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치권이 지켜왔던 극우 정당 독일대안당(AfD)의 외교 무대 배제 원칙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알리스 바이델 독일대안당(AfD) 대표. ⓒ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 뮌헨에서 매년 열리는 국제안보회의(MSC)는 내년 2월 열리는 회의에 독일 연방의회 외교·국방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 전원을 초청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 2년간 초청 명단에서 빠졌던 AfD 의원들도 이번 행사에 처음으로 참석하게 된다.
AfD는 반이민·극우 성향으로 분류돼 그간 독일 정치권 내 다른 정당들로부터 일종의 '방화벽' 대상으로 간주돼 왔다. MSC 또한 독일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민간 재단으로, 이 같은 기조에 맞춰 AfD 소속 의원들은 초청 대상에서 제외해왔다. 그러나 최근 MSC가 원내 정당 형평성을 이유로 초청 범위를 확대하면서 AfD의 참가가 공식화됐다. 현재 AfD는 외교위원회에 10명, 국방위원회에 9명의 의원을 두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MSC 연설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AfD의 배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독일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밴스 부통령은 당시 독일 총리 올라프 숄츠와의 회담을 거부하고 대신 MSC에 초청받지 못한 AfD 대표 알리스 바이델을 따로 만나기도 했다. MSC 측은 초청 결정은 독립적으로 이뤄졌으며 미국 측과는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독일 내 정치 분석가들은 "결국 미국 비판에 굴복한 것처럼 보인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AfD 의원들의 참석을 허용하더라도 기밀 정보가 오가는 비공개 회의에서는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AfD가 러시아·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심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집권당인 기독사회당(CSU)의 알렉산더 호프만 원내대표는 "정보가 해당 국가들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며 "AfD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AfD는 지난 2월 총선에서 20%가 넘는 득표율을 얻으며 제1야당으로 올라섰다. 정치권 내 존재감이 커진 만큼 국제 외교 무대에서도 이들의 행보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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