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개입해도 환율은 오른다
중국, 환율 안정에 큰 도움 안 된다
미·일 협력이 절실하다
경제외교 없는 대한민국
원/달러 환율이 이틀째 소폭 상승한 지난 19일 서울 명동 환전소에 외화 시세가 게시되어 있다. 이날 오전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474.0원에서 출발해 1474∼1475원 부근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환율이 정말 걱정이다
최근 한국 경제를 표시하는 몇 가지 지수를 보면 가장 걱정스러운 대목은 환율이다. ‘불장’ 말이 나올 정도로 코스피 지수는 연일 강세인데, 원화 가치는 폭락하고 환율은 치솟는다. 환율이 폭등하면 자금이 한국을 떠나게 된다. 에너지, 원자재 수입 원가가 오르고, 국내 물가가 오른다. 옛날에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이 돈을 벌어 국내 경기가 윤기가 돌았는데, 지금은 그것도 아니다. 수출기업은 번 돈을 모두 해외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보다 못한 정부는 환율 방어에 총력전이다. 구두 개입은 기본이고, 대기업, 금융기관, 증권사들을 몇 차례씩 차례로 불러, 달러는 팔고 원화를 사들이도록 압박한다. 관치 금융의 극치다. 해외 주식 매각하면 양도세를 면제해준다고 난리 쳐도, 정부 개입은 반짝 효과뿐이다. ‘그래도 환율은 오른다.’ 시장은 1500원대 환율을 ‘뉴노멀(New Normal)’로 받아들이기 직전이다.
아무리 개입해도 환율은 오른다
우리는 과거 문재인 정권이 집값을 잡으려고 무려 28차례나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지만 결국 시장에 항복한 선례를 기억한다. 문재인 정권은 초기에는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대책을 내놓다가 실패하고 결국 공급 확대로 정책을 전환했다. 그때 우리가 확인한 법칙 몇 개가 있다.
법칙 1 : 집값은 정부가 개입할 때마다 오른다.
법칙 2 :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집값은 오른다.
법칙 3 : 개인투자자는 정부 눈치 보지 않는다.
여기서 ‘집값’을 ‘환율’로 바꿔도 오늘의 상황에 어지간히 맞아서 떨어진다.
법칙 1 : 환율은 정부가 개입할 때마다 오른다.
법칙 2 :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환율은 오른다.
법칙 3 : 개인투자자는 정부 눈치 보지 않는다.
우선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잃을 게 많기 때문에 정부의 입김이 먹힐 수 있다. 그러나 개인에게는 어림도 없다. 개인들은 잃을 게 없으므로 정부가 이른바 대책을 동원할 때마다 개인투자자들은 정부의 기대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러니 정부가 방어하려고 관치금융 수법 쓴다 해서 환율은 안정되지 않는다. 관치금융 수법 쓸 때마다 달러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는다.
중국, 환율 안정에 큰 도움 안 된다
지금의 환율 문제의 인과 관계는 미국 관세 정책 → 대미 투자 확대 → 환율 상승으로 구성된다. 환율 폭등은 미국과의 관세 이슈, 대미 투자 이슈가 원인이며, 국내 경제 주체들의 수요를 억제하려는 정책은 결코 기대한 효과를 거둘 수 없다. 결국은 부동산처럼 공급을 늘려야 한다. 우선 통화 스와프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초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과 70조원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연장했다. 그러나 중국과의 통화 스와프는 효과가 없었고, 환율은 계속 올라 지난 연말 1480선을 돌파했다.
최근 베슨트 미국 재무장관이 한국의 환율 문제를 언급했다. “원화 약세는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과 맞지 않다”. 두루뭉술한 구두 개입임에도 환율은 7.8원 떨어졌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시사점을 얻는다. 국제 결제의 80%가 달러로 이뤄지는 현실에서 원-위안 통화 스와프는 환율 안정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대신 미국의 협력이 절대적이라는 사실을!
미·일 협력이 절실하다
한국 자본이 미국으로 대거 이동하는 구조 속에서, 미국이 이를 방치하면 원화 가치는 끝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 베슨트 장관의 발언은 “원화 가치가 너무 낮아지면 미국의 이익(대미 투자 등)에 해롭다”라는 경고였다. 즉, 한국의 환율 문제가 이제는 미국의 경제적 실익과 직결되는 구조가 되었다. 환율을 잡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노력이나 중국과의 협력보다 미국 재정·금융당국의 적극적인 협조와 메시지가 훨씬 강력한 약발을 발휘한다. 환율 안정을 위해 미국을 우리 경제 생태계의 공동 이해관계자로 묶어두는 외교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공공 부문에서 성장한 직업 정치인은 양쪽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습관화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인 출신이다. 양쪽 입장을 모두 고려하는 습관 따위는 없다. 남의 눈치 따위 보지 않는다. 베네수엘라의 마차도가 받은 노벨상 메달을 받아 챙기는 것을 보라. 무조건 내 거 먼저 챙긴다. 사고도 단순하다. 내 편 아니면 적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이 중국과 통화스와프를 연장함으로써 한국이 미국 편인지 중국 편인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아마 앞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 편인지 중국 편인지 계속 확인하려 들 것이다. 이런 시기에 한국이 국익 중심 실용 외교를 외치며 미국과의 경제외교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미국은 더 가혹한 시험을 들이댈 것이다.
경제외교 없는 대한민국
서구 강대국들은 경제 장관들이 외교의 main player로 활동한 역사가 길고 오래다. 재무장관이 ‘제2의 외무장관’으로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곤 했다. 선진국 정상회의의 대표 격인 G-7도 출발점은 1970년대 초 5개국 재무장관들의 모임인 도서관 클럽(Library Club)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경제외교의 역사가 거의 없다. IMF 외환 위기 때 잠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잠깐, 그리고는 지금 경제금융위기를 맞아서 또 급하게 동원해야 한다.
경제외교, 외교관들이 하면 되지 않겠나 싶지만, 그렇게 쉽게 안 된다. 금융 화폐보다 훨씬 단순하고 쉬운 관세 통상 협상조차 외교관들이 손을 떼고 통상 전문가에게 맡긴지 오래다. 하물며 통상 관세보다 훨씬 예민하고 복잡한 금융 협상을 어떻게 외교관들에게 맡기나? BP(Basis Point)가 뭔지도 모르는 외교관들에게 어떻게 금융 협상을 맡기나? IMF 외환 위기 당시, IMF 이사를 지낸 임창렬 장관 이후 국제금융전문가가 경제외교 무대에 등장한 장관급 고위직은 없다. 외교 일선에 나설 기회도 없었다. 이제부터라도 국제금융 전문가를 키우고, 그들에게 경제외교를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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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구철 금강대 연구교수·전 TV조선 선거방송기획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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