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축소 본격화…월세 확산에 가계금융 지형이 바뀐다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5.12.13 09:00  수정 2025.12.13 13:02

전세 후퇴에 가계대출 포트폴리오 변화 본격화

은행 ‘저위험’ 전세대출 줄며 우량손님 확보도 어려워져

월세 신용·현금흐름 기반 상품 개발 필요성 부각

전세의 월세화가 뚜렷해지면서 국내 임대차 시장의 금융수요 구조 변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전세의 월세화가 뚜렷해지면서 국내 임대차 시장의 금융수요 구조 변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최근 ‘전세의 월세화에 따른 금융수요 변화와 대응’ 보고서에서 인구구조 변화와 시장·규제 환경 변화가 맞물리며 월세 거래가 증가하는 가운데, 은행권 전세대출은 2022년 말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수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전세가 월세로 대체되는 현상은 ▲장기간 지속된 임대차 시장 구조 변화 ▲저금리 환경 ▲임대인의 월세 선호 증가 ▲1인 가구 증가로 소형 월세 수요 확대 ▲고령화로 인한 은퇴자들의 월세 거래 증가 등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했다.


전국 월세 거래량은 2014년 63만호에서 2024년 153만건으로 약 2.4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세 거래는 99만건→113만건으로 연평균 1% 수준에 그쳐 성장 격차가 컸다.


전세대출 금리가 2021년 말 2.4%에서 2022년 5.2%로 뛰며 전월세전환율(5.6~6%)과 차이가 줄어든 점도 월세 선호를 자극했다.


전세사기 확산과 보증금 반환 불안, 다주택자 세제 강화·임대차법 등 정책환경 변화도 월세 전환을 가속시킨 요인으로 꼽았다.


가구소득별로는 저소득층의 월세 비중이 여전히 높지만, 중상위 소득층에서도 전세 감소·월세 증가가 뚜렷해지는 추세다. 보고서는 “월세가 구조적 흐름으로 굳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은행권 전세대출은 2022년 이후 내리 감소 중이다. 전세대출 증가율은 2021년 33.7%에서 2022년 8.4%로 둔화됐고, 2023년 –14.8%, 2024년 –13.9%로 축소됐다.


2025년 10월 말 기준 증가율도 –0.6%다.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 비중은 전체 가계대출의 18.7%(2021년)→16.3%(2025년 6월)로 낮아졌다.


이 연구위원은 “전세대출 감소는 은행 입장에서 안정적 자산과 우량손님 확보 측면에서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은행 전세대출 차주의 85%는 고신용자, 65%는 고소득자이며, DSR은 32% 수준으로 주담대보다도 리스크가 낮다.


보고서는 월세 수요 확대에 비해 금융상품 공급은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월세 관련 상품은 보증부 월세대출, 월세 자동납부 서비스 등이 대부분이다.


이에 “임대인 월세수익 기반 투자상품, 현금흐름 담보대출, 임차인 전용 통장·목적형 저축·배상책임보험 등 상품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월세 손님 기반 확대는 미래 주담대 수요와도 연결된다며 “2030세대 월세 거주자의 생애주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대차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한 신규 고객 확보, 월세 정보를 신용평가에 반영하는 등 확장 전략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