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성계주 준결승서 미국 선수에 걸려 넘어져
구제책 미흡, 늘 따라오는 판정 논란도 도마 위
피해를 입은 한국은 구제 받지 못했다. ⓒ REUTERS/ 연합뉴스
한국 대표팀 전통의 메달밭인 쇼트트랙이 또 다시 태생적 한계를 드러냈다.
최민정·김길리(이상 성남시청) 황대헌(강원도청), 임종언(고양시청)이 나선 한국 혼성계주 대표팀은 10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혼성 계주 2000m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논란은 준결승 2조에서 벌어졌다.
준결승서 캐나다, 벨기에, 미국과 경쟁한 한국은 레이스 중반 3위 자리에서 호시탐탐 2위 자리를 노렸다. 그러다가 1위로 달리던 미국의 코린 스토다드가 빙판에 혼자 걸려 넘어졌고 이 과정에서 뒤따르던 김길리가 피하지 못하면서 쓰러지고 말았다.
최민정이 급하게 나서 레이스를 이어갔으나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코치진이 어드밴스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쇼트트랙은 짧은 시간 안에 승부가 갈리는 종목으로 박진감과 극적인 역전으로 국내서 큰 인기를 끌어왔다. 그러나 화려한 스피드 이면에는 반칙 논란과 편파 판정, 그리고 종목 특성상 넘어질 수 있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오픈 레이스로 치러지는 쇼트트랙은 타임 레이스인 스피드스케이팅과 달리 누가 빨리 결승선을 통과하는가의 싸움이다.
이로 인해 치열한 자리다툼이 불가피하고 특히 코너 구간을 돌 때 극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물론 인코스 또는 아웃코스 공략이라는 기술이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하지만 마냥 통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미끄러운 빙판 위에서 경기를 펼치기 때문에 넘어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순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변수를 내포한다. 이번 김길리의 사례처럼 피해를 당한다면 그대로 순위 경쟁에서 탈락이다. 경우에 따라 물귀신 작전이 얼마든지 가능한 종목이 바로 쇼트트랙이다.
구제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어드밴티지 출전권이다. 그러나 문제는 가장 중요한 결선에서 선수 구제책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또한 이번 준결승전 한국 사례처럼 3위 밖 순위라면 상위 라운드 진출이 불가하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쓰러진 김길리와 이를 지켜보는 심판들. ⓒ REUTERS/연합뉴스
무엇보다 심판의 개입 여지가 커 순위가 뒤바뀌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추월과 진로 방해, 충돌 등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으나 보는 이에 따라 판정 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늘 논란이 뒤따른다. 지난 2022 베이징 올림픽서 홈팀 중국이 편파 판정 이득을 본 게 대표적 사례다.
국제빙상연맹(ISU)은 판정 논란을 줄이기 위해 비디오 판독을 도입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쇼트트랙에서의 접촉은 찰나에 이뤄지며, 여러 각도의 카메라로도 명확한 가해·피해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쇼트트랙은 속도와 스릴을 앞세워 박진감 넘치는 종목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종목 특유의 구조적 한계, 대회 때마다 발생하는 판정 논란으로 팬들에게 불공정하다는 인식을 주고 있다.
근대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은 올림픽을 부활시키면서 “올림픽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의 쇼트트랙은 노력이 변수라는 불공정에 피로감만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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