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우려하던 위기 눈앞으로…산업 기준 선도할 것" [신년사]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1.05 10:10  수정 2026.01.05 10:16

5일 전세계 임직원에 신년회 영상 공유…온라인 신년 행사 개최

체질 개선·민첩한 의사결정·공급 생태계 지원·AI 경쟁력 등 강조

현대차그룹 2026년 신년회에서 그룹 임직원들에게 새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정의선 회장ⓒ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신년 메시지를 통해 '기술 경쟁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 자동차 관세, 세계 경기 둔화, 기술 패권 경쟁 등으로 경영환경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기준을 새로 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5일 2026 신년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정의선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편안한 분위기의 좌담회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사전 녹화된 신년회 영상을 이날 이메일 등을 통해 전세계 임직원들에게 공유했다.


정의선 회장은 새해메시지를 통해 ▲고객 관점의 깊은 성찰에서 비롯된 체질개선 ▲본질을 꿰뚫는 명확한 상황인식과 민첩한 의사결정 ▲공급 생태계 동반자에 대한 깊은 관심과 지원 확대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과감한 협력으로 생태계 확장 ▲산업과 제품의 새로운 기준 선도를 제시했다.


지속적인 체질 개선과 상생을 기반으로 현대차그룹은 물론 그룹 사업과 연계된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과감한 협력을 통한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또 생태계 동반자들과 함께 다층적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동시에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


정 회장은 “2025년은 전례 없는 수준의 경영환경 변화를 겪은 한해였다”며 “이례적인 통상환경에서도 자동차산업을 위해 노력해 주신 한국정부와 어려운 경영환경 하에서도 변함없는 지지를 보여주신 고객분들께도 특별한 감사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올해 경영환경에 대해서는 “그동안 우리가 우려하던 위기 요인들이 눈앞에 현실로 다가오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6년은 전 세계적인 무역 전쟁이 더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며 경영환경과 수익성은 악화되고, 경쟁사의 글로벌 시장 침투는 더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해 특정 지역에서 사업이 중단되거나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 회장은 “우리를 둘러싼 여건이 어려워지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때, 우리를 지켜줄 가장 큰 버팀목은 바로 깊은 성찰에서 비롯되는 체질개선”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우리 제품에는 고객의 시각이 충분히 반영되었는지, 제품의 기획이나 개발 과정에서 타협은 없었는지, 우리가 자부하는 품질에 대해 고객 앞에 떳떳한 지, 이러한 질문을 통해 스스로를 정직하게 돌아보고 개선해 나간다면 현대차그룹은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질을 꿰뚫는 명확한 상황인식과 민첩한 의사결정도 당부했다. 정 회장은 일하는 방식 변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리더들은 숫자와 자료만 보는데 머물지 말고, 모니터 앞을 벗어나 현장을 방문하고 사람을 통해 상황의 본질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빠르고 명확한 의사소통,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민첩한 의사결정이다. 보고는 자기 생각과 결론이 담겨야 하며, 적시 적소에 빠르게 공유되어야 한다. 그동안 익숙했던 틀과 형식에 머무르기보다, 이 일이 정말 고객과 회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다시 질문해야 한다. 그 질문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방식을 바꾸고 틀을 깨며 일할 때 비로소 혁신을 실현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공급 생태계 경쟁력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공급 생태계의 경쟁력이 곧 우리의 경쟁력이고, 생태계가 건강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은 크고 작은 우리의 생태계 동반자들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업계와 국가 경제가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과 투자를 아낌없이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과감한 협력으로 생태계 확장을 통해 AI가 촉발한 산업 전환기에 맞서 나아가야 한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정 회장은 “자동차시장만 보더라도 제품의 핵심 경쟁력이 AI 능력에 의해 판가름 나는 시대가 되었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보면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이미 수백조원 단위의 투자로 이 영역에서 우위를 선점해온 데 비해 우리가 확보한 역량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우리는 물리적 제품의 설계와 제조에 있어서만큼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가 더 큰 미래를 보고 다양한 파트너들과 과감한 협력으로 생태계를 넓혀 나간다면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피지컬 AI 분야 경쟁력 확보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 어려운 변화 속에서 산업과 제품의 새로운 기준을 선도해야 한다. 그리고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는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정주영 창업회장의 ‘길이 없으면 길을 찾고, 찾아도 없으면 길을 만들면 된다. 내가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 한 이것은 실패일 수 없다’는 지론을 강조하고, “현대자동차그룹을 움직여온 가장 강력한 힘은 어떠한 시련도 끝까지 도전하는 정신에 있다”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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