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서 열린 CES 폐막
AI 결합된 가전·헬스케어·모빌리티 대다수
즉시 적용 가능 기술 대거 공개되며 이목 집중
CES 개막일인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관람객들이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이 9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올해 CES의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이었으며, 그중에서도 AI를 로봇의 몸과 결합한 이른바 '피지컬 AI'가 중심에 섰다.
올해 전시는 '혁신가들의 등장(Innovators show up)'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AI와 로봇, 모빌리티, 지속가능 에너지를 축으로 한 기술 경쟁이 전방위적으로 펼쳐졌다. CES 주관사인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는 150여개국 4500여개 기업이 참가했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그룹, 두산그룹 등 대기업을 비롯해 혁신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과 유망 스타트업 등 약 853개사가 참여했다.
지난해 CES에서도 AI가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지만, 올해는 검색창 속 챗봇이 아닌 AI가 자동차·로봇·가전·헬스케어 기기 안으로 들어가 작동하는 피지컬 AI가 전면에 등장했다. 연구·실험 단계를 넘어 즉시 현실에 적용 가능한 기술들이 대거 공개되며 전 세계 관람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시 구성 역시 이러한 변화를 반영했다. CTA는 올해 CES를 13개 테마 존, 260만ft²(약 24만m²) 규모로 조성하고, 로봇·디지털 헬스·모빌리티·에너지·크리에이터 공간을 대폭 확장했다. AI·블록체인·양자기술을 묶은 'CES 파운드리', 양자 산업을 다루는 '퀀텀 월드 콩그레스', 기술과 인류의 접점을 조명하는 '그레이트 마인즈' 세션 등도 새로 마련됐다.
삼성·LG, '가전 제조사' 넘어 AI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
관람객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6'에 마련된 윈호텔 삼성전자 단독 전시관에서 '130형 마이크로 RGB TV'를 소개하고 구경하고 있다. ⓒ삼성전자
가전 기업들은 더 이상 '가전 제조사'에 머물지 않고, 사용자에게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를 '통합 AI 경험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연간 4억대에 달하는 자사 제품에 AI를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상징하듯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외부에 처음으로 단독 전시관을 마련하고, 스마트싱스를 중심으로 집 안 기기들이 사용자의 요구를 스스로 이해하고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AI 기반 연결 경험을 선보였다. 다만 이번 CES에서는 로봇을 공개하지 않았다. 산업용 로봇을 시작으로 가정용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도 공감지능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설루션을 통해 고객의 일상 공간을 연결하는 'AI 경험'을 제시하며 '행동하는 AI' 시대를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홈 로봇 '클로이드'를 전면에 내세워 노동 부담을 줄이는 '제로 레이버 홈' 비전을 제시했으며, 이를 출발점으로 산업용·상업용 로봇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중국 가전 기업인 하이센스와 TCL도 로봇을 앞세웠다. 기술력을 과시하겠다는 의도로 읽히지만, TV나 공기청정기, 에어컨 등 주요 제품군이 국내 업체들의 제품과 유사하다는 지적은 피하지 못했다. TCL의 RGB TV는 일부 제품에 적색 칩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가짜 논란'까지 불거지기도 했다.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LG디스플레이 모델들이 신기술 ‘프라이머리 RGB 탠덤 2.0’을 적용한 OLED TV 패널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LG전자
디스플레이 업계 역시 AI와의 결합을 강조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AI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군을 대거 선보였다. 핵심 전시물로는 얼굴 형태의 곡면 및 원형 디자인을 적용한 13.4형 OLED를 탑재한 'AI OLED 봇'을 공개했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풀라인업과 함께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에 최적화된 프리미엄 차량용 디스플레이 솔루션을 선보이며 OLED 대중화 전략을 제시했다.
헬스케어 가전 분야에서도 AI 접목 사례가 눈에 띄었다. 바디프랜드는 웨어러블 AI 헬스케어 로봇 '733'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스스로 일어나고 앉으며 의자에 착석과 기립을 돕는 기능과 함께 근골격계 구조를 이해해 사지 움직임을 능동적으로 확장하는 로보틱스 기술을 특징으로 한다.
세라젬은 사용자의 스트레스 상태를 분석해 집중력을 높이는 소리를 제공하는 '브레인 부스 위드 AI 코치'와 AI 기반 수면 관리 기능을 적용한 '유스 베드 위드 AI 헬스 컨시어지' 등을 전시했다.
차 대신 로봇·AI…CES의 모빌리티 정의 변화
CES 개막일인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현대자동차그룹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로봇 아틀라스의 부품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정진주 기자
모빌리티 부문을 관통한 키워드 역시 피지컬 AI와 로보틱스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기차 열풍을 앞세운 모빌리티쇼에 가까웠던 CES는 지난해인 2025년 대다수 자동차 제조사가 불참하며 큰 전환점을 맞았다.
