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갈등' 없다지만…與 강경파에 흔들린 李정부 '검찰개혁'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6.01.15 00:10  수정 2026.01.15 00:10

정부 자세 낮추자 '개혁안' 주도권 쥔 與

'제2 검찰청' 비판 속 전면 재수정 요구

당내 일부, 강경파 비토 목소리 우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4일 충남 서산 축산종합센터에서 열린 민생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 핵심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의 베일이 공개됐지만, 여당 강경파와 지지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법안을 뜯어보면 사실상 '제2의 검찰청'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당내 일부에선 수사 기관 간 견제와 인력 등 현실적인 문제를 정부가 고심해 내놓은 안이라며 과도한 비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일 충남 당진시 백석올미마을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중수청·공소처법 입법 구상에 대해 "지금은 정부 입법예고 기간이고 앞으로 2주간 동안 의견을 모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면 (법안이) 국회로 온다"며 "다시 숙의 기간을 거쳐 중수청법은 행안위, 공소청법은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논의되고, 여기서 수정·변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정부가 입법 예고한 중수청·공소처법이 '제2의 검찰청'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논의를 거쳐 수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정 대표 역시 국회로 넘어올 정부 법안에 대해 수정 기회가 "본회의 수정안까지 포함해 5~6차례 있다"고 밝혔다.


당이 문제를 삼고 있는 정부안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이 지난해 10월부터 검찰개혁 후속조치로 마련한 것이다. 단순히 총리실 자체에서 만든 것이 아닌, 국무조정실을 비롯해 기재부·법무부·행안부·인사처·법제처 등 관계기관이 검토한 안이다. 쟁점이던 '공소청 보완수사권'은 결론을 내지 않고 추후 논의하기로 했지만, 논란은 중수청 조직 이원화에서 불거졌다.


정부안에 따르면, 중수청 조직은 이곳에 합류하는 검사들이 주로 맡게 되는 '수사사법관'과 '일반 전문수사관'으로 나눠진다. 수사사법관은 '변호사 자격을 가진 자'로 한정되는데, 여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이 이원화가 검사와 수사관으로 나뉜 현행 검찰 조직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현재는 당 주류의 입장으로 치부되고 있다. 이 밖에도 보완수사권 폐지를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은 것과 9대 범죄 수사 범위 포함에 따른 국가수사본부 위축 등 문제가 제기됐다. 그러다 보니 당내에선 "전체가 모두 문제가 있다"며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정부의 중수청·공소청 설치법을 두고 갈등이 노출된 것은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 간 설전이 영향을 미쳤다. 김용민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 장관을 향해 "개혁안을 만드는 조직에 검사들도 들어가 있다. 개혁을 방해하는 세력이 개혁안을 만든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안에 대한 비판은 당시 김 의원뿐만 아니라, 여권 소속 법사위원 대부분이 문제를 삼았으며 전면 재수정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정 장관은 여당의 지적에 "검찰 전체가 다 나쁘다거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재명 정부의 검찰은 과거와는 다르며, 지금 (검찰개혁추진단에) 나가 있는 검사들도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발언을 두고 "검사들에게 둘러싸여 따라가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정부안에 대한 의심은 고조됐다.


'제2의 검찰청' 의심을 키운 핵심 사안은 정부안 중 수사사법관과 전문수사관으로 나뉘는 중수청의 이원화 구조다. 수사사법관이 검사, 전문수사관이 수사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 결국 9대 범죄 수사에 우선권이 있는 중수청을 다시 검찰 출신들이 장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정부의 검찰개혁안을 두고 당내 반발이 연일 지속되자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가 당의 의견을 수렴하라며 중재에 나섰다. 그러자 정 대표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입법의 최종 권한과 책임은 국회에 있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검찰개혁안은 당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고 정부안을 수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해체와 수사·기소권 분리라는 대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당의 반발을 키운 측면이 있지만, 강성 지지층 역시 이 사태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이날 강성 지지층을 달래기 위해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 "당에서 충분하게 토론하는 과정에서 수사·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썼다. 그러자 댓글에는 "이제야 속이 풀린다" "당대표 말고 믿을 게 없다" "정부안 싹 없애고 민주당 안으로 하라" 등 응원이 쇄도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에서 내놓은 개혁안이라는 점에서 당이 과도하게 비판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 일부에서도 정부안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정부가 숙고해 만든 안인 만큼 비난보단 합리적인 안을 도출하기 위해 조율에 힘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욱이 쟁점인 중수청 수사 구성 문제 역시 중수청 기관 안착과 인력 부족 해결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임에도 강경파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김영진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부도 이 법안을 만들면서 검찰의 정치적인 수사, 이런 부분을 막겠다는 부분도 있지만 형사사법 체계의 안정성이 필요한 것 아니냐"라면서 "만약에 그 시기에 수사가 암장이 되거나 제대로 수사가 되지 않았을 때 그로부터 오는 거대 범죄에 관한 수사, 그리고 여러 범죄 암장 등 문제들을 우리가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도 같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검찰에 탄압을 받은 이재명 정부가 만든 안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며 "수사사법관이 선발되도 중수청이라는 신설 기관에 인사 체계와 지휘 부서 모두 달라지는데, 공소청과 공모해 무엇을 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검사 없이 현재 사법 제도가 돌아가지 않으며 인력 문제에 봉착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아무 경험도 없는 사람을 새로 뽑아서 쓸 수 없기 때문에 대안이 없는 것"이라면서 "정부 입장에선 상당히 고심 끝에 내놓은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은 15일 본회의 전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정부가 공개한 중수청과 공소청 설치 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충분하게 토론하고, 수사·기소 분리라는 국민 눈높이에 맞게 수정하겠다"라는 입장이지만, 당내 의원들이 반대 의견을 드러내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경파가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고 목소리를 키우는 상황에서 자칫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어쨌든 정리가 될 사안은 맞지만, 문제는 지지층의 분위기가 격양된 탓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보인다"며 "큰 틀에선 모두 검찰개혁을 공감하지만, 세부 사안을 두고선 이견이 있는 만큼 약간의 입장 차이는 자연스럽게 받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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