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제도 개편에 따른 산업계 정책 토론회 개최
약가 인하 2012년과 유사, 재정 확보 효과 미미할 수 있어
정부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 강조, 이전 절감 중심 정책과 달라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약가 제도 개편 이대로 좋은가’ 정책 토론회에서 윤재춘 대웅제약 부회장, 김영주 종근당 대표 등 토론자들이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 제도 개편안이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당초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부작용만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가격 통제가 정부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은 물론 국내 제약 산업의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백종헌·한지아·안상훈 의원과 제약바이오협회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약가 제도 개편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보건복지부 관계자를 비롯해 김영주 종근당 대표, 윤재춘 대웅제약 부회장 등 주요 제약사 경영진도 참여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제네릭(복제약) 및 특허 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 체계를 개편하는 안을 보고했다. 개편안의 핵심은 현재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53.55%를 인정 받고 있는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40% 대까지 인하하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번 약가 인하 배경으로 ▲신약 개발 활성화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확보를 내세우고 있다. 해당 개편안은 실거래 가격 뿐만 아니라 시장 경쟁 상황까지 반영하는 사후 관리 체계로, 약가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담고 있다. 해당 안은 오는 2월 건정심 의결을 거쳐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안이 많은 부작용을 낳았던 2012년 ‘약가 일괄 인하 정책’과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에 나섰다. 당시 정부가 건보 재정 안정을 이유로 평균 14% 가량 약가를 대폭 낮췄으나, 결과적으로 산업계 R&D 투자 위축과 필수 의약품 공급 불안정이라는 부작용만 낳았다는 것이다.
발제자로 나선 박관우 김앤장 변호사는 “지난 2012년 약가 일괄 인하 정책 시행 직후 (정부의) 약제비 지출이 일시적으로 감소했으나 불과 2년 만에 다시 종전 수준으로 반등하는 등 실질적인 재정 절감 효과는 미미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인위적인 약가 억제는 약가 인하 대상이 아닌 제품의 생산 비중이 늘어나는 ‘풍선 효과’를 유발하고, 제네릭 수익성 악화로 인한 저가 해외 원료 의존도 심화 등 산업 생태계에 부정적인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며 “단순한 수치 인하보다는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균형 있는 제도 설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욱 세종 변호사는 국내 제약사의 구조적인 특징에 주목했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게 제네릭을 공급하는 회사가 신약 개발을 병행하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며 “제네릭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은 신약 개발을 위한 핵심 R&D 자금줄 역할을 해, 제네릭 없이는 신약이 존재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김영주 종근당 대표도 “약가를 40~50% 수준으로 낮춘 일본과 프랑스는 현재 빈번한 품절 사태와 품질 관리 이슈로 고통 받고 있으며, 낮은 약가를 맞추기 위해 결국 중국이나 인도산 저가 원료에 의존하고 있다”며 “환율과 인건비 등 제조 원가는 폭등하는데 판매 가격만 하락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 국내 제약사들은 자국 제조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개편안이 단순히 건강보험 재정을 아끼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제약 산업을 혁신 생태계로 전환하기 위한 필수적인 구조 개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의 약가 제도로는 환자의 신약 접근성 보장과 필수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담보하는 데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개편을 통해 조정된 재원을 다시 신약 등재와 필수 의약품의 원가 현실화에 투입해 제약 산업이 글로벌 수준의 성장 동력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연숙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과장은 “이번 개편은 고령화와 의료 이용 증가 등의 영향을 양보할 수 없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위기 의식을 토대로 검토됐다”며 “이는 기존의 절감 목표 중심 정책과는 차원이 다른 구조적 접근으로, 신약이나 필수 의약품 접근성 강화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정되는 제네릭 산정률 역시 수치 자체에 매몰되기보다, 2012년 이후 멈춰있던 제도를 유기적으로 조정해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산업의 혁신을 공모하려는 취지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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