올해 역시 글로벌 1, 2위 완성차 제조사인 토요타와 폭스바겐을 비롯해 미국 빅3인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불참한 가운데에서도 이번 CES의 모빌리티 관련 부스는 800여곳에 달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사상 처음으로 참가한 현대위아를 포함해 전 계열사가 총출동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보폭을 넓혔다.
모빌리티 전시 부스 중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현대차그룹은 AI 로보틱스, 실험실을 넘어 삶으로’를 주제로 그룹의 역량을 결집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협업해 세계 최초로 공개한 전동식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56개의 자유도와 촉각 센서가 탑재된 손을 통해 최대 50kg까지 들어 올리는 정교한 동작을 시연하며 관람객들을 압도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부터 미국 메타플랜트(HMGMA) 공정에 아틀라스를 투입하고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 체계를 구축해 산업용 휴머노이드의 대량 생산 시대를 열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DF)과 로봇 훈련소 격인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를 통해 로봇이 스스로 학습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구매 부담을 낮춘 구독형 로봇 서비스(RaaS) 도입 계획도 발표했다.
부품 계열사의 혁신도 돋보였다. 현대모비스는 차세대 콕핏 통합 솔루션인 ‘엠빅스(M-VICS) 7.0’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면 유리창에 3차원 입체 영상을 구현하는 홀로그래피 디스플레이 기술과 조향·제동 기능을 전기 신호로 제어하는 ‘X-바이 와이어(X-by-Wire)’ 등 모빌리티 융합 기술 30여종을 소개했다. 이번 CES에 처음 무대를 마련한 현대위아 역시 새롭게 개발한 열관리 시스템 부품 3종을 공개했다.
CES 개막일인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마련된 현대자동차그룹과 두산그룹 부스 ⓒ정진주 기자
두산그룹 부스에서 두산밥캣은 AI 기술을 건설 현장에 투입해 생산성과 안전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혁신 기술과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에 대응하는 소형모듈원전(SMR)과 가스터빈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현대차그룹 부스 근처의 또 다른 부스에서는 글로벌 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 PTC가 람보르기니와 손잡고 ‘인텔리전트 제품 수명주기’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람보르기니의 고성능 스포츠카 ‘레부엘토’를 전시한 PTC는 설계(CAD)부터 데이터 관리(PLM), 서비스까지 제품 데이터 전 과정을 AI로 연결하는 엔드투엔드 체계를 선보였다.
HL그룹도 로봇 부품 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HL만도는 모터와 감속기, 센서, 제어기를 결합한 복합 부품으로 팔다리와 몸통, 손가락까지 적용 범위가 다양한 것이 강점인 휴머노이드 로봇 액추에이터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속에서도 테크 기업들과 후발 주자들의 공세는 매서웠다. 소니 혼다 모빌리티는 지능형 플랫폼 ‘아필라’를 통해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를 선보였으며 8만9900달러(약 1억2000만원 상당)부터 시작하는 가격과 함께 구체적인 인도 계획을 밝혔다.
독일 보쉬는 생성형 AI 기반의 콕핏을 통해 차 안을 ‘이동하는 사무실’로 변모시켰다.
BMW는 미래 비전을 담은 전기차 플랫폼 ‘노이어 클라쎄’의 첫 양산형 모델인 뉴 iX3를 통해 차세대 이동 경험을 제시했다. 자동차 제조사 가운데 최초로 아마존 ‘알렉사+’ 기술을 탑재한 생성형 AI 기반 음성 비서를 공개하며, 자연스러운 대화로 차량 제어는 물론 복잡한 지식 검색까지 가능하게 했다.
중국발 AI 공습도 본격화됐다. 지리자동차는 대형 SUV 지커 9X와 자율주행 시스템 G-ASD를 선보였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가 열린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을 찾아 장재훈 부회장과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한편, 올해 CES에 주요 그룹의 총수와 경영진이 방문해 AI 글로벌 트렌드를 파악하고 현장에서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 주력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개막 당일인 지난 6일 CES를 찾았다. 정 회장은 삼성전자, LG전자, 두산그룹, 퀄컴, 엔비디아 등 기업 부스를 잇달아 방문하며 광폭 행보를 했다. 정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도 만나 자율주행 협력을 논의하는 등 AI 로보틱스 시대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합종연횡에 박차를 가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박지원 부회장도 7일 자사 부스를 방문해 AI 시대의 에너지 설루션을 점검했다. CJ 오너 3세인 이선호 CJ그룹 미래기획그룹장도 같은 날 모습을 드러냈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 이석희 SK온 CEO 등도 방문해 주요 고객사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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