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고려아연, 美제련소 최종 계약 없이 지분 10% 넘긴 기형적 구조"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5.12.21 12:03  수정 2025.12.21 12:03

"계약 무산되더라도 지분 되돌릴 법적 수단 없어"

"원칙 무시한 지분 배정, 주주에 심각한 손해 초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 전경.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이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설과 관련해 "최종 합작계약이 체결되지 않아도 합작법인(JV)이 고려아연 지분 10%를 그대로 보유하게 되는 비정상적 구조"라고 주장했다.


21일 영풍에 따르면, 합작법인 투자자들이 체결한 '사업제휴 프레임워크 합의서(Business Alliance Framework Agreement)'는 당사자들의 역할과 책임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최종계약에서 이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


영풍은 "합의서에서는 합작의 성패를 좌우하는 최종계약이 2년 내 체결되지 않을 경우 합의서 자체가 해지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기 발행된 고려아연 신주의 효력이나 회수·소멸에 대해서는 어떠한 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로 인해 최종계약이 무산되더라도 합작법인은 고려아연 지분을 계속 보유하게 되고, 고려아연은 지분을 되돌릴 법적 수단을 갖지 못한 채 주주들의 지분 희석화만이 초래되는 구조가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미국 상무부·전쟁부(옛 국방부) 및 방산전략기업 등과 크루서블메탈즈(CrucibleMetals,LLC)라는 JV를 설립해 미 테네시주 클락스빌(Clarksville)에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자금 조달 방법 중 하나로 미 전쟁부가 최대주주(40.1%)로 있는 JV에 고려아연 지분 약 10.59%를 제3자 배정 유상증자하기로 한 바 있다.


영풍은 이러한 지분 이전 순서의 역전은 정상적인 합작 절차와는 크게 다르다면서 "통상적인 합작사업에서는 최종계약을 통해 권리와 의무가 명확히 확정된 후 신주 발행이 이뤄지지만, 본 건에서는 신주 발행이 최종계약 체결 전에 먼저 진행돼 계약 성립 여부와 무관하게 합작법인이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고 했다.


영풍은 "이는 '계약 없는 신주 발행'이라는 구조적 결함을 그대로 드러내며, 사업의 실체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려아연만 일방적인 재무적·지배구조적 리스크를 부담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10%를 합작법인에 선제적으로 배정한 것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영풍 측 주장이다.


영풍은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하고 외부 기관에 지분을 배정하려면 명확한 경영상 필요성과 실질적 대가가 요구되지만, 미측 투자자의 구체적인 의무가 공백 상태인 만큼 지분 이전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는 자칫 회사가 실질적인 이익 없이 지분만을 상대방에 이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경영진의 판단에 대한 책임 문제로 확산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영풍은 "합의서에는 미측 투자자가 어떠한 지원을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제공해야 하는지에 관한 구체적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반면 사업 수행과 그에 따른 위험 부담은 고려아연이 거의 전적으로 떠안도록 규정돼 있어, 책임의 실질적 배분이 일방적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이사회가 지분 배정과 합작 추진을 승인했다면, 이는 기업의 지배구조와 주주 보호 원칙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MBK 파트너스는 "미국에 제련소를 건설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현재 합의서에는 고려아연에게만 의무를 부과하도록 돼 있고, 특히 최종계약 체결 여부와 무관하게 이미 배정된 고려아연 지분을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주를 발행할 경영상 필요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합작사업의 권리와 의무가 명확히 확정된 이후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 상식적인 절차이며, 이러한 원칙을 무시한 지분 배정은 회사와 주주 모두에게 심각한 손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