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대신 원화로"…고환율에 '달러 모시기' 중단한 은행권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01.20 07:05  수정 2026.01.20 07:05

예금금리 내리고, 우대 혜택 줄이고

당국 "과도한 외화 마케팅 자제" 권고

고환율에 '달러 쏠림'이 변동성 키워

서울 명동 환전소에 외화 시세가 게시돼 있다.ⓒ연합뉴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등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국내 은행권이 외화예금 유치 속도 조절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가계와 기업의 달러 사재기 현상이 환율 상승을 더욱 부채질한다는 판단 아래 달러 외화예금 금리를 낮추고 마케팅을 자제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들은 최근 외화예금 금리를 하향 조정하고 관련 마케팅의 방향을 수정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외화예금 금리는 시장금리과 연동되지만, 이와 별개로 금리를 조절하는 것은 이례적인 조치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5일부터 해외여행 특화 상품인 '위비트래블 외화예금'의 달러 금리를 기존 연 1.0%에서 0.1%로 대폭 인하했다.


여행객들의 편의를 위해 제공하던 고금리 혜택을 줄여 과도한 달러 예치를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신한은행은 보유중인 미화를 원화로 환전하는 모든 거래에 대해 90% 우대환율을 횟수 제한 없이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을 대상으로 한 '크리에이터 플러스 자동 입금 서비스'의 우대 기간도 연장했다.


달러를 원화로 자동 환전해 입금받는 방식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다.


KB국민은행의 '국민UP외화정기예금' 역시 지난해 말 3.13%에서 지난 19일 기준 2.99%로 0.14%p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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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금융감독원이 관련해서 강력한 권고를 내렸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부터 은행권에 외화예금에 대한 과도한 영업 자제를 당부해 왔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13일 점검회의에서 "외화 예금·보험 등이 증가하면서 환율 변동에 따른 금융소비자 손실 위험도 커졌다"며 "경영진 면담 등을 통해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하도록 지도해달라"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금감원은 전날 주요 시중은행 외환 담당 임원(부행장급)들을 긴급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당국은 외화 예금을 부추기는 마케팅 대신, 보유한 외화 예금을 원화로 바꿀 때 혜택을 주는 방안 등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은행권의 외화 건전성을 유지하고 시장에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려는 조치로 보고 있다.


은행권이 달러를 유치하기 보다 방출에 무게를 두는 결정적인 이유는 가파르게 치솟는 환율 때문이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1원 오른 1473.7원에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지난해 말 종가(1439.0원) 대비 34.7원이나 높은 수준이다.


앞으로도 환율이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경제 주체들은 달러를 시장에 내놓는 대신 예금 계좌에 쌓아두고 있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 8일 기준 679억7210만 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1조원 넘게 폭증했다.


시장에서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들에 대해서도 이러한 달러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서 환율을 더욱 밀어 올리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 국장은 "외화자금시장 내 달러 자금공급이 최근에 풍부해진 것은 우선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를 과거에 비해 덜 매도하는 대신 외화예금으로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지난해 11~12월에는 환율이 하락할 때마다 수입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외화예금을 더 늘리는 행태가 나타났다"며 "이는 환율상승에 따른 수입대금 증가 가능성에 대비하여 달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금리 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달러 수요를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 상승으로 얻는 효용이 큰 상황에서 금리 조절로 예금 이탈이 나타나긴 어렵다는 얘기다.


금융권 전문가는 "시장에 달러는 많은데 환율은 오르는 상황"이라며 "당국의 주문이 실질적인 환율 하락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일시적인 속도 조절에 그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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