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한국 ‘영포티’ 조명…“젊어 보이려 애쓴다는 조롱, 세대 긴장 반영”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6.01.18 13:50  수정 2026.01.18 13:53

스트리트 패션·아이폰 든 40대…AI 밈으로 조롱 대상 전락

Z세대 “젊어 보이려 애쓴다” 인식 확산…상징 소비 변화

나이 위계 문화에 대한 피로감, 온라인 밈으로 분출

BBC는 18일(현지시간) ‘Z세대가 밀레니얼을 조롱하는 새로운 방식’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영포티를 “스트리트 패션을 차려입고 아이폰을 손에 쥔 중년 남성”으로 묘사했다. ⓒAI가 생성한 영포티 이미지

영국 BBC 방송이 최근 한국 사회에서 확산 중인 ‘영포티(Young forty)’ 현상을 집중 조명하며, 이를 단순한 유행어를 넘어 세대 간 긴장과 불평등 인식이 투영된 문화 코드로 분석했다.


BBC는 18일(현지시간) ‘Z세대가 밀레니얼을 조롱하는 새로운 방식’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영포티를 “스트리트 패션을 차려입고 아이폰을 손에 쥔 중년 남성”으로 묘사했다.


한때 ‘젊은 감각을 지닌 40대’를 뜻하던 마케팅 용어가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밈과 결합해 조롱과 비아냥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BBC에 따르면 영포티 밈의 상징으로는 스트리트웨어, 아이폰, 무선 이어폰 등이 꼽힌다. 특히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17 이후, 아이폰은 더 이상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영포티를 상징하는 기기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Z세대 인터뷰에서는 영포티를 두고 “젊어 보이려고 너무 애쓰는 사람”,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수치도 이런 인식 변화를 뒷받침한다.


BBC가 인용한 갤럽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아이폰 선호도는 여전히 높지만 최근 1년간 애플의 시장 점유율은 Z세대에서 4% 하락한 반면 40대에서는 12% 상승했다. BBC는 이를 두고 “문화적 상징이 세대별로 재분배되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또 영포티 밈 확산의 배경으로 한국 사회 특유의 ‘나이 위계 문화’에 대한 젊은 세대의 피로감을 지목했다. 한국에서는 한 살 차이도 사회적 위계의 기준이 되며, 처음 만난 사이에서도 나이를 먼저 묻고 이후 호칭과 행동이 결정되는 문화가 여전히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BBC는 “영포티 현상은 나이 든 사람들에 대한 거의 강요된 존경에 대해 한국 젊은 세대가 느끼는 회의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과거 권위적인 기성세대를 비하하는 표현이었던 ‘꼰대’가 주로 태도와 발언을 겨냥했다면, 영포티는 외모와 소비, 라이프스타일까지 조롱의 대상이 된 점이 특징이다.


온라인 분석 플랫폼 ‘섬트렌드’에 따르면 지난해 영포티는 온라인에서 10만 회 이상 언급됐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은 ‘늙은’, ‘혐오스러운’ 등 부정적 맥락으로 사용됐다.


젊은 여성에게 접근하는 중년 남성을 비꼬는 ‘스윗 영포티’라는 파생어까지 등장했다.


BBC는 또 영포티를 향한 조롱이 일종의 ‘펀치 업(punching up)’ 성격을 띤다고 전했다. ‘펀치 업’은 풍자·조롱·비판의 방향이 자기보다 더 강한 집단(권력·부·지위가 높은 쪽)을 향하는 걸 뜻하는 개념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시기에 일자리를 얻고 자산을 축적한 40대가, 집값 급등과 치열한 경쟁에 직면한 Z세대에게는 ‘기회의 문이 닫히기 전 마지막으로 통과한 세대’의 상징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영포티 현상을 특정 세대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한 나이 서열 문화가 온라인 공간에서 세대별 조롱으로 반복 소비되는 구조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거 ‘꼰대’에 이어 영포티까지, 조롱의 대상만 바뀌었을 뿐 세대를 낙인찍는 방식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BBC는 영포티가 단순한 기득권 세대는 아니라는 점도 함께 짚었다. 위계적인 상명하복 문화와 ‘왜’라고 묻는 젊은 세대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세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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