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값 200원’ 저가 커피 13%↑…외식 물가 새 변수로 부상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5.12.22 07:00  수정 2025.12.22 10:54

보증금 아닌 ‘컵값’…음료가격 별도로 가격 표기

점주 자율의 함정…현장 혼선·우회 인상 우려

환경 효과 vs 물가 부담…“보완책 요구 목소리도”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고객이 일회용 컵에 담긴 커피를 들고 있다.ⓒ뉴시스

플라스틱 일회용컵 무상 제공이 금지되면서 테이크아웃 음료 가격과 별도로 ‘컵값’을 표기해서 받는 구조가 현실화 될 전망이다. 정책 취지는 기존 커피 가격에 포함돼 있던 컵 비용을 분리해 명시하는 데 있지만, 소비자 체감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유상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내용을 ‘탈(脫)플라스틱 종합대책’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컵값은 점주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할 계획이고, 100~200원 수준이 거론된다.


정부는 일회용컵을 무료로 제공할 경우 사용 억제가 어렵다고 보고, 비용 부과를 통해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취지에서 이번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회용컵 사용에 따른 환경 비용을 소비자가 직접 체감하도록 해 생활 속 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과거 정책과 성격이 조금 다르다. ‘회수’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보증금제와 달리, ‘컵 따로 계산제’는 일회용 컵을 매장에 반납해도 돈으로 돌려주지 않는다. 과거 편의점에서 무상 제공하던 비닐봉지를 유상으로 바꾼 것처럼 일회용 컵을 판매하는 게 핵심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현재 카페 등 매장에서 테이크아웃 음료를 구매할 때 일회용컵 비용은 음료 가격에 포함돼 있으나, 영수증에는 별도로 표시되지 않고 있다”며 “‘컵 따로 계산제’는 기존 음료 가격에 포함된 일회용컵 비용을 영수증에 분리 표기해 소비자의 인식과 구매 행동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체감 인상률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 1500원인 저가 커피 매장에서 컵값으로 최대 200원이 붙을 경우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 상승폭은 약 13%에 달한다. 2000원대 커피에서도 8~10% 수준의 인상 효과가 발생한다. 소비자가 가격 인상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3800원짜리 아메리카노에 일회용 컵값이 포함돼 있다. 탈(脫) 플라스틱 정책이 시행되면 커피값을 3600원으로 내리고 컵값을 200원만 붙이는 것이 맞겠지만, 현실에서는 3800원짜리 아메리카노에 일회용 컵값 200원이 더 붙어 4000원에 판매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일회용컵 비용은 그동안 원가 구조에 포함돼 가격이 책정돼 왔는데, 이를 별도로 받게 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추가 인상으로 느낄 가능성이 크다”며 “본사와 가맹점 모두 가격 체계와 현장 운영 방식을 다시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손님을 상대하는 일선 현장에서도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컵값을 점주 자율에 맡길 경우 매장별로 가격이 달라질 수 있어, 소비자 불만과 이에 따른 응대 부담이 매장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다. 규모가 큰 매장일수록 컵값이 적게 표기될 가능성도 크다.


서울시 강서구에서 커피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A씨(40대)는 “컵값을 따로 받는 순간 왜 받느냐는 질문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며 “컵값이 매장별로 다르게 적용될 경우 가격 기준을 둘러싼 소비자 불만이 현장에 집중되고, 정책 취지와 무관하게 점주가 민원 창구 역할을 떠맡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 플라스틱 컵 등 일회용 컵이 놓여 있다.ⓒ뉴시스

소비자 입장에서도 정책 취지와 달리 이미 가격에 포함돼 왔다고 인식해 온 비용을 다시 부담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원두 가격과 환율, 인건비와 물류비 상승 등으로 커피 가격이 잇따라 오른 최근 흐름과 맞물리며 체감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일회용컵과 뚜껑, 홀더 등 부자재 비용은 그동안 음료 가격 산정 과정에 반영돼 왔다. 원두와 우유 등 원재료 가격이 오를 때마다 커피 가격이 인상돼 온 상황에서, 컵값을 별도로 표기하게 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동일한 비용을 이중으로 부담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


여의도 소재 직장인 B씨(30대)는 “컵값 상한이 최대 200원으로 설정될 경우, 소비자는 기존 음료 가격에 얼마만큼의 컵 비용이 포함돼 있었는지 알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며 “이로 인해 일부 매장에서는 컵값을 명분으로 사실상의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부가 식품·외식 물가 안정을 강조하며 가격 인상 자제를 주문해 온 상황에서, 컵값 유상화가 또 다른 물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친환경 정책의 취지와 달리 소비자 반발과 체감 부담이 커질 경우 정책 수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환경 효과와 물가 영향을 동시에 고려한 보다 정교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컵값 부과 방식과 적용 시기, 소비자 안내 기준 등을 보다 명확히 하지 않을 경우 정책 취지와 달리 현장 혼선과 체감 물가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환경 정책의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현장에 적용될 구체적인 기준과 가이드가 함께 제시돼야 한다”며 “컵값 부과 여부와 방식이 모호할 경우 매장별 혼선과 소비자 반발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업계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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