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액임금제 해법 놓고 노조 출근 저지…정기 인사도 변수
노조 반발 장기화 조짐…총액임금제 해법·인사 일정 촉각
지난 23일 서울 중구 IBK 기업은행 본점에서 기업은행 노조원들이 새로 선임된 장민영 기업은행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IBK기업은행 신임 수장에 오른 장민영 기업은행장이 취임 이후 영업일 기준 사흘째 본점에 출근하지 못한 채 노조의 강한 반발과 마주하고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총액 임금제(총인건비제) 개선’을 어떻게 풀어낼지가 장 행장의 첫 시험대로 떠오른 가운데, 정기 인사 문제까지 겹치며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27일 오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출근 저지 집회를 열고 성명서를 낭독했다. 전날(26일)에 이어 이날까지 장 행장은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장 행장은 지난 23일 노조의 반대 집회로 인해 본사 출근이 저지된 이후 서울 롯데호텔 인근에 임시 사무실을 빌려 업무를 수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에서 진행하는 ‘출근 저지 투쟁’의 핵심 쟁점은 기업은행 내부에서 오랜 기간 누적돼 온 ‘총액 임금제’ 문제다.
코로나19 시기 긴급 자금 대출과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지원 과정에서 대규모 초과근무가 발생했지만, 총액 임금제에 따른 인건비 한도로 인해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할 시간외수당을 지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기업은행과 총인건비제 간의 불일치 해결은 민주당 대선 공약이자 대통령의 공개 지시 사항”이라며 “금융위는 ‘기업은행장 선임 시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청와대와 민주당에 입장을 전달했지만, 대안 없이 장 행장을 선임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겉보기에는 사태 해결의 대안 없이 행장직을 수락한 장민영 내정자의 잘못 같지만, 근본적인 패착은 내정자에게 대안을 쥐어주지 않고 제청한 금융위와 이를 확인하지 않고 임명한 청와대”라고 직격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27일 오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출근 저지 집회를 열고 성명서를 낭독했다. ⓒ데일리안 손지연 기자
노조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노사 갈등이 아니라 금융위가 약속을 외면한 책임 회피 사태”라고 규정했다.
현장에서 만난 류장희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정책금융을 강조하며 증원 없이 업무를 확대해 놓고, 보상을 요구하자 제도와 형평성을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며 “총액 임금제에 묶여 직원들이 실제로 투입한 시간에 대한 보상을 하지 못하는 구조가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과거 통상임금 판결 이후 금융위가 총액 인건비 평가에서 예외를 승인한 사례가 있다며, 기존 제도 내에서도 해결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총액 임금제 해법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날 오후로 예정된 기업은행 정기 인사 역시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당초 기업은행은 지난 23일 행장 선임과 동시에 지점장급 이하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돌연 연기됐다. 확정돼 있던 정기 인사가 갑작스럽게 취소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오늘이 인사 발표 예정일이지만 아직 마무리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내부에서 (신임 행장 선임 이후) 짧은 기간에 인사 판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혼선이 커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해당 관계자는 “기업은행 인사는 특정 인물의 취향이 아니라 시스템에 따라 이뤄져야 하는데, 누가 오느냐에 따라 인사가 달라진다면 공정성 논란이 불가피하다”며 “어떤 인사를 하든 그에 따른 책임은 결국 행장이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역시 장 행장이 취임 이전에 확정돼 있던 정기 인사를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며 반발하고 있다. 인사 폭이 확대될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총액 임금제 문제로 이미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내부 불안이 겹치는 양상이다.
한편 전날 은행연합회 정기 이사회에 참석한 장 행장은 기자들과 만나 노조의 출근 저지 상황에 대해 “금융위원회와 협상 얘기를 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하기는 이르지만 빨리 끝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총액 임금제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이나 금융위와의 논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노조는 “금융위가 총액 임금제 예외 적용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기 전까지 출근 저지와 집회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기 인사 결과까지 더해질 경우, 신임 기업은행장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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