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없어도 ‘GMO’ 표시”…식품업계, 완전표시제 앞두고 초긴장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6.01.13 07:31  수정 2026.01.13 07:31

올 12월 31일 시행…‘검출’ 아닌 ‘사용’으로 전환

간장·식용유·당류까지 표시 대상 확대

“DNA 없어도 GMO”…소비자 오해·기피 우려

비용 부담·범위 논란…세부 기준이 관건될 것

지난 2018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GMO 표시제 개정 촉구 집회'에 참석한 아이쿱생협 농민들이 GMO 표시제 개정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뉴시스

올 연말 ‘GMO 완전표시제’를 앞두고 식품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종 제품에 유전자변형 DNA가 남아 있지 않더라도 GMO 원료 사용 사실을 표시해야 하는 제도인 만큼, 소비자 알 권리 강화라는 취지와 함께 시장 혼선이 우려돼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오는 12월 31일 유전자변형식품(GMO) 완전표시제를 시행한다. 이에 앞서 식약처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합리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간담회를 열고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서울 용산 인스파이어 나인에서 식품업계 목소리를 청취했다.


GMO 완전표시제의 핵심은 ‘검출 여부’가 아닌 ‘사용 여부’다. 그동안 간장·식용유·당류 등 고도 정제 식품은 유전자변형 콩이나 옥수수 등 GMO 원료를 사용하더라도, 제조 과정에서 관련 DNA와 단백질이 제거돼 최종 제품에서 검출되지 않으면 표시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그러나 완전표시제가 시행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제조·가공 단계에서 GMO 원료를 사용했다는 사실 자체가 표시 기준이 되면서,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은 제품에도 ‘GMO 원료 사용’ 또는 ‘GMO 식품’ 표시가 요구된다. 정제 여부와 무관하게 표시 의무가 부과되는 구조다.


제도의 취지는 분명하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강화하고, 표시 기준을 보다 직관적으로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GMO 원료 사용 여부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예외 규정을 최소화해 표시 체계를 단순화하겠다는 정책 방향도 깔렸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식용유가 진열돼 있다.ⓒ뉴시스

하지만 식품업계는 파급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소비자 인식이다. ‘GMO’라는 단어 자체가 위험하거나 피해야 할 요소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유전자변형 성분이 남아 있지 않은 제품까지 동일한 표시를 적용할 경우 불필요한 기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종 제품에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음에도 ‘GMO’라는 표현이 전면에 드러날 경우, 소비자들이 이를 안전성 문제로 받아들여 제품 기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불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격”이라고 우려했다.


표시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도 문제로 거론된다.


원료 이력 관리부터 패키지 변경, 재고 소진, 유통 관리까지 전반적인 시스템 재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식용유나 당류처럼 다수의 가공식품에 활용되는 원재료의 경우, 표시 의무가 연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원재료 전환이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료 이력 관리부터 포장재 교체, 기존 재고 처리, 유통 단계 관리까지 전반적인 시스템을 다시 짜야 한다”며 “식용유나 당류처럼 활용 범위가 넓은 원재료는 표시 의무가 연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非)GMO 원료로의 전환이 쉽지 않은 품목의 경우 선택지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원가 부담이 커지면 가격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GMO 완전표시제 시행에 앞서 업계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표시 기준 변경으로 인한 현장 혼선을 최소화하고, 제도의 취지가 소비자에게 정확히 전달될 수 있도록 세부 운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제도의 세부 설계가 시장 영향의 크기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표시 문구의 방식과 적용 범위, 대상 품목 설정 여부에 따라 소비자 인식과 기업 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간장과 식용유, 당류처럼 고도 정제 원료가 폭넓게 활용되는 품목의 경우, 표시 의무가 2·3차 가공식품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는 적용 대상과 범위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을 경우 현장 혼선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고도 정제 원료가 여러 제품에 활용되는 구조인 만큼, 적용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따라 현장 영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표시 대상과 기준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으면 제조와 유통 과정에서 혼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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