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주장, 나라 망치겠다는 것"

유진상 기자 (yjs@dailian.co.kr)

입력 2025.12.31 15:31  수정 2025.12.31 15:31

31일 기자회견 열고 호남·충청 일각 이전 요구 정면 비판

정부·여당·경기도에 "국가전략사업 흔들지 말라" 입장 촉구

이상일 용인시장이 31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용인시 제공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최근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및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의 지방 이전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정부와 여당에 분명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이 시장은 31일 오전 용인특례시청 컨벤션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흔드는 것은 나라를 망치겠다는 것"이라며 "일부 지역과 정치권, 행정부 인사의 무책임한 언동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용인 반도체 이전' 주장 "국내외 현실 모르는 우매한 소치"


이 시장은 최근 호남·충청 일부 지역과 여당 인사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의 이전 주장에 대해 "사리에도 맞지 않고 국내외 현실도 모르는 우매한 소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김성환 기후에너지부 장관의 라디오 발언과 안호영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조국혁신당 일부 인사의 주장을 거론하며 "국가 전략 프로젝트를 지방선거용 정치 계산기에 올려놓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시장은 "이 같은 선동은 국가 경쟁력을 해치고 지역 간 갈등만 부추길 뿐"이라며 "국민은 정부·여당의 저의를 의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용인 반도체 프로젝트가 단순한 계획이 아니라 대규모 투자가 진행 중인 국가적 사업임을 강조했다. SK하이닉스가 입주하는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단은 지난 2월 첫 번째 팹(Fab) 건설에 착공했으며, 12월 30일 기준 산업단지 조성 공정률은 70.6%에 이르고 내년 하반기에는 97.9%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용수공급시설 공정률은 공업용수 92.7%, 생활용수 92.5%, 전력공급시설은 97.1%까지 진척됐고, 4기 생산라인 가운데 제1기 팹의 절반은 2027년 3월 완공, 5월 시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입주하는 이동·남사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에 대해서도 "지난해 12월 정부의 조성계획 승인을 받았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영향평가 신속 처리로 통상 4년 6개월 걸리는 승인 절차를 1년 9개월 만에 끝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초부터 보상 절차가 진행돼 지난 22일부터 토지소유자 손실보상 협의가 시작됐고, 삼성전자가 지난 19일 LH와 산업시설용지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등 "용인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집적 효과 최대…이전은 반도체·국가 다 망치는 길"'


이 시장은 용인이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로 선정된 이유로 '집적화에 따른 경제효과'를 들었다. 그는 "용인은 기흥·화성·평택(삼성전자), 이천(SK하이닉스), 성남 판교(팹리스)의 정중앙에 위치해 기존 소재·부품·장비·설계 기업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곳"이라며 "주거·교통·교육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하나의 큰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차질이 생기면 화성·평택·성남 등 인근 도시 발전도 저해될 것이라는 점도 경고했다.


이 시장은 "반도체는 속도와 집적이 생명"이라며 "이미 1천조 원 규모 투자가 확정되고 인허가·기반시설 구축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산단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자는 것은 경쟁력을 가진 몇 안 되는 중추 산업을 죽이자는 말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 "산단 이전은 환경·교통 영향평가, 전력·용수 계획을 원점에서 다시 세워야 하는 일로 수년을 허비하게 되는데, 이런 무모한 시도를 국민이 용납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시장은 혼선을 키우는 발언의 배경으로 최근 대통령의 '남쪽 지방으로 눈을 돌려 균형발전에 기여해 달라'는 발언을 거론하며 "현 혼선과 혼란을 정부가 어떻게 정리할지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분명한 입장을 내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강조했다. 현 정부가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과 관련해 지방정부와 단 한 차례의 회의도 갖지 않았다며, 2023년 발표된 15개 국가산단 조성 현황을 점검하는 회의를 조속히 열어 지방의 애로사항을 파악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용인지역 국회의원들이 "우리 정부도 예타 면제로 기업을 뒷받침했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용인 국가산단 예타 면제는 현 정부가 아니라 전 정부가 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예타 면제가 없었다면 지금도 정부 승인이 나지 않았을 수 있고, 그랬다면 용인 국가산단 '탈취 시도'가 더 극성을 부렸을 것"이라며 "속도가 생명인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신의 한 수’였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향한 공개 질타도 이어졌다. 이 시장은 "반도체가 정치 소용돌이에 빠져 도민들이 불안해하는데도 도지사가 침묵하고 있다"며 "정부·여당 눈치만 보지 말고 경기도민과 용인시민의 눈치를 보라"고 했다. 이어 "침묵은 곤란한 상황을 회피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도민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초래할 것"이라며 조속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주 52시간' 연구개발 규제 풀어야


이 시장은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촉구했다. 그는 여당에 "반도체 등 첨단산업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주 52시간 규제를 철폐해 달라"고 요구하며 중국의 '996 근무제'와 대만 TSMC의 장시간 근무 사례를 언급했다.


반도체 기술 경쟁에서 밀리면 나라의 미래가 암담해질 수 있는 만큼, 최소한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근로시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시장은 "정부·여당이 강성노조 눈치를 보다 제 할 일을 못하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며 "기술 연구개발 분야의 52시간제 규제를 풀어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다른 지역 산단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용인 반도체 프로젝트가 이미 상당 부분 ‘돌이키기 어려운 단계’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산단 정부 승인 이후 보상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고, 삼성전자가 LH와의 산업시설용지 분양계약을 마쳤으며, 용인 국가산단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SK하이닉스 용인반도체클러스터 등 세 곳이 2023년 7월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됐다는 점을 짚었다. 특화단지 지정으로 용적률 상향이 가능해지면서 SK하이닉스는 투자 규모를 122조원에서 600조원으로 늘리고, 이복층에서 삼복층 팹으로 전환했으며 삼성전자 역시 6기 팹을 삼복층으로 지을 경우 투자 규모가 360조원에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용적률 상향 혜택을 받는 특화단지를 두고 새만금 등 다른 곳으로 갈 리 없다"며 "국제 반도체 흐름도, 현실도 모르는 이들의 정치적 주장에 용인과 시민이 흔들릴 이유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용인시는 내년에도 반도체 프로젝트가 속도를 내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고, 교통·주거·교육·문화·체육 등 인프라 확충도 계속해 나가겠다"며 "용인특례시민의 응원과 힘을 보태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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