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총량 규제의 역설…인뱅 정책 충돌 속 저신용자 밀려난다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6.01.13 07:06  수정 2026.01.13 07:06

총량 규제 전면화 이후 저신용자 신용대출 20% 넘게 감소

중·저신용 확대 요구 속 인뱅 대출 축소…정책 엇박자 노출

제도권 금융 문턱 높아지며 고금리·불법 사금융 유입 우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이유로 대출 총량 규제를 전 금융권으로 확대하면서 저신용자 신용대출 공급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이유로 대출 총량 규제를 전 금융권으로 확대하면서 저신용자 신용대출 공급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특히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출범 취지로 내세워온 인터넷전문은행마저 신용대출을 줄이면서, 총량 규제의 부담이 저신용자에게 집중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차주들이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 고금리·불법 사금융으로 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국회 정무위원장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용점수 750점 이하 저신용자에게 공급된 1·2금융권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은 2023년 35조8766억원에서 2024년 37조5021억원으로 일시적으로 늘었지만, 2025년 11월 말 기준 29조3473억원으로 다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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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2024년 1금융권에만 적용하던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이듬해 전 금융권으로 확대하면서, 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공급이 1년 새 20% 넘게 줄어든 것이다.


업권별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감소 폭이 특히 컸다. 인터넷은행(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저신용자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은 2023년 1조7606억원에서 2025년 11월 말 기준 8238억원으로 줄며, 중·저신용자 확대를 내세운 출범 취지와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문제는 이러한 공급 축소 국면에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총량 관리와 중·저신용자 확대라는 상반된 정책 목표 사이에서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졌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인뱅 3사는 금융당국의 ‘포용적 금융 대전환’에 맞춰 오는 2028년까지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 목표 비중을 기존 30%에서 35%까지 높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출범 이후 금융당국은 인뱅의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여부를 주요 감독 지표로 삼아 지속적으로 점검해 왔다.


하지만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전 금융권으로 확대되면서, 인뱅들은 대출 규모는 줄이면서도 중·저신용자 비중은 늘려야 하는 구조적 제약에 직면했다.


총량 안에서 건전성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규제에 밀려난 차주들은 제도권 금융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고금리 대출이나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총량 규제와 중저신용자 확대 목표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현장에서는 사실상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라며 “정책 간 정합성이 정리되지 않으면 저신용자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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