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금리 인하’ 주문에 사업자대출 부담 가중
수익성 공백 메우려다 건전성·정책 리스크 겹쳐
카드론이 가계대출 규제에 묶이자 개인사업자 대출로 방향을 튼 카드사들이 이번에는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주문이라는 새로운 부담을 떠안게 됐다.ⓒ연합뉴스
카드론이 가계대출 규제에 묶이자 개인사업자 대출로 방향을 튼 카드사들이 이번에는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주문이라는 새로운 부담을 떠안게 됐다.
카드론 위축에 따른 수익 공백을 메우기 위해 사업자 대출을 확대했지만, 당국이 고금리 문제를 정조준하면서 카드사 입장에서는 수익성·건전성·정책 대응이라는 삼중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여신금융포럼 축사에서 “카드사는 사업자 대출 금리 인하 등 상생 방안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카드론이 아닌 개인사업자 대출을 직접 언급하며 금리 인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당국이 카드사 사업자 대출을 언급한 배경에는 최근 카드사들의 대출 전략 변화가 있다.
정부의 ‘6·27 가계부채 관리 대책’ 이후 카드론이 3단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카드론 영업 여건이 크게 위축됐고, 이에 카드사들은 상대적으로 규제 부담이 적은 개인사업자 대출로 눈을 돌려왔다.
실제 삼성·신한·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NH농협·BC카드 등 9개 카드사의 지난 9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1조8375억원으로 전월보다 약 6100억원 줄며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카드사들은 이 같은 환경 속에서 개인사업자 대출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있다. 현대카드가 지난달 3년 만에 개인사업자 전용 대출 상품을 재출시했으며, 삼성카드도 사업자 대출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우리카드, BC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들이 그룹 내 은행과의 연계를 바탕으로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을 주도해 왔다.
문제는 사업자 대출 금리가 카드론보다 낮지 않다는 점이다. 10월 말 기준 사업자 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카드사의 평균 금리는 14%대로 나타났다.
특히 고신용자 구간에서도 사업자 대출 금리가 카드론보다 높은 사례가 적지 않다. 같은 기간 신용점수 900점 초과 구간의 사업자 대출 평균 금리는 12.45%로 카드론 평균 금리(10.2%)를 웃돌았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카드사가 보유한 가맹점 매출 추이, 카드 사용 패턴 등 데이터를 활용하면 금리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카드사들은 구조적인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차주의 신용도와 매출 변동성, 경기 민감도가 함께 반영되는 상품인 만큼, 당국 요구처럼 특정 구간의 금리를 일괄적으로 낮추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개인사업자 대출 확대 자체가 새로운 건전성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카드사들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카드사 등 2금융권 저소득(하위 30%) 개인사업자의 올해 2분기 대출 잔액은 전 분기 대비 5.4% 증가했고, 같은 기간 연체율도 1.92%에서 2.07%로 상승했다.
아울러 개인사업자 폐업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까지 겹칠 경우 리스크 관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론 규제로 사업자 대출이 대안으로 부상했지만, 이제는 금리 인하와 건전성 관리라는 또 다른 부담이 더해진 상황”이라며 “사업자 대출이 카드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지,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지는 당국과 업계의 조율 과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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