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속도 열세에 제도 변화까지 겹쳐
성장 시장서 경쟁력 잃은 카드사
오리스 도입 앞두고 비은행권 환경 급변
국내 전업카드사들이 해외송금 시장에서 모두 발을 뺐다.ⓒ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국내 전업카드사들이 해외송금 시장에서 모두 발을 뺐다. 마지막까지 서비스를 유지해 온 신한카드마저 사업을 종료하면서 카드업계의 해외송금 서비스는 전면 중단됐다.
겉으로는 ‘수요 부진’이 이유로 제시됐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달러 관리 강화 기조와 맞물린 선제적 조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해외송금 서비스를 오는 31일부로 종료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018년 금융당국이 비은행권에도 소액해외송금업을 허용한 이후 시장에 진입했던 전업카드사들은 모두 철수하게 됐다.
해외송금은 유학·생활비 송금, 외국인 근로자 송금, 글로벌 플랫폼 정산 등 수요가 꾸준히 늘며 시장 자체는 성장해 왔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현대카드를 시작으로 롯데·우리·KB국민카드가 잇달아 서비스를 중단했고,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신한카드까지 손을 떼면서 카드업권의 해외송금 사업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업계는 카드사 해외송금 사업 실패의 주된 요인으로 구조적 한계를 꼽는다. 대부분 카드사는 국제금융망 스위프트(SWIFT)를 통해 송금을 처리해 전신료가 발생하고 수수료 부담이 크다. 처리 기간도 통상 수일이 소요된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업체들은 현지 금융사와 직접 연결하거나 전신료를 자체 흡수하면서 수수료를 4~5달러 수준으로 낮췄고, 웨스턴유니온·머니그램과의 제휴를 통해 1~10분 내 송금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2023년 해외송금 이용액은 10억달러를 넘어서며 빠르게 증가했다.
신한카드는 은행망 대신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 비자(VISA)와 협업해 43개국 대상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며 ‘송금 후 30분 이내 수취’라는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이 역시 시장 판도를 바꿀 정도의 효과를 내지는 못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외화 유출 관리 강화 정책도 카드사 철수를 재촉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환율 불안에 대응해 외국환 거래 모니터링이 강화된 데 이어, 내년부터 개인 해외송금 내역을 통합 관리하는 ‘오리스(ORIS)’가 도입되면서 비은행권의 송금 환경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수요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제도 변화까지 겹치며 사업 유지 명분이 약해졌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송금 시장에서 카드사의 경쟁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외화 관리 규제가 강화되면 사업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신한카드의 결정도 이런 환경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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