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안까지 마련해 올렸지만 중앙위서 부결
의결에 필요한 재적 과반 찬성표 확보 못해
'독불장군' 행보 정청래 리더십 불신임인가
鄭 "즉시 재부의하기엔 많은 어려움 있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내 논란 속에서 밀어붙이던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 당헌 개정안이 중앙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초됐다.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에 큰 흠이 났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5일 중앙위원회의를 소집해 정청래 대표가 추진한 '1인 1표제' 당헌 개정안을 상정했으나, 의결에 필요한 중앙위원 재적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됐다. 함께 상정된 광역·기초의원 비례대표 후보자 투표권을 권리당원에게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당헌 개정안도 동반 부결됐다.
이날 부결된 '1인 1표제'는 현행 전당대회에서 대의원에게 부여되는 투표 가중치를 없애고,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똑같이 1표씩만 행사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위원회당 권리당원 숫자가 많은 호남의 영향력이 강화되고, 권리당원이 적은 영남 험지의 목소리가 작아지기 때문에, 그동안 민주당이 추진해왔던 '동진 정책'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논란 끝에 '험지'에 가중치를 두는 등 보완책이 담긴 수정안이 마련돼 당무위원회의를 통과했으나, 끝내 중앙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수정안이 마련돼 당무위를 통과했던 만큼, 이날 중앙위 부결은 당헌 개정안의 내용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는, 당내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독불장군'식 행보를 보여온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불신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위원은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시·도당위원장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 사이에서 정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과 회의감이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 있어, 결국 이것이 중앙위원들이 투표를 하지 않아 의결에 필요한 재적 과반의 찬성표가 나오지 않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관측이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논란 끝에 수정안이 마련돼 당무위를 통과했기 때문에, 내용만 놓고보면 중앙위에서 부결돼야 할 이유가 없었다"며 "결국 오늘 중앙위 부결은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중앙위원들이 물음표를 단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아울러 "아무래도 '명청대전'이니 무엇이니 해서 정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과 소통 하에 이런 일을 밀어붙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지 않느냐"라며 "이언주 최고위원 등이 왜 대통령이 해외 순방 나갔을 때 밀어붙이느냐고 집요하게 문제제기를 했던 것도 중앙위원들의 표심에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고 진단했다.
이날 중앙위 의결을 앞두고 일부 당원들은 중앙위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오늘 투표를 부결시켜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예상치 못했던 '1인 1표제' 중앙위 부결로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에는 스크래치가 났다. 정 대표는 온라인 투표 결과, 당헌 개정안이 재적 과반 찬성표를 확보하지 못해 부결됐다는 소식을 접하자 국회본청의 당대표 회의실에서 긴급 회의를 갖고 대책을 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정 대표 본인도 예상치 못했던 부결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직후 정청래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전당대회 때 약속한 공약을 실천하라고 당대표로 선출해준 당원들께 송구하다"면서도 "1인 1표제 당헌 개정안은 즉시 재부의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조금 더 시간을 갖고 당원들에게 길을 묻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 대표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은 마음"이라며 "1인 1표 당원주권 정당의 꿈은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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