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구조조정 '마지막 퍼즐' 울산 NCC…"속도보다 단계적 감산이 핵심"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5.12.17 14:20  수정 2025.12.17 14:20

정부 NCC 감축 기조 속 울산 산단은 차별적 조정 필요성 부각

샤힌 프로젝트 가동 일정, 구조조정 판단 기준점으로 작용

주요 기업 간 협력 없이는 시장 안정과 경쟁력 회복 모두 어려워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사진 왼쪽)원유를 정제해서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TC2C, 높이118m의 에틸렌 분리타워, 연간180만t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스팀크래커 등이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 ⓒ에쓰오일

국내 석유화학 구조조정 논의가 막바지로 향하는 가운데, 울산 산단을 둘러싼 판단의 기준이 ‘얼마를 줄일 것인가’에서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정부의 나프타분해설비(NCC) 감축 기조 속에서도 울산은 원료 경쟁력과 복합 밸류체인 구조, 그리고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가동 일정이라는 변수를 안고 있어 즉각적인 폐쇄보다 단계적 감산을 통한 질서 있는 조정이 산업 경쟁력과 지역 경제를 동시에 고려한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대산 산단이 가장 먼저 사업재편안을 제출한 이후 여수와 울산 산단이 막판 논의를 이어가는 가운데, 정부가 제시한 NCC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울산이 마지막 관문으로 남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울산 석유화학 산업단지는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 일정을 감안할 때 즉각적인 설비 폐쇄보다는 단계적 감산과 효율화가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시각이다. 샤힌 프로젝트는 내년 6월 기계적 완공 이후 하반기 중 테스트 가동을 거쳐 2027년 초 상업 가동이 예상된다.


특히 울산 산단은 복합적인 밸류체인 구조로 인해 단일 기업의 의사결정만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성급한 NCC 폐쇄는 오히려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에틸렌 생산 설비인 NCC는 단순한 생산 시설이 아니라 정유, 올레핀, 폴리머로 이어지는 석유화학 밸류체인의 핵심 설비다.


울산의 경우 NCC를 중심으로 에쓰오일을 비롯해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등 주요 정유·석유화학 기업과 100여 개에 이르는 다운스트림 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 때문에 특정 기업의 설비 폐쇄는 원료 수급과 제품 가격, 고용 안정성 전반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계는 울산 산단이 대산과 여수 산단과 달리 원료 경쟁력을 갖춘 지역이라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울산은 정유·석유화학 설비가 집적돼 있어 원료 조달과 물류 측면에서 구조적 강점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대산이나 여수 산단과 동일한 방식으로 울산 산단에 NCC 일괄 폐쇄를 적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샤힌 프로젝트의 본격 가동 시점을 울산 산단 구조조정의 핵심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정유·석유화학 설비 확충을 통해 에틸렌 공급 여력이 확대되는 만큼 가동 일정에 맞춰 감산 계획을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 가동 이후 울산 산단 내 기초 유분과 연계된 제품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공급 증가분을 흡수할 수 있도록 NCC 감산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정유·석유화학 기업 간 긴밀한 협력이 전제돼야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계적 감산은 울산 지역 경제와 고용 안정성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급격한 설비 폐쇄보다 중소 협력업체와 근로자들이 산업 전환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NCC 감축 목표 역시 단순한 물량 축소보다는 시장 안정과 산업 경쟁력 회복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데에 의견이 모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기적인 수치 달성보다 공급망 안정과 고용 안정성을 병행하는 구조조정이 정책 취지에 부합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결국 울산 산단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핵심은 ‘폐쇄 여부’가 아니라 ‘질서 있는 조정과 타이밍’에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전반에서는 울산의 원료 경쟁력과 샤힌 프로젝트 가동 일정을 함께 고려한 단계적 감산이 산업 경쟁력과 지역 경제를 동시에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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