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에 필요한’이 ‘애니계 오스카’ 애니상 후보, 다음 단계로 향한 한국 애니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1.13 11:04  수정 2026.01.13 11:04

케이팝(K-POP)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화제를 모은 데 이어 제83회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주제가상까지 2관왕을 차지하며, 애니메이션을 향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있다. 미국에서 제작된 작품이지만 케이팝이라는 익숙한 문화 코드 덕분에 국내 반응도 빠르게 이어졌다.


이처럼 시선이 몰린 상황에서 한지원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이 별에 필요한’이 제53회 애니상 독립장편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보였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이 확장되는 국면에서 자연스럽게 함께 언급될 만한 성과다.


애니상은 국제애니메이션협회(ASIFA)가 주최하는 시상식으로, 연출과 서사, 표현 방식을 중심으로 애니메이션 전문가들이 평가한다. 독립장편 부문은 작품의 규모보다는 결과물 자체의 완성도가 비교적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영역으로 꼽힌다. ‘이 별에 필요한’은 ‘마르셀의 멋진 인생’, ‘아르코’, ‘아임 프랭켈더’, ‘스칼렛’ 등과 함께 후보에 올랐다.


1989년생인 한지원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애니메이션과 재학 시절부터 단편 작업으로 주목받아 왔다. 단편 ‘마법이 돌아오는 날의 바다’는 선댄스영화제를 비롯한 해외 영화제에서 상영되며 이름을 알렸고, 이후 애니메이션과 웹툰, 광고, 시리즈 작업을 넘나들며 작업을 이어왔다.


‘이 별에 필요한’은 넷플릭스가 선보인 첫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제작 및 공개 당시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특히 제작 단계에서 김태리와 홍경이 단순한 목소리 녹음을 넘어 실제 배우의 움직임을 애니메이션에 반영하는 액팅 과정에까지 직접 참여해 화제를 모았고, 공개 이후 시각적 완성도와 서사 면에서도 고른 호평을 받으며 평단과 관객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작품은 2050년 서울을 배경으로 화성 탐사를 꿈꾸는 우주인 난영과, 음악가의 꿈을 잠시 내려놓은 제이의 만남을 그린다.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인물과 현재에 머물러 있는 인물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관계는 과도한 설정 설명 없이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게 만들었다.


특히 을지로의 간판과 남산타워, LP판과 통기타 같은 레트로 소품이 자율주행차와 홀로그램 기술과 함께 배치된 서울의 풍경은, 세계관을 강조하기보다는 인물의 정서를 지탱하는 배경으로 기능했다.


음악 역시 이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태리와 홍경의 연기는 캐릭터의 감정선을 안정적으로 쌓아 올리고, 김다니엘, CIFIKA, 존박 등이 참여한 OST는 장면의 여운을 더했다.


‘이 별에 필요한’의 이번 애니상 후보 진출은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의 제작 환경과 한국 젊은 창작자의 작업 방식이 어떤 식으로 맞물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가 참여한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단계에서부터 일정 규모의 자본과 산업적 지원을 바탕으로 완성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평가는 자본의 크기나 외형적 스케일보다는, 작가의 시선이 구축한 서사와 감정의 밀도, 그리고 표현 방식에 보다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산업적 조건 위에서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정서적 밀도를 함께 끌어올렸다는 점은, 한국 애니메이션이 장르나 타깃의 한계를 넘어 장편 서사를 통해 어떤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당장의 변화라기보다는, 향후 한국 애니메이션 창작 환경과 세대 흐름을 살펴보는 데 참고할 만한 결과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