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법원장회의, 내란전담재판부 반대 입장
與 "사법 신뢰 성찰 없이 권한만 앞세워" 맹공
사법부도 전국법관대표회의·공청회 계속
이젠 헌재법 개정?…'위헌제청해도 재판하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사법부 압박 입법 강행으로 사법부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전국 법원장들이 내란전담재판부설치 등 여권의 사법제도 개편 추진 방안을 두고 위헌성이 크다고 우려를 제기하자, 민주당은 법원이 사법 신뢰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외면하고 권한만 앞세운다며 비판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각급 법원장 등 43명은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정기 전국법원장회의를 열어 판사·검사·경찰이 법을 왜곡 적용하면 10년 이하 징역형 등으로 처벌하는 '법왜곡죄' 법안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을 두고 "재판의 중립성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다"며 "종국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여 위헌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향후 법안의 위헌성으로 인해 재판 지연 등 많은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피고인 측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할 경우 재판이 중단돼 오히려 지연될 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관련 사건 선고가 예정된 상황"이라며 "사법부를 믿고 최종적인 재판 결과를 지켜봐달라"고 요청했다. 법원장회의 참석자들은 이같은 내용에 사실상 만장일치 의견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원장들의 위헌성 우려 제기에 법원이 사법 신뢰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6일 국회 브리핑에서 "불법 계엄 이후 1년이 다 되어가도록 내란 재판은 지지부진하게 지연되고 있으며, 그 사이 윤석열은 한때 석방됐고, 내란 주요 공범에 대한 구속영장은 잇따라 기각됐다"고 했다.
이어 "사법 신뢰가 왜 무너졌는지에 대한 성찰 없이 책임은 외면한 채 권한만 앞세우는 모습"이라며 "사법부는 지금이라도 계엄 당시의 소극적 대응에 대해 국민 앞에 공식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사법부를 옹호에 나섰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치 사안에 극도로 신중한 사법부가 직접 나서 위헌을 지적한 것 자체가 이미 헌정 질서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대한 신호"라며 "대한민국의 사법 정의를 지키기 위한 법원장들의 외마디 외침에 우리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너무나도 명백하다"며 "특정 사건을 담당하는 별도의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며, 정권 입맛에 맞는 재판부를 구성해 정권을 위한 판결을 이끌어내겠다는 인민재판부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개혁신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정치적 발언을 극도로 자제해온 사법부가 이 정도 경고를 내놨다면, 정권의 위헌 드라이브에 이미 경고등이 켜졌다는 뜻"이라면서 "이재명 정권은 내란전담재판부·법왜곡죄 입법 폭주를 즉각 중단하라"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위헌 제청에 따른 재판 중단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석방 가능성을 이유로 위헌 소지를 완전히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현재 진행되는 내란 재판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불안을 불식해야 한다는 당위를 외치는 것만이 입법부의 역할이 아니다"라며 "법안 조문 하나하나를 냉정하게 따지고 검토해 모든 위험성을 제거해야 하는 것도 입법부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위헌성 논란이 지속되는 내란전담재판부 추진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여당과 선을 긋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측은 여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두고 "당정 간 사전 조율된 것과 다르다"며 여당 법제사법위원들의 일방통행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헌 소지가 없게끔 하자고 합의를 했는데 법사위 과정에서 틀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법사위를 통과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판사추천위원회에 법무부 장관이 포함되면서 사법부 독립성 침해와 같은 위헌성 우려가 지적되고 있다.
법원은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을 이어간다. 오는 8일에는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열고 사법제도 개편 관련 의견을 수렴한다. 9~11일은 법원행정처·법률신문 공동으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를 개최한다.
사법개혁안의 연내 처리를 목표로 하는 민주당은 오는 8일 정책의원총회를 거쳐 9일 또는 10일 본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을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위헌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본회의에 수정안을 올릴지 여부가 주목된다. 오는 9일 본회의 후 정기국회가 종료되면 10일 곧바로 임시국회가 열릴 예정이다.
한편 민주당은 내란·외환 사건에서 헌법재판소에 법률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는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해도 예외적으로 재판이 중단되지 않게 하는 법안도 추진 중이다. 지난 5일 법사위 소위에서 이같은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올려 심사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또는 재판부 법관들이 "내란전담재판부는 위헌"이라며 법원에 위헌 심판을 신청하고 법원이 받아들여 재판이 중단되는 일을 막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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