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호통, 국민 공감 못 얻는다 [기자수첩-정치]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6.02.23 07:00  수정 2026.02.23 07:00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연일 도마에 오른다. 돈을 '마귀'에 비유하고, 다주택자를 양심을 잃은 존재처럼 몰아붙였다. 실거주가 아니면 1주택자도 투기와 다를 바 없다는 식의 인식도 드러냈다. 정책 비판에 나선 야당을 향해선 "유치원생 같다"며 철부지 취급을 했다.


치솟는 집값을 잡겠다는 결기는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국정은 의지의 과시가 아니라 설득의 예술이다. 우려를 경청하기보다 편을 가르고,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는 식의 경고를 앞세우는 태도는 불안하다. 열광하는 지지층의 구호가 광장을 메울수록, 침묵하는 다수의 표정은 읽히지 않는다.


호통부터 앞세우는 대통령의 모습은 새삼스러운 풍경이 아니다. 목표를 정해놓고 속도를 독려하며 이견을 질책하는 방식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 과거 정권에서도 반복됐다. 권력자가 스스로를 심판과 선수의 자리에 동시에 올려놓는 순간 오류를 인정할 여지는 급격히 좁아진다. '틀릴 수 없다'는 확신은 곧 '내가 곧 기준'이라는 선언이 되고, 권력은 자연스레 정의의 저작권까지 움켜쥔다. 반대 의견은 토론을 통해 다듬을 정책 대안이 아니라, 손봐야 할 일탈로 취급된다.


그 결과 토론은 요식 절차로 전락하고, 결정은 이미 정해진 답안을 통보하는 형식이 된다. 회의실의 공기는 무거워지고, 참모와 관료들은 정책의 완성도보다 기류를 읽는 데 더 신경을 쓴다. 직언은 한 번이면 '소신'으로 기록되지만, 두 번이면 '불화'로 낙인찍힌다는 냉소가 공직사회에 도는 이유다.


강단이 아니라 신뢰를 택해야 한다. 정책의 정당성은 속도가 아니라 충분한 설명과 동의에서 나온다. 시민은 더 이상 훈계의 대상이 아니다. 숙의 없이 밀어붙이는 개혁은 오래가지 못한다. 자극적인 한마디가 순간의 환호를 부를 수는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평생 계획인 내 집 마련의 사다리를 흔드는 정책이라면, 그 대가는 결국 사회 전체가 치르게 된다. 시장은 굴복시킬 상대가 아니라, 균형 있게 다뤄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말의 일관성이다. 선거 과정에서 세금 완화와 공급 확대를 약속하고, 집값을 억지로 누를 필요가 있느냐고 했던 인식이 집권 후 달라졌다면 충분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부동산을 도덕의 심판대에 세워 악마화하고, 자산을 선악의 대립 구도로 나누는 접근을 '실용'이라 부르기 어렵다. 정책은 신호다. 오늘의 언어가 내일의 규칙이 된다. 신뢰를 쌓는 언어인지, 편을 가르는 언어인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권력은 선출로 정당성을 얻지만, 그 정당성은 절제 속에서 유지된다. 설득이 빠진 결단은 오래가지 못한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반대의 논리까지 끌어안는 인내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진의가 왜곡 없이 전달되려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더 촘촘한 점검과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강한 말은 쉬워도, 깊은 신뢰는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호통이 아니라 경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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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겁쟁이 사법부들아 정의고 나발이고 대가리 쳐박고 숨고있는 니들 모습 ,,, 이럴려고 힘들게 공부해서 그자리 올랐냐?.... 악마의 부역자들 역사에 어떤 이름을 남기려나.....
    2026.02.2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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