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열풍 속 설비투자는 여전히 산업용 로봇 집중
조립·이송 공정의 핵심 설비로 스카라 로봇 재조명
엡손 최경량 하이엔드 미니 스카라 로봇 ‘GX1-C’ 시리즈ⓒ엡
CES를 계기로 AI 휴머노이드 로봇이 로봇 산업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지만, 제조업 설비 투자 시장의 흐름은 보다 보수적이다. 인간을 닮은 로봇이 미래 담론을 주도하는 동안, 실제 공장에서는 생산성과 안정성이 검증된 산업용 로봇에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조립과 이송에 특화된 스카라(SCARA) 로봇은 여전히 핵심 설비로 분류된다. 업계에서는 "휴머노이드는 서사를 쓰고, 매출과 수익은 공정 자동화 로봇이 만든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국의 제조 전문매체 'Manufacturing Digital'이 발표한 '2025년 상위 10대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 시장 상위권은 유럽과 일본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전통 산업용 로봇의 강자라는 점이다. 설비 투자의 기준이 여전히 검증된 자동화 설비, 즉 안정성과 생산성에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로봇 산업에서 화제성과 투자 흐름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시장 최상위권에는 스위스 ABB와 일본 엡손이 자리하고 있다. ABB는 차, 전자, 식품 등 폭넓은 산업군에 로봇과 자동화 솔루션을 공급하며, 자율이동로봇(AMR)과 머신비전,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스마트 팩토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엡손은 초정밀 스카라 로봇을 앞세워 전자·정밀기기 제조 공정에서 강점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도 스카라 로봇 신제품 3종을 출시, 반도체, 배터리, 전장, 의료 분야의 고속·고정밀 조립 수요를 겨냥했다.
제조업의 로봇 도입 기준은 기술적 신선함보다 생산성 지표에 가깝다. 가동률, 수율, 사이클타임, 안전성, 유지보수 비용처럼 수치로 검증 가능한 요소들이 설비 투자 여부를 좌우한다. 이 관점에서 휴머노이드는 아직 양산 공정의 표준 설비로 자리 잡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가 많다. 단가 부담과 안전 인증, 책임 구조 문제로 인해 현재로서는 파일럿 프로젝트나 전시·데모 성격의 도입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반면 산업용, 그중에서도 스카라 로봇은 이미 산업 현장에서 충분히 검증된 설비다. 수평면 기준의 고속·고정밀 반복 작업에 최적화된 구조로, 전자·반도체·배터리·전장·의료기기 공정 전반에 활용되고 있다. 조립과 삽입, 픽앤플레이스 작업에서 속도와 정확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고, 공정 설계와 라인 통합이 비교적 용이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제조업 입장에서는 범용성보다 공정 적합성이 중요하며, 이 점에서 스카라 로봇은 여전히 대체재가 제한적인 설비로 평가된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은 인건비 문제를 넘어, 사람의 개입 자체가 품질과 안전 리스크로 이어지는 단계에 들어선 상태다. 반도체는 미세화 경쟁이 심화되면서 후공정과 패키징 공정에서도 정밀 자동화 설비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배터리 산업은 불량 발생 시 대규모 리콜과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이들 산업에서는 AI 기반 판단이나 범용 작업 능력보다, 일정한 품질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반복 자동화가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로보스타 SD-SA Series.ⓒ로보스
스카라 로봇의 경우 일본의 엡손, 야마하, 미쓰비시, 독일 쿠카 등 전통적인 일본과 유럽 산업용 로봇 업체들이 글로벌 톱티어 지위를 유지 중이다. 국내에서는 로보스타가 자체 스카라 라인업을 통해 반도체·디스플레이·전자 공정 중심으로 공급을 이어가고 있다. 로보스타는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는 제한적이지만, 국내 제조업 공정에 밀착된 공급 구조를 통해 '보이지 않는 자동화'를 담당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시장 점유율이나 출하량의 세부 수치가 제한적으로 공개되는 상황에서도, 주요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스카라 제품군을 유지·확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제조업 설비 투자에서 여전히 조립·이송 중심의 공정 자동화가 가장 확실한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관계자는 "주요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스카라 제품군을 유지·확장하고 있다는 점은 산업용 로봇 시장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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