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이혜훈 '운명의 날'
與, 부정평가 분출…사실상 방어 포기
李, 청문회 이후 자진사퇴 결단할까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15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혜훈 후보자는 기획예산처 첫 수장이자 통합 인사라는 상징성을 가졌음에도 여야 모두 등을 돌린 분위기다. '비리 종합선물세트'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여러 의혹에 휩싸였고, 여당조차도 방어하기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권에선 인사청문회에서 소명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인데, 임명 강행보단 부적격 판단을 내리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오는 19일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확정했다. 한 차례 결렬된 증인과 참고인 논의도 각각 4명, 1명을 채택하기로 하는 등 청문회 준비는 모두 완료된 상태다.
국민의힘이 요구한 30여명의 증인과 참고인은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이번에 채택된 인사의 면면을 보면 여당이 방어보단 검증에 초점을 맞춰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에서도 이 후보자의 갑질과 부동산 의혹에 대해 방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크지만, 증인과 참고인으로 채택된 인사 대부분이 핵심 논란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후보자가 폭언한 전직 보좌진은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는데, 여당에선 "사실관계가 다 나왔기 때문"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우선 증인 모두 이 후보자의 부동산 의혹을 검증하기 위한 인사로 채워졌다. 증여세를 비롯해 주택청약, 영종도 땅 투기 등 부동산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해 줄 국세청·국토교통부·한국부동산원·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참고인으로는 이 후보자의 갑질 의혹을 폭로한 손주하 서울 중구 구의원이 출석해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진술할 예정이다.
재경위 소속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인사청문 대상자의 본인 입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주요 증언을 모두 수용했다"며 "손 구의원까지 증인으로 받아들여서 갑질했다는 주장에 대해 불러서 얘기해 보자고 했고, 부동산 관련해서도 국토부의 여러 의견을 받았기 때문에 충분하게 검증될 것"이라고 말했다.
폭언을 당한 보좌진이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일단 그 내용 자체가 모두 언론에 공개가 됐다"며 "사실관계가 모두 나왔기 때문에 그걸 가지고 또 논쟁하는 것보다 인사청문 대상자의 입장을 중심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가 자당 소속 출신임에도 줄곧 '비리 종합선물세트'라고 비판하며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여당에서도 이례적으로 이 후보자가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데, 갑질 의혹도 치명적이지만 이른바 로또 90억 아파트 불법 청약부터 증여세 탈루, 땅 투기 등 부동산 민심에 악영향을 미칠 의혹이 줄줄이 터졌기 때문이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지난 5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 소속 한 재경위 위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인사청문회는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전반적으로 검증에 나서겠지만 부동산 문제에 대한 입장을 들어봐야겠다"며 "당내에서도 방어하지 않는 기류이기 때문에 검증은 하겠지만, 결국 모든 선택은 이 후보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여권의 평가는 사실상 사퇴를 요구하는 야당과 다를 바 없는 분위기다. 여당 일부에선 "대통령이 지명했다고 무조건 박수 쳐야 하느냐"라는 성토가 나올 정도로 이 후보자에 대한 여론은 차갑게 식었다. 급기야 일부 정부 인사는 물론 청와대조차도 사퇴 필요성을 제기하거나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의 이석연 위원장은 지난 1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청문회까지 지켜본다는 게 국민을 피곤하게 할 수밖에 없다"며 "본인이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하는 게 좋다"고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14일 MBC라디오 '뉴스하이킥'에서 "이 후보자에 대해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며 "제기된 문제에 대해 국민이 의심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 눈높이에 반드시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국민이 납득을 하도록 해명을 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했다.
사실상 정치권 대부분이 이 후보자에 등을 돌린 상황이지만,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소명하겠다며 자진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여당도 청문회까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인데, 우회적으로 자진 사퇴가 필요하다고 압박하는 이중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하기 위한 조치로 보이지만, 정치권에선 여당이 청문회 결과를 명분으로 삼아 사퇴를 절차적으로 요구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즉, 인사청문회 전까지 거취는 이 후보자의 선택이지만, 인사청문회를 마치면 국회가 선택권을 가진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고, 낙마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이 후보자 입장에서도 한마디도 못 하고 사퇴하면 바보가 되는 것인데, 청문회라는 처마 밑에 가서 한 번 털고 가야 모두가 마음이 편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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