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전쟁 났나?"…'벚꽃 추경' 초고속 편성 속 野 '송곳 검증' 예고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입력 2026.03.20 04:10  수정 2026.03.20 04:10

李대통령 '지방 우대' 전면에…"지방 경제 큰 난관 봉착"

민주당 "민생 방파제 급해"…3월말 제출·신속 집행 화답

국민의힘 "전쟁 핑계 대는 선거 추경"…핀셋 지원' 요청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6월 26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벚꽃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브레이크 없는 속도전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 충돌도 격화되는 양상이다. '중동 전쟁 여파 대응'이라는 정부·여당의 명분과 지방선거를 앞둔 '선거용 재정 살포'라는 국민의힘의 반발이 맞서는 가운데, 정작 야당을 상대로 한 설득은 미진한 상태다. 정부·여당의 초고속 편성 기조와 야당의 '매표 행위' 주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추경안은 제출 전부터 거대한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모양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중동발 에너지 가격 급등과 민생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추경안을 편성해 이달 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밤을 새워서라도 하라"며 '초고속 편성'을 지시하면서, 통상 수개월이 소요되던 예산 편성 절차가 단기간에 압축될 전망이다. 정치권과 시장에서는 이번 추경 규모를 15조~20조 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번 추경의 성격을 '전쟁 추경'으로 규정하며 가용 자원의 총동원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사실상 전쟁 추경(추가경정예산)이라고 할 이번 추경도 민생 경제에 충격을 덜고 경기 회복의 동력을 계속 살려 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편성해야 될 것"이라며 "중동 상황으로 충격이 큰 취약계층, 소상공인 그리고 기업들의 피해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고 민생 현장에서 자금이 원활하게 순환될 수 있도록 빠르게 설계해 달라"고 했다.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방 우대 원칙'도 이번 추경의 핵심 키워드로 부각됐다. 이 대통령은 "위기가 어려운 분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는 것처럼 중동 상황 장기화로 안 그래도 부진했던 지방경제가 더 큰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며 "지방경제 침체가 가속화되면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이 확대되고, 경제 전체 효율성과 안전성도 떨어진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방 상권 활성화와 지방 기업에 대한 공공조달 우대, 지방 주도 연구개발(R&D) 체계 수립 등 투자와 교육 전반에 걸쳐 '지방을 우선'하는 원칙을 추경 편성에 철저히 반영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가 '지방'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면서, 선거를 앞둔 재정 투입이라는 야권의 우려와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 1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지금은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다"라며 "민생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골든타임을 절대 허비해서는 안 되겠다"고 했다. 또 "추경 편성이 결정되면 보통 한두 달씩 걸리는 것이 관행"이라면서도 "어렵더라도 밤을 새서, 주말이 어디 있느냐"고 거듭 속도전을 요구한 바 있다.


정부와 민주당은 연일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추경 편성의 당위성을 설파하며 속도전을 정당화하는 흐름이다. 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발맞춰 민주당 지도부도 즉각 화답하고 나섰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오늘로 중동 상황 20일째, 국내에 미치는 여파가 심상치 않다"며 "충격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민생 방파제가 바로 추경"이라고 했다.


한 원내대표는 "마침 이재명 대통령께서도 신속한 전쟁 추경 편성을 지시하셨다"며 "정부가 현재 3월말 제출을 목표로 추경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은 심사 일정을 최대한 단축해 추경이 신속 집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간 추경 편성의 타당성을 두고 평행선을 달려온 여야는 이날도 정면으로 충돌했다. 특히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이 언급한 '전쟁 추경'이라는 표현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결국 이번 추경이 취약계층에 '핀셋'처럼 정밀하게 작동할지, 아니면 전국에 광범위하게 분산될지가 향후 정무적 파장을 가를 관건으로 지목된다. 국민의힘이 이번 추경을 '선거용 예산'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국회 의석 구조상 민주당 단독으로도 안건 처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날 송 원내대표는 "우리 국가재정법에 추경을 편성하는 사유로 전쟁이나 국가적 재난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전쟁을 이 전쟁으로 지금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며 "대한민국이 전쟁이 났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전쟁추경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을 호도하기 위한 것이다. 굳이 말을 하자면, '전쟁 핑계 추경'이라고 하는 것이 맞고, 속내를 들여다보면 '선거 추경'이라고 이렇게 불러야지 정확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도 송 원내대표는 진정한 위기극복 추경이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송곳 심사를 예고했다. 그는 "물가 불안을 자극하는 원칙 없는 선거용 포퓰리즘 현금 살포를 막겠다"며 "고환율·고유가·고물가로 시름하는 위기계층을 핀셋 지원하는 추경이 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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