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돌아온 셰프테이너…'훈수' 백종원 가고 김풍·손종원 뜬다 [D:방송 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5.12.17 14:01  수정 2025.12.17 14:02

한때 예능을 휩쓸던 '셰프테이너'가 다시 유행이다. 다만 2010년대 초반 강레오·백종원으로 대표되던 '훈수형' 셰프테이너와 지금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서바이벌 참가자와 피드백을 필요로 하는 상인들을 혼내고 다그치던 독설 셰프 대신 김풍·손종원·윤남노 등 각자의 요리 세계관과 예능 캐릭터를 앞세운 '캐릭터형 셰프테이너'가 대세로 떠오른 모습이다.


ⓒ유튜브 채널 'JTBC Entertainment'

16일 JTBC 유튜브 채널 'JTBC Entertainment'에 따르면 지난 14일 방영된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이하 '냉부해') 51회 하이라이트 영상은 조회수 27만회를 기록 중이다. 영상이 업로드 된지 이틀만에 30만회를 목전에 두고 있는데, 최근 방영분 하이라이트 영상들도 유튜브·포털 클립에서 수십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이전 시즌보다 더 웃기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냉부해’의 중심축은 김풍과 손종원, 윤남노, 권성준, 정호영, 박은영 등 젊은 셰프들이다. 스튜디오에서는 MC가 셰프들이 요리에 집중한 모습을 보고 '방송 이렇게 재미없게 할 거냐'며 농담을 던지고 셰프들도 굳이 '전문가'의 포즈를 취하기보다 서로를 놀리고 장난치는 쪽을 택한다. 제작진들은 '힙합보다 사랑, 사랑보다 돈' 등 요즘 유행하는 '밈'을 적극 활용해 유튜브 쇼츠나 X(구 트위터) 등에서 '제작진이 유행을 빠르게 쫓아 편집이 신선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 김풍과 손종원이 보여주는 '보살 케미'는 팬덤화까지 되는 분위기다. 손종원은 '노마' 등 해외 미쉐린 레스토랑을 거친 뒤 서울에서 두 개의 1스타 레스토랑을 총괄하고 프랑스 미식 가이드 '라 리스트'가 뽑은 '올해의 유망 셰프'로도 선정된, 업계에서 이미 검증된 셰프다. 그런데 방송에서는 김풍의 기상천외한 레시피를 보며 웃음을 터뜨리고 라면 스프·조미료 활용에도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으로 예능에 완벽하게 융화된 모습이다.


'냉부해'가 셰프테이너 제 2의 전성기를 유지하고 있다면 이 흐름의 시작은 지난해 9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요리 서바이벌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 시즌 1')일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흑수저·백수저'라는 계급 구도를 내세워 재야 셰프와 스타 셰프를 맞붙게 한 프로그램이다. 공개된 뒤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부문 3주 연속 1위, 6주 연속 톱10에 올랐고, 제61회 백상예술대상서 방송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흥행에 힘입어 시즌2를 제작, 이날 공개됐다.


이 프로그램이 키워낸 대표적인 '2세대 셰프테이너'가 윤남노와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이다. 윤남노는 '마스터셰프 코리아 4'에서 출연해 얻은 '요리하는 돌아이'라는 별명으로 '흑백요리사 시즌 1'에 출연했다. 그는 상식을 비트는 재료 조합과 가감 없는 리액션으로 '이상하게 설득된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후 그는 '냉부해'를 비롯해 유튜브 '스튜디오슬램'에서 '윤남노포'라는 콘텐츠를 이끌어가고 있으며 이밖에도 여러 프로그램에 나와 활약 중이다.


권성준은 나폴리에서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들을 거친 뒤, 한국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나폴리 맛피아'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흑백요리사 시즌 1'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최종 우승을 차지한 뒤 '나폴리 맛피아 시크릿 레시피' 등 책을 발간하고 방송, 유튜브 출연까지 꾸준히 하는 중이다. 서바이벌 당시에는 '태도가 건방져 보인다'는 반응도 있었으나 책 발간 기념 팬사인회에서 팬들과 티키타카하는 모습, 예능에서 보여주는 개그 감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여기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안성재 역시 '불호령' 대신 담담한 평가와 디테일한 설명으로 승부하며 과거 요리 서바이벌에서 흔히 보이던 '버럭 셰프' 이미지와는 다른 노선을 택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은 모두 누군가를 혼내거나 깎아내리는 대신 각자를 대표하는 캐릭터를 만들어 예능 안에서 유쾌하게 풀어낸다. 요리 실력은 이미 업계에서 증명됐고, 방송에서는 그 위에 B급 개그와 입담을 덧입히는 식이다.


ⓒCJ ENM

10년 전 셰프테이너 전성기를 돌아보면 CJ ENM의 Olive 요리 서바이벌 '마스터셰프 코리아'(이하 '마셰코'), '한식대첩' 시리즈,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시즌 1' 그리고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등이 있다.


'마셰코'의 강레오는 참가자의 접시를 보고 음식물을 뱉는 제스처를 취하는 등 고든 램지를 연상케 하는 직설적인 심사로 '독설 셰프', '한국의 고든 램지'라는 별명을 얻으며 인지도를 올렸으나 그의 독설은 참가자들을 넘어 방송에 나오는 셰프들에게까지 향하며 논란이 됐다.


'냉부해'에서 분자요리와 소금을 뿌리는 제스쳐로 인기를 얻은 최현석 셰프를 겨냥한 듯 '음식을 정말 잘해서 방송에 나오는 게 아니라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서 출연하면 요리사는 소금 뿌리며 웃겨주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인터뷰를 해 논란이 됐는데, 당시 강레오는 연예기획사에 소속돼 활발하게 예능 활동을 했기에 다른 사람을 비판할 자격이 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이처럼 독설 이미지는 자극적이기에 한 눈에 이목을 끌기 좋지만 처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자기나 잘하지'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백종원 역시 '한식대첩'과 '골목식당' 등을 통해 프로그램 참가자들과 자영업자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건네며 인기를 모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고성·훈수 장면들이 피로감을 낳았다.


이런 피로감은 최근 MBC '남극의 셰프'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남극 세종기지를 찾아 대원들에게 한 끼를 만들어주는 콘셉트였지만 첫 방송 시청률은 1.8%, 평균 1% 후반대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남극에서까지 식자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백종원이 설루션을 주는 방식에 '누군가를 띄우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단점을 극대화하는 방식 질린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밖에도 촬영을 위해 남극 세종기지가 1년에 한 번 보급받는 제한된 자원을 낭비했다는 논란 등으로 비판만 받는 상황이다.


1세대 셰프테이너들은 요리와 예능을 접목한 신선한 캐릭터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지만 '요리의 본질을 훼손한다', '셰프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과도한 막말을 한다'는 등의 문제로 인해 끊임없이 방송가의 화두로 올랐다. 그러나 2세대 셰프테이너들의 인기에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이전 세대의 문제점을 보완한 이들이 '누가 더 웃기고 사랑스러우냐'를 두고 경쟁하며 기분 좋은 웃음을 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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