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반전 드라마 쓴 '신의악단', 어떻게 관객의 마음을 훔쳤나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1.17 14:01  수정 2026.01.17 14:01

개봉 초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신의악단’이 개봉 3주 차에 접어들며 누적 관객수 34만명을 기록했다. 첫 주 박스오피스 5위로 출발한 이 작품은 통상 시간이 지날수록 순위가 하락하는 극장가의 흐름과 달리, 3주 차에 오히려 3위까지 올라서며 이례적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중·소규모 한국 영화가 개봉 이후 관람 반응을 바탕으로 관객을 넓혀간 사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스크린 수 열세 속에서도 개봉 2주 차부터 좌석 판매율 상위를 유지해 왔다는 점은 단순한 순위 상승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좌석 판매율은 실제 극장을 찾은 관객의 밀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아바타: 불과 재’, ‘주토피아 2’ 등 대형 할리우드 작품들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선전했다. 좌석 판매율은 개봉 초반 화제성이나 마케팅 효과보다, 관람 이후 만족도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작 위주의 상영 편성이 이어지는 극장가 환경 속에서도 중·소규모 한국 영화가 이 지표에서 경쟁력을 보였다는 점은, 관객의 선택 기준이 반드시 규모나 브랜드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신의악단’은 북한 보위부가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가짜 찬양단을 급조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에서 출발하지만, 영화는 이를 정치적 메시지나 자극적인 설정으로 확장하지 않는다. 체제나 이념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선택과 감정, 관계에 초점을 맞추며 휴먼 드라마의 방향으로 이어진다.


이야기의 무게 중심이 분명히 인물에게 놓이면서, 관객은 소재의 특수성보다 감정선에 먼저 반응하게 된다. 북한이라는 배경이 전면에 나서기보다 서사의 배경으로 기능하며, 관객이 느낄 수 있는 거리감을 자연스럽게 좁힌 셈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북한이라는 소재가 가질 수 있는 전형적인 진입 장벽을 낮추었으며, 자극적인 장치 없이도 인물 간의 관계와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만으로 정서적 밀도를 촘촘하게 채워 관객의 깊은 공감을 끌어냈다.


10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박시후의 진정성 있는 열연과 정진운을 비롯한 배우들이 만들어낸 유쾌하고 따뜻한 앙상블은 이 영화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로 꼽힌다.


여기에 신앙과 공동체를 다루는 종교적 설정이 더해지며, 개인 관람을 넘어 교회·단체 중심의 관람 문의로까지 확장된 점도 눈에 띈다. 과도한 설교나 특정 종교의 교리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신념과 선택의 문제를 인물의 삶 안에서 풀어낸 방식이 단체 관람으로 이어진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에 단체 관람 요청이 쇄도해 상영관이 확대되고, CCM 가수팀들과 함께하는 ‘싱어롱 GV 상영회’가 진행되기도 했다.


‘신의악단’의 흥행 반전은 자극과 물량 공세가 주도하던 극장가에서 진심 어린 이야기의 본질이 여전히 가장 강력한 흥행 카드임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겨울 극장가의 따뜻한 감동 코드가 세대를 불문하고 통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하여 제작사 측은 “‘만약에 우리’,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등 한국 영화들이 모두 다 잘 되고 있는 것이 기쁘고, 한국영화 산업에 좋은 출발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의 영화 ‘신의악단’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의 힘은 통한다는 것을 증명했다”라며 소회를 전하는 동시에, 꺾이지 않는 예매율을 바탕으로 장기 흥행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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