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통합, 현실은 대치…신년 회견 앞둔 李의 딜레마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6.01.20 05:10  수정 2026.01.20 05:10

90분 회견에 담길 2년차 국정 구상과 통합 숙제

李 '국민 통합' 외치지만…여야 간극은 더 벌어져

단식까지 이어진 반발 격화…정치적 부담 커질듯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도약'과 '국민통합'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집권 2년차 국정 운영 구상을 설명하고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한 국민적 지지를 호소하는 자리다. 그러나 회견을 앞둔 정치 현실은 대통령이 강조해 온 통합의 메시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19일 청와대에 따르면 대통령 집무실의 청와대 이전 이후 처음 열리는 이번 기자회견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90분간 진행된다. 내외신 기자 16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기자회견 슬로건은 '함께 이루는 대전환, 모두 누리는 대도약'으로 정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올해 국정 운영의 청사진과 핵심 과제를 직접 설명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올해를 대한민국 대도약 원년으로 규정하며 성장 패러다임 전환을 거듭 강조해 왔다. 지방 주도 성장과 균형 발전, 한반도 평화가 뒷받침하는 성장 전략을 국정의 핵심 축으로 제시했고, 최근에는 광역자치단체 행정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며 일부 정책 구상이 가시화하는 모습도 보인다. 외교 무대에서는 정상 외교를 통해 실용 외교 성과를 부각하며 국정 안정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정치의 영역으로 시선을 돌리면 상황은 다르다. 국정의 또 다른 축인 정치에서는 갈등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6일 열린 여야 정당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 지도부는 끝내 참석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직접 "국민통합이 정말로 중요하다"며 "여야 대표들도 국민통합 분야에 있어서는 많이 배려해주고 도와주면 감사하겠다"고 협력을 당부했지만 정작 협치의 상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통령의 통합 메시지가 야당에는 닿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의 대치 전선은 오히려 더 선명해지고 있다. 우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인선을 둘러싼 논란이다.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소관 상임위인 재정경제기획위원회 회의가 파행을 빚으면서 끝내 열리지 못했다. 여야 간 이견으로 회의가 중단된 뒤 청문회 일정은 기약 없이 미뤄진 상태다. 야당은 이 후보자 측의 추가 자료 제출 여부와 내용을 지켜본 뒤 청문회 개최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2차 종합특검법, 검찰개혁 입법, 법왜곡죄 신설, 대법관 증원 등을 둘러싼 여야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른바 '쌍특검법' 수용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고, 여야 대치는 타협의 여지를 찾기 어려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 대표가 이날로 닷새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부·여당이 반응하지 않자 규탄대회를 열고 여론에 호소하는 모양새다.


야권에서는 통합을 말하면서도 정작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된다. 청와대와 여당이 개혁 입법의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협치보다는 힘에 의존한 국정 운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정책 성과만으로 국정 동력을 유지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통합을 말하기 전에 대치부터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경제 분야에서는 성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국내 정치에서는 야당을 협치의 장으로 불러들이는 것조차 쉽지 않은 현실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년 기자회견이라는 상징적 무대에서 또다시 원론적 통합 메시지만 반복할 경우, 말뿐인 통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신년 기자회견이 국면 전환의 계기가 될지, 아니면 통합 구호의 반복에 그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같은 정치 지형을 감안할 때 이 대통령 역시 신년 기자회견에서 내놓을 메시지를 두고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통합과 협치를 강조하면서도 야당을 자극하지 않는 수위 조절이 불가피한 만큼, 문구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다듬는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대치를 풀 실질적 제안 없이 비전과 구호만 제시할 경우 이 대통령이 강조해 온 '국민통합'은 오히려 현실 정치의 벽 앞에서 공허하게 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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