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헌 대사의 530억 재산, '노태우 비자금'과 무관한가 [데스크 칼럼]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입력 2026.01.30 15:33  수정 2026.01.30 16:09

父는 '5억' 신고 뒤 4천억 비자금, 子는 '530억' 신고…

富의 뿌리 묻는 건 사회적 당연

노태우 전 대통령ⓒ데일리안 자료사진

장면1.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7년 대선공약으로 재산공개를 약속했고, 취임 이후인 이듬해 4월 전 재산이 5억2000만원이라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과 주식, 예금, 부동산 등을 재산목록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그는 퇴임 후 4000억원대 비자금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며 '보통 사람'에서 '부패 대통령'으로 전락했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 최초로 노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했고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구속했다.


당시 검찰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신한은행 등 아홉 개의 금융기관에 개설된 37개 계좌 등에 4500억~4600억원대의 비자금을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지만, 최종적으로 2629억원대의 뇌물만 추징하는 데 그쳤다.


장면2. 그로부터 30여년 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주중대사가 530억4462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번에 재산이 공개된 현직자 가운데 가장 재산이 많았다.


노 대사는 본인 명의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복합건물(19억7588만원)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복합건물(55억원), 서울 종로구 구기동 단독주택(28억원),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다세대주택 전세권(10억2000만원) 등을 신고했다.


어머니 김옥숙 여사 명의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단독주택(18억2500만원)과 오피스텔(8300만원), 본인 명의의 대구광역시 동구 토지(11억626만원)도 포함됐다. 본인과 어머니, 장남과 차남 명의의 예금은 약 126억1859만원, 본인과 어머니, 장남 명의의 증권은 약 213억2247만원으로 집계됐다.


5·18 기념재단 원순석 이사장(왼쪽)과 차종수 부장이 지난달 14일 서울 대검찰청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씨와 아들 노재헌·딸 노소영 씨 등을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직에 진출한 지도층 인사의 재산은 형성 과정과 공개 범위가 투명해야 한다. 그래야 처신과 정책에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태우의 장남'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이상, 노 대사가 보유한 막대한 재산의 뿌리가 어딘지 묻는 것은 민주 사회의 당연한 생리다.


공교롭게 노태우 비자금 의혹은 노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도 나왔다. 김옥숙 여사가 재판 과정에서 공개한 메모는 노 전 대통령이 납부한 추징금 외에 추가로 비자금이 남아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왔다.


실제로 김 여사는 노 대사가 이사장으로 있던 동아시아문화센터에 147억원을 기부하는 등 출처 불명의 돈을 여기저기서 사용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과 국세청이 2007∼2008년 김 여사의 비자금 214억원을 알고도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지금까지 드러난 출처 불명의 돈만 해도 김옥숙 여사의 904억원 비자금 메모, 2007~2008년 적발했지만 당국이 수사하지 않은 214억원+α,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김옥숙 여사가 동아시아문화센터로 기부한 147억원, 2023년 노태우센터로 출연된 5억원 등 1000억원을 넘어선다.


물론 고위 공직자라고 해서 재산이 늘어나는 걸 무턱대고 의심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정상적인 재산 증식이 아니라면 문제는 다르다.


국가에 반납했어야 할 노태우 비자금이 은밀한 금고 안에서 자녀들의 자산으로 대물림 된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 대사는 이제라도 재산 형성 과정이 고위공직자로서 적절했는지, 국민 앞에 그 내역을 투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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