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보다 효용’ 고물가에 달라진 2026년 패션 트렌드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입력 2026.01.07 07:00  수정 2026.01.07 07:00

패션 시장에도 실용주의·정서적 안정이 핵심 가치로

가격·기능 넘어 만족감도 중요…"캐릭터 등 협업 확대"

질스튜어트뉴욕 '벨로 비브람 왈라비 로퍼'.ⓒLF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2026년 패션 시장은 실용주의와 정서적 안정이 핵심 가치로 떠오를 전망이다.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소비자들은 유행보다 변하지 않는 효용과 활용도에 가치를 두기 시작했고, 하나의 아이템이 여러 상황에서 쓰일 수 있는지 여부를 더욱 꼼꼼히 따지는 구매 성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하이브리드’, ‘젠더리스’와 같이 기능과 경계를 확장한 키워드들이 주목받는 동시에 바쁜 일상 속에서 신체적, 심리적 휴식을 제공하는 ‘경량성’, ‘필코노미 패션’ 역시 중요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색채 전문 기업 팬톤이 선정한 올해의 컬러 ‘클라우드 댄서’가 상징하듯 패션 전반은 점차 회복과 안도감을 향해 방향을 맞추고 있다.


하나로는 부족하다 ‘하이브리드’


단순히 저렴한 가격을 의미하는 가성비를 넘어 하나의 아이템이 얼마나 많은 상황을 커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구매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용주의 소비 경향이 강화되면서 기능과 용도를 확장한 하이브리드 아이템이 주목받는 이유다.


질스튜어트뉴욕의 ‘벨로 비브람 왈라비 로퍼’는 이러한 흐름을 대표하는 아이템이다. 접지력과 내구성이 강점인 글로벌 아웃솔 브랜드 비브람사의 솔을 로퍼에 적용해 포멀한 외관과 활동성을 동시에 충족시켰다.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부터 일상적인 이동까지 아우를 수 있는 하이브리드 신발이다.


리버서블 아이템 역시 하나의 제품으로 서로 다른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업무, 일상, 여가 등 TPO 전환이 잦은 라이프스타일과 맞물리며 계절 대응력과 활용 효율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


이에 따라 각 브랜드는 한쪽 면은 절제된 무드로, 반대쪽은 컬러와 질감을 달리한 대비감 있는 디자인을 적용해 활용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리버서블 제품군을 고도화 하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리복은 레트로 감성과 스포티 무드의 대비를, 밀레니얼 캐주얼 브랜드 던스트는 스웨이드와 퍼 소재를 양면에 배치하는 소재의 대비를 통해 리버서블 트렌드를 풀어내고 있다.


LF 히스 헤지스 화보.ⓒLF
성별의 경계를 허물다 ‘젠더리스’


성별에 따라 구분되던 패션의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남성복 브랜드를 선택하는 여성 소비자가 늘고, 여성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아이템이 남성복 컬렉션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등 브랜드와 스타일 중심의 소비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MZ세대는 성별의 구분보다 브랜드가 지닌 미학과 철학을 중시하며, 이러한 변화는 브랜드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젠더리스는 더 이상 실험적인 일회성의 시도가 아닌 확장 가능한 고객층을 위한 현실적인 전략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MZ세대 남성 고객층의 팬덤을 구축해온 TNGT는 지난해부터 젠더리스 제품 전략을 본격화한 결과, 여성 고객 매출이 전년 대비 약 15% 증가했다. 올해 역시 성별 구분을 최소화한 제품군을 확대하고, 여성 모델을 기용한 화보 콘텐츠를 통해 자연스러운 착용 이미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헤지스의 2030 타깃 서브 라인 ‘히스 헤지스’도 여성 고객 유입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컬러와 핏에서 오는 세련된 분위기가 여성 고객에게도 어필되며, 지난해 2030 여성 고객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3배 증가했다. 2026년 봄∙여름(SS) 시즌부터는 XS 사이즈를 새롭게 도입할 예정이다.


가벼움이 경쟁력 ‘경량성’


미니멀리즘과 심플 라이프의 확산으로 ‘가볍게 살자’는 정서가 소비 전반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러닝, 골프, 등산 등 아웃도어 활동이 일상 속 여가로 자리 잡으면서 장시간 착용에도 부담 없는 초경량 아이템은 기능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현대적인 필수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닥스 골프는 2026년 SS 시즌, 초경량 구스 다운 ‘소프트 에티튜드’ 라인을 선보이며 경량 아우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20 데니어 초경량 나일론 소재를 적용하고 볼륨을 최소화한 설계를 통해 기존 경량 아우터 대비 무게를 약 20% 줄였다.


닥스 골프는 소프트 에티튜드를 시작으로 인헤리턴스, 에어리 시리즈로 이어지는 경량 아우터 라인업을 단계적으로 전개하며, 시즌 전반에 걸쳐 초경량 아우터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LF 26 SS 이자벨 마랑 화보(클라우드 댄서 화이트 컬러).ⓒLF
진정한 휴식을 위한 색 ‘클라우드 댄서’


팬톤 컬러 연구소가 발표한 2026년 ‘올해의 컬러’는 ‘팬톤 11-4201 클라우드 댄서’다. 무채색인 화이트가 올해의 컬러로 선정한 것은 이례적인 사례로 팬톤은 이를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조용한 성찰의 가치를 다시 일깨우는 고요한 화이트 톤”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맞춰 올해에는 화이트가 단순한 배경색을 넘어 스타일의 중심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올 화이트 룩은 물론 소재와 질감을 달리한 화이트 아이템들이 전면에 등장하며 ‘비워내는 미학’이 패션 전반에서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분을 입는다 ‘행복 지향 패션’


‘트렌드 코리아 2026’이 제시한 핵심 키워드 ‘필코노미’는 패션 소비에서도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격이나 기능을 넘어 착용자가 느끼는 감정과 만족감이 구매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흐름이다.


패션 영역에서는 귀여운 캐릭터, 아트 콜라보레이션 등 감정적 환기를 제공하는 요소들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가방이나 액세서리처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아이템일수록 이러한 감정적 만족은 체감 가치로 직결된다.


아떼 바네사브루노 액세서리는 2026년 SS 시즌, 브랜드 최초로 ‘헬로키티’와 협업한 컬렉션을 선보이며 필코노미 트렌드에 적극 대응했다.


대표 제품인 ‘헬로키티 르봉백’은 출시 10일 만에 초도 물량이 완판되며 리오더에 돌입했다. 오는 2월에는 시그니처 ‘프릴백 라인’을 중심으로 헬로키티 협업 제품을 더욱 확대해 대세감을 이어갈 계획이다.


LF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소비자들은 더 오래, 더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한다”며 “2026년 패션은 실용성과 감성, 기능과 위로가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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