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조종사협회, 항철위 압수수색에 우려 표명…"항공사고조사 독립성 훼손"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5.12.17 10:36  수정 2025.12.17 10:44

항철위 압수수색 두고 항공사고조사 국제 원칙 위배 우려

ICAO·NTSB 기준 들어 조사 독립성·비형사성 훼손 지적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대한 초기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가 전남경찰청이 12·29 여객기 참사 원인을 조사하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를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선 것과 관련해 항공사고조사의 국제적 원칙에 어긋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조종사협회는 17일 성명서를 통해 "전남경찰청이 지난 16일 항철위를 대상으로 사고 조사 자료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에 착수한 것은 항공사고조사의 국제적 원칙과 규정에 비춰 깊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항철위가 항공·철도 사고의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설립된 전문 조사기구인 만큼 사고 조사 과정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식 사고 조사가 종료되기 이전에 수사기관이 사고 조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원시 자료를 강제 확보하는 것은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 측면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항공사고조사의 목적을 사고 및 준사고의 예방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며 과실이나 법적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CAO는 항공사고 조사 활동의 유일한 목적이 안전 증진과 재발 방지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ICAO는 사고 조사 자료의 보호와 외부 활용 제한에 대해서도 명시하고 있다. 사고 조사 또는 준사고 조사를 수행하는 국가는 해당 자료의 공개가 현재 또는 향후 조사에 미칠 국내외적 부정적 영향보다 더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행기록장치(FDR),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등을 포함한 사고 관련 기록을 조사 목적 외 용도로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협회는 이러한 규정이 조사 진술과 음성 기록, 비행 기록 자료, 내부 분석 자료 등 사고와 직접 연관된 원시 자료를 보호함으로써 조사 참여자들의 자유로운 협조와 조사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협회는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역시 항공사고조사 지침서를 통해 사고 조사의 성격과 수사기관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고 밝혔다. NTSB는 항공사고 조사가 공식적인 쟁점이나 대립 당사자가 없는 사실 규명 절차이며 개연적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안전 권고를 제시하기 위한 과정으로 과실이나 법적 책임을 판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NTSB는 수사기관의 활동이 사고의 개연적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조사기관이 증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명시하고 있다고 협회는 전했다.


협회는 "항철위의 공식 사고 조사가 종결되기 이전에 사고 조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원시 자료가 수사기관에 의해 강제 확보되는 상황은 항공사고조사의 근본 취지인 독립성, 비형사성, 재발 방지 중심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이는 조사 결과의 신뢰성뿐 아니라 향후 사고 조사에 대한 조사 참여자들의 자발적 협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항철위가 향후 국무총리 산하 기구로 소속이 개편되는 과정에서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독립적이고 투명한 사고 조사 체계를 확립해 유가족과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조사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며 "항공사고 전문가 단체로서 경찰 수사와 항철위 사고 조사가 각자의 고유한 역할과 국제 기준을 존중하는 가운데 조화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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