이트를 스크랩하는 '텍스트 바인딩존'을 운영한다. 특히 '크리에이터 쇼룸'에서는 엄정화의 '엄메이징 슈퍼마켓', 이효리의 '아난다 요가', 김재중의 전통주 브랜드 ‘원’과 ‘류’ 등 셀럽이 직접 만든 브랜드의 세계관을 전시 형태로 경험할 수 있다.


전시는 이후 시즌2 '포스트 서브컬처', 시즌3 '로컬 헤리티지'로 이어지며 시즌마다 참여 브랜드와 구성이 전면 교체된다. 어반플레이 측은 "울트라백화점 서울은 상품 판매 중심이 아니라, 브랜드·콘텐츠·팬덤이 만나는 새로운 오프라인 리테일 경험을 실험하는 장"이라고 정의했다.


정부 프로젝트와 자체 IP를 하나의 역량으로 통합

에디션 서촌은 정부 주관 상권 활성화 프로젝트(B2G)인 반면, 울트라백화점 서울은 어반플레이가 주최하는 장기 전시형 자체 IP(B2C)에 가깝다. 재원, 파트너, 타깃이 모두 다르지만, 두 프로젝트는 "도시 공간을 콘텐츠 실험장으로 본다"는 공통된 방법론을 보여준다.


ⓒ어반플레이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는 "에디션 서촌이 동네 안에서 브랜드·공간·창작자가 만나 상권 전체의 분위기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실험한 무대였다면, 울트라백화점 서울은 그 실험을 도시 차원의 리테일 경험으로 확장한 무대"라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이어 "정부 사업 수행 역량과 자체 콘텐츠 IP 개발 역량을 분리해서 보지 않고, 도시 콘텐츠라는 하나의 관점으로 연결하는 것이 어반플레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라고 밝혔다.


어반플레이는 연희동과 서촌에서 검증한 '로컬 에디션' 모델을 다른 지역으로 확장하는 한편, 울트라백화점과 같은 자체 프로젝트를 통해 브랜드·크리에이터·팬덤이 만나는 새로운 오프라인 접점을 계속 실험할 계획이다. 골목 5일, 전시 7개월.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을 배경으로 진행된 두 프로젝트는, 도시를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닌 콘텐츠와 경험의 네트워크로 바라보는 어반플레이의 독창적인 '도시 콘텐츠 투트랙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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